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CEO] 김기완 선재소프트 “DBMS 최고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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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어느날, 김기완 선재소프트 대표는 직장생활 17~18년 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을 맞았다. 회사 대표로 매일 출근하고, 직원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외부 약속으로 정신 없는 날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는데, 조용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찾아왔다.

“일어났는데 아무것도 없다는 걸 느끼는 순간 ‘내가 왜 이렇게 됐지?’란 생각이 들더군요.”

김기완 대표는 1999년 알티베이스란 회사를 세웠다. ‘인메모리 DBMS 분야를 넘어 언젠가 글로벌 DBMS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라는 포부를 가지고 회사를 꾸린지 10년. 단 한 번의 적자도 내지 않으면서 직원수 150여명에 이르는 번듯한 회사로 키웠다. 그리고 2009년 대표 자리에서 내려왔다.

10년이나 애지중지 키운 회사에서 그가 왜 물러났는지 자세한 속사정은 모른다. 그 당시를 떠올리는 질문에 김 대표 얼굴 위로 순간 복잡미묘한 표정이 스쳤다. 서운함과 속상함은 아닌, 그렇다고 후련한 표정도 아닌 애매한 미소도 스쳤다. 그 대신 김기완 대표가 어떻게 2009년을 보냈는지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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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했습니다. 매일 산을 올랐어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시작했지요. 마침 할 일도 없으니, 아침마다 북한산을 올랐습니다. 오르다보면 절이 나오는데, 거기에 도착하면 한 아침 10~11시쯤 됩니다. 절에서 산을 오르느라 힘든 몸을 좀 추스리고 내려와서 집에 도착하면 3~4시가 되더군요. 집에 오면 배고프니 점심을 먹었죠. 몸이 피곤해지니까 잠도 잘 올더라고요. 푹 잤습니다.”

김기완 대표는 복잡한 마음을 산에 두고 내려왔다. 산을 오른지 약 1년이 되었을까. 새로운 회사를 세울 기운이 났다. 앞선 기술을 가진 회사, 착한 일을 많이 쌓는 회사를 만들자는 생각에 ‘선재소프트’란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다. 김기완 대표는 그렇게 1년 만에 인메모리 DBMS 시장에 선재소프트 대표로 복귀했다.

‘퇴사’가 없는 회사

회사 창업 소식에 도전 의식이 강한 예전 회사 동료들이 김기완 대표를 찾아왔다. 김 대표를 포함해 초창기 선재소프트 직원은 10여명. 아무것도 없는 바닥부터 김기완 대표는 다시 시작했다. 믿을 건 기술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2년을 꼬박 기술 개발에 투자했다. 이같은 그의 노력을 고객이 조금씩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조금씩 직원이 늘기 시작했다. 총 직원수 27명에 개발자 평균 연령은 30대 후반. 눈빛만 봐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팀이 꾸려졌다.

“개발자가 나이가 들수록 개발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건 편견입니다. 개발자는 나이가 들수록 개발을 더 잘 합니다. 다른 SW 분야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회사차럼 인프라 SW는 장기간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도 많고 연차도 오래된 사람이 좋습니다. 인프라 SW 개발자로 제대로 성과를 내려면 40살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선재소프트는 개발 연차가 오래 쌓였다고 해서 개발자가 관리자가 되는 일은 없다. 퇴사도 없다. 김기완 대표는 자기 분야를 꾸준히 오래 공부한 사람,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경험을 나눠줄 지식을 갖춘 사람을 높이 산다. 건강에 문제가 없고 체력만 된다면 누구나 오래 일할 수 있다.

“신입 개발자를 제대로 된 개발자로 키우려면 최소한 5년은 필요합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요. 그렇다고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야근하는 문화를 원하는 건 아닙니다. 자신의 일도 즐겁게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문화를 만들려고 합니다. 직원이 제대로 일하길 원한다면, 그 직원을 소비재로 보기보다는 투자재로 보고 키워주는 게 맞는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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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재소프트엔 퇴사도 없지만 야근도 없다. 김기완 대표는 야근이라면 질색한다. 개발한다고 밤을 새우고 라구라꾸 침대에서 자는 걸 이해하지 못하겠단다. 이같은 업무 문화가 순간적으로 효율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직원 개인 발전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직원들 대부분이 6시만 되면 자연스레 퇴근한다.

