애플의 최신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의 국내 판매가 시작됐다. 아이패드 프로는 등장한 이후 갖은 질문공세에 시달리기도 한 제품이다. “과연 태블릿PC가 노트북을 대체할 것인가”, “스타일러스는 모바일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것인가”와 같은 질문들이다. 두 질문에 관한 답을 내리기엔 지금은 이른 시점이다. 하지만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모바일 기기 세상에 새로운 입력방식을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마우스와 키보드가 책상의 대표적인 입력장치가 된 것처럼, 애플의 ‘멀티터치’가 스마트폰 시대를 가져온 것처럼 말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 ‘스마트 키보드’는 차세대 생산성 도구를 개발하기 위한 애플의 고민을 품은 첫 번째 제품인 셈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 애플펜슬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 애플펜슬

프로에게 더 어울리는 태블릿PC

아이패드 프로는 ‘프로’ 들의 생산적인 활동을 모바일 영역에서 보조하는 도구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12.9인치짜리 넓은 화면은 그림을 그리기에도 적당하다. 가로로 눕혀 써도 보통 태블릿PC의 세로 해상도와 비슷해 글을 읽거나 쓰는 일도 불편함 없이 할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는 기존 ‘아이패드 에어2’와 비교해 78% 더 넓은 화면을 지원한다. 해상도가 2732×2048이니, 짧은 쪽 해상도가 기존 아이패드 에어2의 긴 쪽과 같다. iOS가 화면을 나눠 쓰는 멀티태스킹 기능을 지원하는 덕분에 화면을 둘로 나눠 일을 하기에도 좋다. 왼쪽 화면에 ‘사파리’ 웹브라우저를 띄우고, 오른쪽 화면에 애플의 ‘페이지’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MS 오피스 워드’ 등 문서 도구를 띄우는 식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함께 출시된 스마트 키보드를 연결해 쓰면, 사실상 iOS로 동작하는 노트북처럼 쓸 수 있다.
하지만 무게는 보통 노트북보다 가볍다. 셀룰러 모델을 기준으로 723g에 불과하다. 2011년 처음으로 등장한 아이패드와 비슷하다. 사용자에 따라 태블릿PC처럼 들고 다니기엔 다소 무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는 노트북 대용이라고 생각하면 무겁지 않다. 애플이 아이패드 프로를 출시하면서 생산성을 강조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패드 프로에는 2m 길이의 충전 케이블이 제공된다.

▲아이패드 프로에는 2m 길이의 충전 케이블이 제공된다.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대화면 태블릿PC

애플 펜슬과 스마트 키보드가 아이패드 프로의 생산성 기능을 높여주는 요소라면, 아이패드 프로의 강화된 스피커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 주목할만한 개선점이다. 아이패드 프로에는 총 4개의 스피커가 탑재돼 있다. 영상을 볼 때나 음악을 들을 때 모두 동시에 출력되는 덕분에 생생한 소리로 영화를 즐기기에 좋다.

특히, 스피커 위치에 따라 서로 출력을 달리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 프로를 눕히면 화면 양쪽에 각 2개씩 스피커가 위치하게 되는데, 이 중 위쪽 스피커 2개가 아래쪽 스피커와 비교해 중·고음을 더 강하게 출력한다. 사용자가 태블릿 PC를 손에 들 때, 일반적으로 아래쪽 스피커를 가리게 된다는 것을 고려한 설계다. 아이패드 프로를 세우거나 눕힐 때, 어느 스피커가 위로 향하게 되는지 자동으로 감지한다는 점에서는 애플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다. 기존 아이패드 시리즈와 비교해 화면이 커지고, 스피커 사이가 더 멀어진 덕분에 스테레오 사운드를 즐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아이패드 프로에 탑재된 ‘A9X’ 프로세서도 빠른 속도로 동작해 다양한 즐길거리를 마음껏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아이패드 프로의 벤치마크 성능은 2013년 출시된 인텔 코어 i5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출시된 모든 노트북 중 상위 20% 안에 들 정도로 높은 성능을 낸다. 그래픽 처리 성능도 인텔의 내장형 그래픽처리장치(GPU)인 ‘아이리스 프로 5200’을 앞선다. 아이리스 프로 5200은 2013년 출시된 인텔 하스웰 아키텍처의 최상위 GPU다. 아이패드 프로의 GPU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시 말해, 태블릿PC의 성능은 데스크톱이나 노트북과 비교해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는 과거의 편견에 불과하다.

▲애플펜슬로 그린 그림

▲애플펜슬로 그린 그림

탁월하게 잘 써지는 애플펜슬

그림을 그리는 일을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는 애플펜슬이 필수 액세서리다. 아이패드 프로는 애플펜슬이 그림을 그리는 궤적을 초당 240번 감지해 세밀한 입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애플펜슬은 크게 2가지 방법으로 펜의 압력을 아이패드 프로에 전달한다. 하나는 팁의 압력이다. 사용자가 얼마나 힘을 줘 애플펜슬을 누르느냐에 따라 표현되는 선의 굵기가 달라진다. 다른 하나는 팁 내부에 수직으로 탑재된 2개의 센서다. 애플펜슬을 눕히면 센서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고, 수직으로 세울수록 센서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원리를 이용한 입력 방법이다. 애플펜슬을 눕히면 마치 파스텔로 은은한 질감을 내는 것과 같은 표현을 쉽게 할 수 있다.

애플펜슬은 블루투스로 아이패드 프로와 연결된다. 하지만 애플펜슬은 사용할 때마다 아이패드 프로와 연결할 필요는 없다. 최초 애플펜슬과 아이패드를 연결할 때, 아이패드 프로의 라이트닝 충전 단자에 끼우기만 하면 끝이다.

