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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의 도전, “이런 저널리즘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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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의 ‘인턴’은 그 의미가 변질한 지 오래입니다. 인턴제도는 본디 언론 지망생에게 실무를 배울 기회를 준다는 교육적인 의미가 강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스펙에 허덕이는 지망생들의 열정을 착취하는 ‘저임금 임시직’이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비용을 생각했을 때의 ‘효율’도 무척 높죠. 인턴이 ‘인간을 턴다’의 줄임말이라는 농담이 마냥 웃기만 한 일은 아닙니다.

언론사의 디지털 적응이 중요해지면서 소셜미디어에 먹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이 굉장히 중요해졌고,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만화도 그리면 좋을 것 같고, 카드뉴스를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그냥 파워포인트로는 안 되겠고, 동영상도 이슈라니까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사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선택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의 하나가 ‘계약직’과 ‘인턴’입니다.

다들 디지털 문법에 맞는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왜 정규직으로 채용하진 않는 걸까요? 언론사는 공채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채시스템의 중심에는 논술과 상식이 있습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만 ‘정문’으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는 아직도 글 이외에 디지털에 적합한 콘텐츠가 언론사의 미래에서도 정말로 중요한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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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신년회 <한겨레21>팀

목표 독자를 명확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저희는 감수성이 풍부한 20대 남녀를 목표 독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만 우울하다고 생각하는 20대 여자’를 핵심적인 독자로 상정하려고 합니다….(중략) 영상의 톤, 감정을 고려하면서, 우울증의 징후•자살의 징후들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설명하는 장면들이 들어갑니다. 메시지가 담긴 콘텐츠는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형식으로 친구들에게 공유하라고 말을 걸 예정입니다.” – 1월 5일 뉴스랩 신년회 발표, 박진영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프로그램(이하 뉴스랩 프로그램)이 시작한 지 3주 정도 지났습니다. 이제 각 팀은 주제를 선정하고, 주제에 맞는 전략과 콘텐츠 형식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더듬더듬 나아가고 있지만, 어렴풋하게 윤곽이 보입니다.

처음 뉴스랩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했을 때는 우려가 앞섰습니다. 많은 언론사에서도 디지털 부분 인턴을 모집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디지털 뉴스’의 포맷을 양산하고 월급 130만원을 받는 석 달짜리 인턴처럼 운영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뉴스랩 프로그램에서는 아직 어떤 콘텐츠도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전략을 다듬는 단계입니다. 펠로워들은 큰 주제와 주제를 전할 브랜드 전략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단계별로 퍼널 전략을 짜고,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주제에 적합한 형식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좀 더 촘촘한 전략을 짜기 위해서 운영진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습니다. 운영진은 함께 각 팀의 전략을 놓고 고민합니다. 아이템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더 나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면 2명의 연구개발 담당 펠로우와 서강대학교 소속 조교가 자료를 찾고, 해외 사례들을 수집 및 정리해서 각 팀에게 전달합니다.

“중앙일보 팀의 주제는 강한 메시지를 담잖아요. 그 강한 메시지를 바이럴을 위한 포맷으로 소화하다 보면 분명히 놓치고 가는 게 있을 것 같아요. 콘텐츠가 공개되는 순간 댓글 등을 통해서 콘텐츠의 파장이 예상치 못하게 퍼져나갈 수도 있고요. 이런 부분을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 12월29일 뉴스랩 전체 회의, 강주희

뉴스랩 프로그램에서는 매주 화요일 열 시부터 전체 회의를 진행합니다. 그간 발전시킨 콘텐츠 전략을 서로 이야기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습니다. 다른 팀이 브랜드 독자성을 만들어가는 과정, 주제의식의 전달방식을 알아가는 시간입니다. 1월 5일 회의에서는 뉴스랩 프로그램의 조교 역할을 하고 있는 연구개발담당 펠로우와 서강대학교 소속 조교가 인스타그램 활용, 스냅챗 활용을 조사한 바를 발표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스냅챗에서 유통되는 포맷의 특징은 무엇인지, 특기할만한 언론사는 어디인지 알아봤습니다. 인터뷰 영상 포맷을 콘텐츠에 따라 어떻게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례를 모아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인터뷰의 성격에 따라서 모션을 추가하는 게 좋을지, 무거운 주제일 때는 어떤 톤을 주는지, 화면 전환방법은 어떤지에 대한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다음 주에는 동영상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서 뉴스랩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펠로우가 직접 강의도 합니다. 정규 코스를 밟아 공부했고, 영상 제작 경험도 가장 많은 펠로우가 준비해서 동영상 제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나눌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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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마다 화이트 보드를 하나씩 쓰고 있다. 토론의 흔적.

