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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시티, 유럽과 아시아의 차이

2016.01.13

보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고자 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역사상 쉼 없이 계속 되어온 노력이다. 사실 어떠한 지역 공동체를 ‘도시’라고 구분하여 부르도록 결정하는 자체가 지극히 인위적인 행위이기도 하다. 가령 한국은 지방자치법에 따라 거주자 수와 더불어 그들이 종사하는 산업의 종류와 비율을 고려하지만, 영국의 경우 전통적으로 한 마을이 도시로 승격하는 데 있어 교구성당(diocesan cathedral)이 위치하고 있는가를 중요한 기준 으로 삼아왔다. 1

스마트 시티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인천 송도.(사진 출처 : 플리커 Lee.S.T, CC BY-NC-ND 2.0)

스마트 시티의 대표적 사례로 손꼽히는 인천 송도.(사진 : 플리커 Lee.S.T, CC BY-NC-ND 2.0)

산업화와 함께 늘어난 일자리를 좇아 유입되는 인구를 제한된 공간과 자원으로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오래된 화두와 씨름하던 도시 구성원들은 급속히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에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그렇게 등장한 것이 ‘스마트 시티(smart city)’라는 개념이다. 그리고 이 개념은 등장과 함께 폭발적 관심을 받으며 비슷한 의미로 쓰이던 미래 도시(future city), 지속가능한 도시(sustainable city), 디지털 도시(digital city) 등의 용어를 아우르거나 대체하게 됐다 2.

스마트 시티 건설이라고 하면 하나로 합의된 정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교통, 상하수도, 에너지, 쓰레기 등을 관리함에 있어 빅데이터 분석에 입각한 궁극의 효율을 추구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초기 스마트 시티는 정부 주도 개발의 결과물인 경우가 많았고 한국의 송도가 그 대표적인 예로 자주 거론된다 3. 지난 2014년 6월 인도의 총리 모디는 전국에 100개의 스마트 시티를 짓는 것을 골자로 한 개발계획을 발표하며 2016년 한 해 동안 12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 역시 송도와 같은 하향식(top-down) 접근이라 할 수 있겠다 4.

시민을 도시의 공동창작자로 보는 유럽

반면 유럽의 경우 기존의 도시를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점층적으로 ‘스마트하게’ 거듭나도록 하는 방식에 큰 무게를 싣고 있다. 영국의 밀턴 킨즈, 스웨덴의 스톡홀름,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등이 그 예이다. 또한 홍수와 같은 재난 대비라든가 사물인터넷을 이용하여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이 적절한 보호와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스마트 시민(smart citizens)으로 육성하기 위하여 데이터 이해 및 응용력(data literacy)을 정규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시키는 것 등으로 의제를 확장시켜 나가고 있기도 하다.

시민을 소비자(consumer)가 아닌 도시의 공동창작자(co-creator)로 보는 유럽의 이러한 트렌드는 리빙 랩(living lab), 팹랩(fablab), 해커스페이스(hackerspace) 등 다양한 이름과 모습으로 등장한 ‘디지털 공공 공작소’의 확산 및 인기와도 궤를 같이 한다. 다시 말해 스마트 시티란 소수의 전문가에 의존할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부(그 안에서도 전문 분야가 제각각인 부처들), 인프라 운영자, 서비스 제공자, 학계, 시민 간의 수평적이고 통합적인 연계를 통해서만 구현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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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바르셀로나 팹랩에서 개발된 스마트 시티즌 키트(Smart Citizen Kit) (출처: bit.ly/1Rb86SC. Jorge Sanz CC BY-SA 2.0)

 스마트 시티에 관한 학술 연구는 예상 가능하듯 지금껏 이공계의 압도적 주도로 이루어져 왔다. 한 예로 세계 최대 학술 문헌 인용 데이터베이스인 웹 오브 사이언스(Web of Science)를 검색해보면 2015년 12월 현재 기준으로 이공계열 저널에 798편의 관련 논문이, 사회과학 저널에 210편이 게재된 반면 인문예술계열에서는 단지 17편의 논문이 발표됐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17편의 대부분은 건축 디자인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적은 수이긴 하나 이 논문들에서 우리는 인문학자들이 스마트 시티 생태계(ecosystem) 안에서 어떤 식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인문학이 기여할 수 있는 3가지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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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로런과 티로니의 2015년 논문을 보면 두 저자는 자동차 회사 르노가 자사의 전기차 시장 개척을 위해 프랑스의 한 소도시에서 진행한 카셰어링(car sharing) 실험을 라투르의 행위자-연결망 이론(Actor-Network Theory)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 5. 라투르의 이론 자체가 사물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여러 곳에서 재조명받고 있기도 하지만 그보다 어떠한 기술적 현상을 철학과 이론을 바탕으로 사유하고 해석하는 것이야말로 인문학자들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임을 상기시킨다는 점에 서 의의가 크다.

둘째, 티로니가 그의 다른 2015년 논문에서 보여줬듯 스마트 시티의 존속을 위해 우리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행위와 노동을 인식하고 윤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 또한 인문학적 감수성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6.

셋째, 베르데의 지적대로 스마트 시티를 지향하는 도시나 마을에서 기존의 문화 유산(heritage)들이 어떻게 보호되고 나아가 그 도시의 일부분으로 융화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역시 인문 학자들이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 7).

이 외에도 더 많은 방법과 기회가 있겠지만 위에 나열한 것들을 시작으로 인문학은 스마트 시티 관련 담론을 보다 풍요롭게 하고 시민들이 도시의 공동창작자로서 역할을 해나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KISDI가 ICT인문사회 혁신기반 구축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하는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4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이연옥 영국 SOAS 런던대학교 자문위원입니다. 원제는 ‘스마트 시티의 인문학적 고찰’입니다. <블로터>는 KISDI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potential47@kis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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