애플펜슬은 전문 디자이너나 일러스트레이터의 손에서 탁월하게 제 역할을 한다. 전문가가 많이 쓰는 기존 ‘타블렛’을 대체할 수 있을 정도다. 애플펜슬과 사용자의 손이 화면에 동시에 닿았을 때, 손바닥의 터치 입력을 막아주는 ‘팜 리젝션’ 기능도 만족스럽다. 애플펜슬로 그림을 그리다가 손가락 2개를 터치해 각종 추가 기능을 활성화하는 멀티터치 기능도 쓰임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그림을 그리다가 ‘자’나 ‘도형 그리기 도구’ 등을 바로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앱을 쓰느냐에 따라, 앱 개발업체가 앱에 어떤 기능을 추가하느냐에 따라 애플펜슬의 잠재력은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앱 개발 업체에서는 애플펜슬의 그리기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앱을 업데이트하는 중이다. 어도비가 대표적이다. 어도비는 잡지 편집 도구나 포토샵 도구 등 앱을 앱스토어를 통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오토데스크의 ‘오토캐드 360’은 3D 설계자를 위해, 스케치 앱 ‘페이퍼’는 그림을 그리는 이들을 위해 발 빠르게 애플펜슬 지원을 시작했다. 디자이너나 잡지 편집자, 일러스트레이터라면 애플펜슬은 가장 탐나는 액세서리다.

▲스마트 키보드의 주요 소재는 천이다.

▲스마트 키보드의 주요 소재는 천이다.

아쉬움만 남긴 스마트 키보드

랩톱 대신 아이패드 프로를 생산성 도구로 쓰려는 이들에게는 스마트 키보드가 필수다. 스마트 키보드는 평소에는 아이패드 프로의 화면을 보호해주는 커버처럼 쓸 수 있다. 일을 할 때는 스탠드 겸 키보드로 바꿔 쓸 수 있다. 맥 컴퓨터에서 지원하는 다양한 단축키를 지원한다는 점도 좋다. ‘커맨드(command)+탭(tab)’ 단축키를 활용하면 다른 앱을 빠르게 불러오는 식이다. 스마트 키보드는 아이패드를 마치 하이브리드 태블릿PC처럼 만들어주는 중요한 액세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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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스마트 키보드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아쉬운 제품이다. 우선 한글 표기가 없다. 한글 표기만 없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스마트 키보드를 오로지 영문 표기로만 만들어 전세계에 출시했다. 영문 표기 키보드로 한글을 타이핑하는 것이 어려운 이들에겐 감점 요소다.

키보드를 치는 느낌도 편안함과는 거리가 멀다. 두께가 너무 얇고 반발력이 약한 탓이다. 스마트 키보드가 사용자의 손가락을 밀어내는 원리는 2가지다. 하나는 키캡 밑에 있는 버튼의 반발력이고, 다른 하나는 소재로 쓰인 천이 가진 기본 반발력이다. 멤브레인, 펜타그래프 혹은 애플의 버터플라이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존 키보드의 느낌과 비교할 생각이라면, 일찌감치 기대를 접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손가락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이 문제다. 키캡이 눌리는 거리가 너무 짧기 때문에 손가락에 전달하는 힘이 그대로 바닥을 치기 때문이다. 약한 반발력과 짧은 거리 때문에 스마트 키보드의 타이핑 경험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와 비슷한 제품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서피스’ 시리즈에 붙여 쓰는 ‘타이프커버’를 꼽을 수 있다. 서피스프로4와 아이패드 프로를 키보드만 두고 평가한다면, MS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애플 스마트 키보드의 품질은 불만족스럽다.

애플은 키보드 연결 단자를 액세서리 업체에 공개했다. 애플의 스마트 키보드 외에 더 다양한 키보드가 출시될 전망이다.

▲멀티태스킹 기능

▲멀티태스킹 기능

“노트북 대체하게 될까?”

아이패드 프로가 등장한 이후 가장 많은 이들이 가진 의문은 “아이패드 프로가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대체할 것인가”다. 하지만 이 질문은 이렇게 바꿔야 더 적절하다. “탈부착 키보드와 개선된 터치 입력 방식, 스타일러스는 지금의 키보드와 마우스를 대체하게 될까”로 말이다.

데스크톱과 노트북 이후 차세대 생산성 도구로 무엇이 자리 잡게 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하드웨어 성능이나 운영체제의 문제가 아니다. 입력방식의 문제다. 생각해보자. 애플의 iOS는 꾸준히 기능을 개선하는 중이다. 한 화면에서 여러 앱을 띄울 수 있도록 진화했고, 앱과 앱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발전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기능이 iOS에 추가될 것이다.

iOS의 발전 속도만큼 태블릿PC를 구동하도록 하는 하드웨어 역시 빠른 속도로 성능을 끌어올리고 있다. 아이패드 프로에 쓰인 A9X를 비롯해 기존 PC의 하드웨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빠른 프로세서가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을 대체할 미래의 컴퓨터는 입력방식에 따라 형태가 결정될 것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는 개인용 컴퓨터를 책상의 가장 대표적인 생산성 도구로 자리 잡도록 했다. 2007년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의 손가락을 이용한 멀티터치 기술은 책상을 떠난 모바일 영역에서 스마트폰의 확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애플은 ‘아이폰6s’와 아이패드 프로를 통해 3D터치, 애플펜슬, 스마트 키보드를 내놓았다. 이 같은 시도가 기존의 입력방식을 대체하게 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지만, 애플이 제품의 형태와 입력방식에서 미래를 저울질하는 업체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 애플펜슬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 애플펜슬

▲애플펜슬의 교체형 팁과 라이트닝 단자 뚜껑

▲애플펜슬의 교체형 팁과 라이트닝 단자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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