“지금 어떻게 나왔는지는 중요하진 않아요, 계속 만들어가면서 해보자는 거니까요”

뉴스랩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펠로우들은 대부분 자유로운 분위기와 프로그램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했습니다. 다양한 해외사례를 공부하고, 콘텐츠 유통 전략을 체계적으로 시도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최유진 씨는 “이 정도로 자유로운 분위기일 줄 몰랐다”라고 말했습니다. 같은 팀인 박리세윤 씨는 “시키는 거 하고, 이슈를 공략해서 콘텐츠를 뽑아내는 언론사 인턴보다 낫다”라며 “기획단계부터 단계를 밝아 진행되고 있다”라고 평했습니다. 강종구 씨는 “언론사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아니라, 펠로우들의 의견을 무척 존중해 준다”라고 말했습니다.

오원경 씨는 “마케팅 적인 부분이나, 플랫폼별 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 지 배우고 있어서 좋다” 라고 전략 기획 부분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박진영 씨는 “여태까지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는 전략적으로 접근한 적은 없었다”라며 “뉴스랩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보니 스스로 시스템이 생기는 느낌이 들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박찬후 씨는 “실질적으로 메시지의 전달 전략을 생각한 적이 없는데 많이 배운다”라며 전략 부분 학습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물론 처음으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부족함도 적진 않습니다. 무엇보다 뉴스랩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각 운영주체가 그리고 있는 ‘뉴스랩 프로그램’의 성격 대한 인식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는 점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교육이 중심이 되는 프로그램으로, 콘텐츠 랩으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한 공간으로 서로 조금씩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팀원 간 이야기는 활발하게 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소통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준영 씨는 “처음에는 교육을 위주로 도구도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좀 아쉽다”라며, “각자 특기가 있는데, 서로의 장점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좀 부족한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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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좀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미진 씨는 “저널리즘을 담아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 기존 저널리즘과 어떻게 융합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합니다. 김예지 <오마이뉴스> 인턴기자는 “기존 뉴스에 대한 분석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한다”라며 “새로운 것에 대한 고민은 좋지만, 의식적으로 기존 저널리즘을 거부하려는 느낌이 있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박대용 <뉴스타파> 기자는 “학생들의 팀워크도 좋고 창의적이다”라며 “기획회의를 하는 걸 보면 기존 언론인 못지않게 잘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저널리즘이 다소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저널리즘의 복원을 기치로 내걸고 있는데, 뉴스랩 프로그램에서는 저널리즘 본연의 기능이라든지, 저널리즘의 정신을 찾아보긴 어려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구성원들 대부분이 저널리즘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지만, 각자 가지고 있는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나눌 시간이 부족했다는 부분이 다소 아쉽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지나치게 ‘콘텐츠’의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강주희 씨는 “’뉴스 랩’보다는 ‘콘텐츠 랩’의 느낌이다”라며 “이미 마케팅이나 엔터테인먼트 쪽에서는 이야기가 많이 됐던 거다”라고 말했습니다. 이현 씨도 “콘텐츠 랩인지, 저널리즘 랩인지 잘 모르겠다”라고 비슷한 의견을 전했습니다.

연구개발 담당 펠로워들도 프로그램의 성격이 흐릿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고수경 씨는 “누군가는 교육을 기대하고, 다른 누군가는 실험을 기대한다. 또 다른 사람은 콘텐츠 제작을 기대하고, 또 캠페인으로 활용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라며 “각자가 생각하는 뉴스랩 프로그램의 성격이 서로 다른데, 이 서로 다른 결을 어떻게 잘 맞물리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것 같다”라고 상호 간에 좀 더 소통이 활발해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장희 씨는 “서로의 방향성이 다른데 아직 합의가 부족한 느낌이다”라며 “대화의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뉴스랩 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강정수 박사는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없어서 우왕좌왕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연말연시가 끝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기가 됐고, 각 팀별 전략도 시간이 지날수록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으므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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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전략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운영진과 <중앙일보>팀

‘이런 저널리즘’이 가능하다

강정수 박사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 새로운 저널리즘의 형식과 내용을 구현하는 모범사례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뉴스랩 프로그램의 운영 취지를 강조했습니다. 또한 “‘이렇게도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서 언론사가 인재를 뽑는 방향성을 바꾸고 싶다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은 “개발, 디자인, 영상 등 서로 다른 능력을 지닌 학생들이 단일한 주제를 놓고 협력적으로 저널리즘 콘텐츠를 생산하는 실험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라며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언론사에도 다양한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양한 형식 실험으로도 기존에 언론사가 구현해왔던 나름의 ‘저널리즘’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부족합니다. 디지털 뉴스를 잘 만든다는 언론사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인턴과 계약직이 제작한 콘텐츠가 주가 된다는 게 명확한 사례입니다. 아직 언론사는 글을 쓰는 사람 이외의 인재에게 충분한 돈을 추가할 생각이 없습니다.

뉴스랩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이 구조에 작은 균열을 일으킬 수 있을까요? 처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생기는 문제들은 있지만,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은 뚜렷합니다. 곧 뉴스랩 프로그램의 콘텐츠들이 실제 제작으로 들어갑니다. 뉴스랩 프로그램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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