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프로’들이 평가하는 ‘아이패드 프로’

2015.12.22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는 침대에서, 혹은 소파에서 이용하기 좋은 제품이다. 노트북보다 간편하고, 스마트폰보다 큰 화면 덕분에 답답할 일도 없다. 주로 보거나 읽는 데 쓰임이 집중돼 있다는 점도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태블릿PC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쓰기보다는 소비하는 데 더 적합한 제품이라는 뜻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팀 쿡 애플 CEO는 아이패드 프로를 처음으로 무대에서 소개하며 ‘생산을 위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애플펜슬’과 ‘스마트 키보드’는 아이패드 프로의 생산성을 돕는 액세서리로 함께 등장했다.

실제 업무 현장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이들은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의 생산성을 어떻게 평가할까. 애플펜슬로 과연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엔씨소프트의 개발실에서 3D 제작을 맡고 있는 김장욱 엔씨소프트 차장과, 웹툰 ‘사이트킥2’를 연재 중이며 Y랩 아카데미에서 후진 양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 신의철 웹툰 작가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아이패드 프로, 써보니 어떤가요?” 두 ‘프로’의 의견은 많은 지점에서 일치했다. 사무실에서 해야 하는 모든 작업을 옮겨올 수는 없지만, 작품의 완성을 위한 일부 과정에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아이패드 프로를 경험한 두 전문가의 견해다.

ipad_pro_pro_sk_3_800

김장욱 엔씨소프트 ‘MXM’ 개발실 3D 제작팀 차장

“사전 작업을 위한 최고의 제품”

“주말 동안 집중적으로 사용해 봤는데요. 실제 작업을 위한 스케치나 사전 작업 용도로는 최고의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장욱 엔씨소프트 차장은 현재 개발 중인 새 게임 ‘MXM’ 개발실에서 3D 제작을 맡고 있다. 약 1주일 동안 아이패드 프로를 활용해보고 감상을 전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작업의 A부터 Z까지 모두 할 수는 없지만, 절반 정도는 할 수 있는 제품”이라는 긍정적인 의견을 들려줬다.

김장욱 차장이 주로 작업하는 곳은 집과 사무실이다. 집에는 애플의 일체형 컴퓨터 ‘아이맥’에 와콤의 ‘인튜어스’ 타블렛을 붙여놨다. 사무실에서는 윈도우 워크스테이션에 인튜어스 타블렛을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기존 저작도구와 비교해도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의 성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김장욱 차장의 소감이다.

김장욱 차장은 “와콤의 액정 타블렛 ‘신티크’ 시리즈도 22인치, 27인치 모두 써봤고, 휴대용 액정 타블렛 ‘컴페니언’ 시리즈도 1, 2 모두 써봤다”라며 “하지만 팜 리젝션 기능이나 스타일러스의 지연 시간 성능은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이 가장 나았다”라고 설명했다.

팜 리젝션은 사용자의 손바닥 등이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입력을 걸러내는 기능을 말한다. 액정 타블렛은 특성상 디스플레이에 손바닥이 닿을 수 밖에 없다. 디지털 저작도구에서 팜 리젝션은 필수 기능이다. 지연 시간은 스타일러스로 선을 그을 때, 실제 선이 스타일러스를 따라오는 속도를 말한다. 당연히 짧을수록 좋다. 눈과 선이 일치해야 쾌적하게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김장욱 차장이 신티크 시리즈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것도 바로 스타일러스와 입력 사이에 다소 긴 지연시간 때문이었다.

김장욱 차장은 “스케치 용도로 쓰기에는 신티크와 비교해 더 나았고, 가격도 신티크나 컴페니언 시리즈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신티크 시리즈 중 27인치 모델은 3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휴대용인 컴페니언 시리즈도 200만원 이상이다.

ipad_pro_pro_sk_1_800

김장욱 차장이 아이패드 프로에서 그린 스케치, 활용한 앱은 ‘프로크리에이트’다.

ipad_pro_pro_sk_2_800

김장욱 차장이 아이패드 프로에서 그린 스케치2, 활용한 앱은 ‘어도비 스케치’다.

