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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0g이라는 LG ‘그램15’…무게 재보니 950g

2016.01.14

먼저 LG전자의 절절한 이야기부터 들어야 한다. 15.6인치 노트북을 어떻게 980g으로 만들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 말이다. LG전자가 1월14일 국내 출시한 노트북 ‘그램15’ 얘기다. 2014년 13인치급 노트북을 980g으로 만들며 ‘그램’ 브랜드를 시작한 LG전자는 2015년 1월 14인치급 제품을 980g으로, 다시 꼭 1년이 지난 2016년 15.6인치 제품까지 980g으로 맞췄다. LG전자는 이를 집요함과 절실함의 결과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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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까지 떼내며 만든 980g

LG전자는 노트북 뒷면에 으레 붙어 있기 마련인 제품 라벨 스티커를 떼버렸다. 스티커 대신 레이저 각인이 라벨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보통 제품 하나에 총 4개의 스티커가 붙는데, 스티커 넉 장의 무게는 겨우 0.2g. 0.2g을 덜어내기 위해 공정을 바꾼 셈이다. 그램15를 위해 LG화학이 배터리도 새로 개발했다. 지난해 소개한 14인치 제품과 같은 용량이면서도 무게는 줄여야 했다. 결국, 그램15를 위한 고밀도 배터리가 완성됐다. 배터리의 크기와 무게를 줄이고, 용량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덜어낸 무게는 겨우 7g. 그야말로 종이 한 장의 차이다. LG디스플레이에서도 그램15를 위한 연구가 동시에 진행됐음은 물론이다. 기존 14인치 제품과 비교해 더 얇은 IPS 디스플레이가 그램15에 붙었다. 몸체 소재는 항공기와 슈퍼카 등에 쓰이는 희토류 마그네슘으로, 몸체 밑판을 지탱하는 부품은 포스코가 생산한 마그네슘으로 바꿨다.

말하자면, LG전자의 15.6인치 노트북 다이어트 프로젝트는 어느 한 부분에서 많은 무게를 덜어낸 혁신의 결과물이 아니다. LG전자 내부는 물론 계열사와 관련 부서 각자가 이뤄낸 작은 성과가 모인 결과다. 저열량 식단에 꾸준한 운동, 필요하다면 지방흡입수술까지 감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 다이어트라고 생각하면 될까. LG전자는 13인치와 14인치에 이어 15.6인치 노트북까지 오늘날 가장 많이 쓰이는 크기의 노트북 제품군 전부를 980g으로 만들어낸 최초의 제조업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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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980g이라는 무게도 말하자면 최대값이다. 최대값인 동시에 LG전자 노트북의 브랜드다. “980g보다 더 가볍다더라”는 LG전자의 ‘겸손한 마케팅’ 유머에 등장하는 것처럼, 그램15도 실제로는 980g보다 더 가볍다. 현장에서 실제 판매용 제품을 전자저울에 올려봤더니 숫자는 950g을 가리켰다. 제품 여러개를 바꿔가며 각기 다른 저울에 올려봐도 숫자는 970g을 넘지 않았다. 왜 더 큰 숫자로 마케팅을 펼치는 것일까. 오차 때문이다.

조홍철 LG전자 PC마케팅팀 과장은 “A4용지 3~4장이 20g 정도 된다”라며 “도료에 따라, 혹은 여러 영향에 따라 십수 그램 정도는 차이가 날 수 있어 980g을 브랜드로 내세우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14인치는 13인치 노트북과 비교해 더 나은 생산성을 보장한다. 15.6인치는 14인치보다 더 큰 화면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경쟁업체의 15.6인치 노트북이 육중한 무게 때문에 책상의 붙박이로, 이른바 ‘데스크노트’라는 오명을 쓸 때 LG전자는 휴대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램15 개발에 몰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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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램15에 적용된 숫자 키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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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을 위한 충분한 포트가 마련돼 있다.

무게를 줄였으니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성능과 확장성은 타협하지 않았다는 게 LG전자의 주장이다. 그램15는 6세대 인텔 코어 프로세서로 동작한다. 저전력 i5 혹은 i7 프로세서로 돌아간다. 내장 램 용량은 8GB,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용량은 256GB다.

몸체 옆면에는 USB3.0 포트 2개와 USB2.0 포트 1개가 마련돼 있어 확장성도 걱정 없다. 마이크로SD 메모리를 직접 끼울 수 있도록 별도의 슬롯도 준비돼 있다. 모니터 연결을 위한 HDMI 포트는 기본이고, 차세대 입출력 포트로 주목받고 있는 USB-C 타입 포트까지 적용됐다. 날이 갈수록 쓰는 이들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와이파이에 연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별도의 액세서리 없이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이더넷 포트도 마련돼 있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확장성과 성능을 포기하는 다른 업체의 개발 전략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공혁준 LG전자 PC 상품기획팀장은 “사용자가 노트북에서 원하는 요소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초경량이고 다른 하나는 멀티태스킹을 위한 큰 화면”이라며 “그램15는 두 가지 요소를 하나로 만들기 위한 노력 끝에 완성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PC 시장 어렵지만…아직 사용자는 ‘생산성’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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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그램15를 소개한 이 날 전세계 PC 시장 성적표가 나왔다. 결과가 공교롭다. PC 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자료를 보자. 지난 2015년 4분기 전세계 출하된 PC 대수는 7570만대다. 2014년 같은 분기와 비교해 8.3% 감소한 성적이다. 2015년 한 해 동안 출하된 전체 PC 대수는 2억8870만대로, 2014년과 비교해 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른 시장조사업체 IDC 자료는 더 우울하다. 2014년과 비교해 PC 출하 대수가 10.4%나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우10’을 출시하고 인텔이 6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았지만, 추락하는 PC 시장에는 백약이 무효했다는 의미다. 그램15에 담은 LG전자의 해법은 무엇일까. 가볍고, 생산성 높은 노트북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는 아직 꾸준하다는 게 LG전자의 관측이다.

장익환 LG전자 PC/모니터 사업담당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PC 시장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서피스’ 시리즈와 같은 ‘투인원(2-in-1)’ 시장은 성장하고 있다”라며 “이 같은 현상은 노트북에서 생산성을 원하는 이들이 꾸준히 제품을 찾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투인원 형태의 제품은 아니지만, LG전자의 그램 시리즈는 투인원 제품군이 내세우는 가벼운 무게와 생산성을 확보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익환 사업담당은 “LG전자도 현재 투인원 제품을 준비 중이며, 꾸준히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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