“우리 회사 복지가 훌륭하다고 말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근무시간엔 일에 집중하고 나머지 시간엔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가늘고 길게 일하는 것, 그게 제가 만들고픈 기업 문화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선재소프트엔 없는 게 또 있다. 퇴사도 없고, 야근도 없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도, ‘지시하는 사람’도 없다. 오롯이 직원 개인이 자신의 업무를 정하고, 어떻게 수행할지 고민하는 식으로 일한다. 직급이 있고, 프로젝트 리더가 있지만 누구하나 남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식으로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직원 모두 자율적으로 업무 시간을 정하고, 업무 범위를 정해 일한다.

“우리 회사는 직급이 높다고 해서 ‘꼰대’처럼 앉아서 아랫사람에게 일을 지시하는 구조가 아닙니다. 서로 업무 분담을 나눠서 ‘알아서’ 일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모든 일은 회의를 통해 소통하지요. 시키는 위주면 당장 성과는 날지 모릅니다. 하지만 큰 일이 생겼을 때, 아랫사람은 위에서 뭐라고 지시하는지 기다리기만 하지요. 이런 구조에서는 창의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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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완 대표는 직원들에게 ‘스스로 동기룰 부여해서 일하라’라고 강조하는 편이다. 시켜서 하는 일은 쉬이 지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일에 만족하면서 즐겁게 일할 때 성과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반드시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길 강요하지 않는다. 자율적으로 출·퇴근하길 바란다.

이같은 회사 방침을 악용해서 요령 피우는 직원도 생기기 마련인데, 김기완 대표는 걱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정해진 규칙만 지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걸 경계한다. 이 회사에 있는 게 딱 하나 있다. 소통이다. ‘군자는 화이부동하고 소인은 동이불화한다’란 말이 있다.

“업무를 직원 자율 책임에 맡기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스스로 알아서 주변을 살펴보면서 일을 하지요. 그 과정에서 서로 얘기를 주고 받으면서 소통을 더 많이 하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엔 서로 다르지만 서로 힘을 합쳐서 힘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면서 동시에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전 회사를 크게 키우기보다는 직원 개인을 더 소중히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잘하고 좋아하는 ‘인메모리 DBMS’ 꾸준히

자유분방하면서도 책임을 중시하는 회사 문화 덕일까. 선재소프트는 최근 시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한국거래소(KRX)와 코스콤, 한화증권, 삼성증권 등 금융권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인메모리 DBMS 분야는 제가 잘 하고 좋아하는 분야입니다. 또 이 사장을 바라보는 눈이 좀 남다르다고 봅니다. 전 DBMS 분야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회사로 선재소프트를 키울 생각입니다. 그리고 지금 직원과 함께라면 이 꿈을 이룰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김기완 대표는 DBMS 기업 선두주자로 꼽히는 오라클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과거 오라클에서 일하면서 그는 ‘오라클의 기술을 따라가려면 10년이 걸리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동시에 오라클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말겠다는 꿈을 키웠다고 한다.

“당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DBMS 분야 중에서 오라클이 못하는 부문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인메모리 분야를 노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1996년 사업 계획을 세울때만 해도 온라인 환경이 지금같지 않았습니다. 지켜보지 실시간 처리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시기였고, 과감하게 도전했지요.”

김기완 대표의 도전은 진행중이다. 선재소프트는 현재 ‘클러스터 DB’를 개발하고 있다. 수십 페타바이트(PB)에 이르는 대용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대용량 병렬 처리(MPP) 기술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클러스터 DB는 기존 인메모리 DBMS가 제공하는 빠른 처리 속도에 NoSQL을 도입해 확장성을 높이고, SQL을 통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관계형 DBMS에서 CPU 몇 개를 더 꽂아서 성능을 높이는 스케일 업 방식이 아닌, DBMS 자체를 여러대 연결해서 성능 확장을 꾀하는 스케일 아웃이 가능한 제품을 선보이려고 합니다. 우리처럼 직접 DB를 만들어보고 여러번 호흡을 맞춘 회사라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