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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of Breed’ SW시대의 마감에 대한 단상
by 기쁘미 | 2007. 11. 13

7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팅 인프라는 메인프레임의 시대였다. 기업들은 메인프레임 하나로 필요한 대부분의 업무를 뚝딱 해치웠다. 그래서였을까? 메인프레임을 ‘주특기’로 하던 ‘빅블루’ IBM은 IT업계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메인프레임 전성시대에 IBM은 지지않는 해의 이미지로 다가왔다. 누구도 IBM을 막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대세론을 틀어쥔 IBM의 전성기는 70년대말까지 식을 줄 몰랐다. 그들은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했다.

그러나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권불십년’, ‘달도차면 기운다’는 말은 괜히 생겨난게 아니었다. 80년대 들어 클라이언트 서버(CS) 환경이 메인프레임의 아성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CS는 그저 그런 도전자가 아니었다. IBM은 쳐다보지도 않았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타이슨같은 핵주먹이었다. 영원할 것 같던 메인프레임도 CS가 내민 핵주먹앞에서는 비틀거렸다. IT황제가 단숨에 구시대의 유물로 전락했다. 메인프레임 전성시대는 그렇게 저물었고, CS 황금시대가 열렸다.

CS 전성시대가 개막되자 새로운 스타들이 등장한다. 분야별 전문 SW를 개발하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었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SAP, 피플소프트, BEA시스템즈, 로터스 등은 상처받은 메인프레임이 남긴 힘의 공백을 메우며 기업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메인프레임이 공룡이었다면 CS에 기반한 이들은 발빠른 포유류였다. 변화에 빠른 대응 능력을 보이며 그 영토를 확장해 나갔고, 이를 바탕으로 메인프레임을 그로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지지않은 해로 통하던 IBM은 그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그러나 역시 IBM이었다. 외부인 루 거스너를 CEO로 영입한 IBM은 과감한 개혁으로 90년대 초반의 대위기를 극복했고 90년대말부터는 다시 컴퓨팅 산업의 맹주 대열에 복귀할 수 있었다.)

메인프레임 이후를 장식한 포유류 SW기업들은 베스트 오브 브리드 전략을 추구했다. 베스트 오브 브리드 전략은 말그대로 ERP는 SAP, 데이터 베이스는 오라클, 미들웨어는 BEA 하는 식으로 고객들이 분야별로 입에 맛는 소프트웨어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은 골라쓰는 재미를 느꼈고, 이것은 다양한 전문 업체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베스트 오브 브리드는 그렇게 새로운 시대 정신이 됐다. 2000년대초반까지도 베스트 오브 브리드는 거침없는 질주를 계속했다. 70년대 IBM이 누렸던 영광과 맞먹을 정도였다. 그러나 역시 권불십년이었고, 달도 차면 기울었다. 2000년대 초반을 지나자 베스트 오브 브리드에 대항하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 통합이었다.

통합은 골라쓰지 말고 되도록이면 한 업체에서 모든 SW를 구입, IT의 복잡성을 줄여야 한다는 논리를 담고 있었다. 때맞춰 베스트 오브 브리드 전략으로 몸집을 키운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문 업체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CA는 SW백화점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였고, 하드웨어 업체란 딱지를 떼어내고 싶었던 IBM도 SW업체들을 대거 인수, ‘통합의 원조’를 부르짖기 시작했다

그와중에 수많은 전문업체들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피플소프트, 시벨, 로터스, 머큐리 인터액티브 등 한때를 풍미했던 전문 SW업체들이 거대 IT기업들의 품에 안겼다. 이것은 베스트 오브 브리드의 시대는 끝났으며, 토털 솔루션 또는 통합이란 말이 21세기 대세론이 됐음을 알리는 선언과도 같았다. 가상화와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SOA)를 발판으로  과거 메인프레임과 유사한 흐름이 유닉스나 x86 환경에서 부활했다는 말도 들린다.

통합 대세론은 베스트 오브 브리드에 빈틈을 주지 않았다. 통합 열기속에서도 전문 업체들이 주도하는 영역으로 통했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시장도 통폐합시켜 버린 것. 2007년에만 BI시장을 이끌던 전문 업체 3인방이 차례로 사라졌다. 오라클은 하이페리온을, SAP는 비즈니스 오브젝트를, IBM은 코그노스를 집어 삼켰다.

베스트 오브 브리드 시대가 끝나자 기업용 SW업계 판도는 매우 단순해졌다. IBM, MS, 오라클, SAP, HP, CA 정도가 남아 있다. 이들은(IBM을 빼고) 한때 포유류로 통했으나 이제는 공룡으로 변해버렸다. 공룡간에도 먹이사슬은 존재한다. MS가 기업용SW 시장 강화를 위해 SAP를 인수한다는 소문은 여전히 그럴듯한 시나리오로 통하고 있다.

공룡들의 틈바구니 속에 시만텍이나 BEA시스템즈만이 전문 업체라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BEA의 앞날은 안개속이다. 오라클이 이미 사고싶다는 뜻을 밝혔고 BEA 이사회 역시 값만 맞는다면 팔겠다는 입장이다. 통합 대세론은 이렇게 베스트 오브 브리드의 마지막 결사항전마저도 꺾어버릴 태세다.

지금 이순간 궁금하다.

오라클이든, IBM이든, HP든, SAP든, CA든 골라쓰면 된다지만 고객들도 이같은 상황을 반기고 있을까? 독자 성장의 한계를 느낀 공룡기업들이야 매출은 올리고 경쟁사는 죽이는 일거양득의 인수합병(M&A)를 통해 탈출구를 마련했다지만 골라쓰는 재미가 없어진 고객들도 통합 대세론을 진짜 대세론으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냥 업체들이 주장하는 대세론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메인프레임에서 클라이언트 서버 환경으로 바뀌던 과정을 추억하고 있으니 그럴것 같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닐 것 같다는 의구심도 든다.

권불십년이요, 달도차면 기운다는 말을 한번더 써야겠다. IT환경의 주도권은 70년대가지 통합 인프라를 제공하는 메인프레임이 분위기를 틀어쥐었고 80년대 들어서는 CS에 기반한 베스트 오브 브리드로 헤게모니가 넘어갔다.

2000년대 들어 베스트 오브 브리드는 다시 통합에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인생사 돌고도는 것이듯 컴퓨팅의 역사 또한 통합과 분산으로 돌고 돌았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분산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소설을 쓴다면 차세대 분산의 시대는 웹에서 터져 나올 것 같다. SaaS로 대표되는 구글과 세일즈포스닷컴이 플랫폼으로서의 웹 시대를 맞아 통합 대세론에 하이킥을 날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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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규 기자… 업무 때문에 알게되었는데 정말 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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