밖에서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아이패드 프로가 기존 저작도구와 비교해 더 나은 점이다. 아이패드 프로에 애플펜슬만 들고 나가도 되기 때문이다. 작품 초반에서 중반 정도 작업은 사무실의 워크스테이션이 아니라 아이패드 프로를 이용해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장욱 차장의 평가다.

김장욱 차장은 “작품을 완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가벼운 작업이나 사전 스케치를 하는 데는 최적의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아쉬운 점도 있다. 플라스틱(애플펜슬 팁)과 유리가 닿아 미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의견이다. 다른 제품은 스타일러스의 팁을 용도에 따라 교체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종이의 느낌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너무 미끄럽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요즘의 추세다.

김장욱 차장은 애플펜슬을 아이패드 프로의 라이트닝 커넥터에 끼우기 전에는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길이 없어 답답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아이패드 프로 본체의 충전 속도가 느리다는 점, 애플펜슬의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는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으로 꼽았다.

ipad_pro_pro_sk_6_800

신의철 웹툰 작가(Y랩 아카데미 원장)

“밖에서 간단히 콘티 짜는 용도죠”

“대부분의 작업은 작업실에서 하지만, 외부에 나가야 하는 일도 있죠. 혹은 기분전환을 위해 밖에서 일을 하기도 합니다. 외부에서 작업할 때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이패드 프로를 구입하게 됐어요.”

현재 네이버웹툰에서 ‘사이드킥2’를 연재 중인 신의철 작가도 김장욱 차장과 비슷한 의견을 냈다. 아이패드 프로는 외부에서 실제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기에는 좋은 제품이라는 의견이다. 신의철 작가는 콘티 작업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콘티는 이야기를 구성하는 컷을 대강 그려보는 단계를 말한다. 캐릭터 위치나 표정을 구상해보기도 하고, 배경이나 장면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훑는 데도 쓰인다. 따라서 콘티는 시나리오 작업과 유기적으로 연동돼 자주 바뀐다. 컷의 위치가 통째로 바뀌기도 하고, 컷 안 캐릭터의 위치가 바뀌는 일도 많다. 종이보다는 디지털 저작도구가 더 편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이패드 프로는 그런 의미에서 적합한 도구다.

ipad_pro_pro_sk_4_800

신의철 작가의 작업실. 24인치 와콤 신티크와 윈도우 워크스테이션, 2가지 스타일러스를 활용한다.

ipad_pro_pro_sk_5_800

신의철 작가가 아이패드 프로에서 그린 콘티, 활용한 앱은 ‘메디방 페인트’와 시나리오 확인을 위한 MS ‘원노트’

신의철 작가는 외부에서 작업할 요량으로 컴페니언 시리즈를 활용했던 경험에 비춰 아이패드 프로를 평가하기도 했다. 신의철 작가는 현재 작업실에서 윈도우 기반 워크스테이션과 24인치 신티크, 두 종류의 스타일러스를 쓰고 있다.

더 읽어보세요!

“13인치 컴페니언은 작업실 환경을 외부로 상당히 잘 옮겨준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윈도우 기반이니까 ‘클립 스튜디오’나 ‘포토샵’ 등 작업실에서 쓰는 소프트웨어를 똑같이 활용할 수 있고요. 하지만 짐이 너무 많아요. 너무 무겁고, 별도로 키보드까지 들고 다녀야 했거든요.”

컴페니언과 스타일러스, 단축키 입력을 위한 키보드 등 많은 짐에 치이면서까지 굳이 밖에서 작업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무렵 아이패드 프로가 나왔다. 아이패드 프로는 700g이 조금 넘는다. 키보드는 커버형이고, 애플펜슬도 그리 부담스러운 짐은 아니다. 신의철 작가는 아이패드 프로에서 ‘메디방 페인트’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해 콘티를 짜고 있다.

신의철 작가는 “작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외부에서 콘티를 짤 수 있다는 것은 행동에 많은 자유를 주는 일”이라며 “아이패드 프로와 애플펜슬이 명확한 펜의 느낌을 잘 살린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콘티 작업 정도라면 충분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sideway@bloter.net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사람을 생각합니다. [트위터] @Sideway_s, [페이스북] facebook.com/sideways86, [구글+] gplus.to/sideway [e메일] sideway@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