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CEO] 고재권·김진목 다봄소프트 “APM 넘어 BTM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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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글로벌 국제 금융 전문가를 꿈꾼 공대생이 있었다. 친구 따라 컴퓨터를 전공하게 됐지만 은행에서 일하고 싶었던 이 청년은 열심히 노력해서 은행 행원 모집 시험에 합격했다. 연수를 마치고 지점 발령만 기다리던 중 그는 돌연 ‘컴퓨터’ 전공이라는 이유로 전산실로 배치를 받았다. 아마 이때 부서 배치에 불만을 품고 회사를 그만뒀더라면 지금의 고재권 다봄소프트 대표를 못 만났을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둘
1989년 삼성그룹 공채 입사 때, 삼성물산을 가겠다고 손 든 청년이 있다. 생물학을 전공한 그는 상사맨을 꿈꾸며 삼성물산을 지원했다. 조선학과 항공학과 출신은 자기 전공 살려 관련 분야로 부서 배치가 이뤄질 때, 생물과 물리학과 등 자연과학계열은 ‘기타 이공계’로 불리며, 전부 전산 쪽으로 부서 배치가 이뤄졌다. 이후 김진목 다봄소프트 부사장은 삼성 SDS에서 6년 가까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운명의 장난일까. 뜻하지 않게 자신의 바람과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은 티맥스소프트에서 만났다. 비슷한 배경을 가지고 같은 소프트웨어 회사에 입사했다. 고재권 다봄소프트 대표와 김진목 다봄소프트 부사장은 처음부터 SW에 대한 확신이 있어서, 대단한 매력을 가지고 이 분야로 진로를 결정한 건 아니었다. 그렇기에 서로를 더 잘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더는 같은 회사에서 일하지 않을 때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던 둘은 자연스레 같은 목표를 공유하며, APM(애플리케이션 성능 관리) 솔루션 기업 다봄소프트를 세웠다.

(왼쪽부터) 고재권 다봄소프트 대표, 김진목 부사장

고재권 다봄소프트 대표(왼쪽)와 김진목 부사장

엔파로스, 금융시장을 노리다

다봄소프트를 얘기하려면 과거 APM 솔루션 ‘파로스’로 업계 2위를 달리던 유피니트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유피니트는 2014년 8월 APM 이외 사업으로 유통사업을 하다가 하드웨어 재고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회사는 사라졌지만, 직원과 기술은 고스란히 남은 상황이었다. 당시 유피니트에서 파로스 APM 솔루션 개발을 주도한 핵심 개발자와 엔지니어는 재기를 꿈꿨다. 이들은 재취업과 창업의 갈림길에서 3개월 가까이 고민을 거듭하다, 더 좋은 APM 솔루션을 만들어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이들은 의기투합해 회사를 설립했다. 다봄소프트다.

다봄소프트를 설립하고 새로운 APM을 개발하던 중 파산을 관리하던 법원 공매사이트에서 유피니트 지식재산권인 ‘파로스 APM’을 매각한다는 공고가 떴다. 다봄소프트는 이를 기회로 보았다. 지식재산권 확보를 통해 유피니트 시절 같이한 고객과 파트너를 다봄소프트 고객 창구로 데려올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유피니트와 법적으로 관계가 없지만, 법원 공매에 참여해 파로스 솔루션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

▲출처 : 다봄소프트 페이스북

다봄소프트는 이후 자사 APM 솔루션 이름을 ‘엔파로스 자바’, ‘엔파로스 TP’, ‘엔파로스 트레이스’로 지으며 유피니트 파로스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이후 유피니트 시절 강세를 보였던 금융 시장을 다시 공략하고 나섰다.

“금융 분야는 고도로 분산된 IT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상호 연계해 처리하는 비즈니스 트랜잭션 모니터링 요구가 늘어나고 있지요. 다봄소프트 솔루션은 복잡한 구성을 갖는 IT 인프라 환경에서 처리되는 비즈니스 트랜잭션을 마치 하나의 머신의 하나의 비즈니스 트랜잭션이 처리되는 듯 단순화해 처리 흐름을 모니터링해 줍니다.”

이 과정에서 고재권 대표가 과거 은행에서 6년 넘게 근무한 경험이 빛을 발했다. 고 대표는 금융 쪽에서 직접 일해봤고 관련 전문 용어도 꿰고 있다보니 고객을 대하거나 은행 시스템에 이해도가 높아 도움이 됐다.

실제로 전북은행, 경남은행, 효성캐피탈, 한화투자증권, 신협, 하나카드(구 SK카드) 등에서 다봄소프트 솔루션을 이용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OLTP) 처리해 IT 인프라 구간 중 병목 지점을 분석하고 대응 계획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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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M 솔루션이 거기서 거기라고, 이미 포화 상태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에 추세가 바뀔 뿐, 제품 자체가 사라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봅니다. 이 포화시장에서 제품 스스로 기능을 추가해 대응하면 될 일이지요.”

다봄소프트는 APM을 넘어 BTM(비즈니스 트랜잭션 모니터링) 분야를 넘보고 있다. 실시간에 가깝게 애플리케이션을 모니터링하는 기능은 많지만, 미리 애플리케이션 장애를 예측해서 비즈니스 트랜젝션 현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추적하는 솔루션은 없다는 생각에서다. 김진목 부사장은 BTM 시장에서 다봄소프트가 기회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았다.

“사전 예측을 통해 장애 자체를 방지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양대학교 이기천 교수 연구팀과 함께 AI 분야 산학협력을 통해 머신러닝 기술을 확보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머신러닝 분야를 우리 회사 혼자서 구현하기엔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합니다. 이 연구가 마무리되면 최소 30분 전이나 1시간 전에 ‘1시간 후에 장애 날 가능성이 80% 되겠다’라고 예측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뢰와 기술, 회사를 지탱하는 힘

이 회사 대표인 고재권 대표는 정작 유피니트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 그런데도 직원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합류해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뱅크웨어글로벌에서 솔루션 사업본부장으로 일한 그는 어쩌다 다봄소프트 대표로 합류하게 됐을까.

“김진목 부사장이 당시 유피니트에서 최고운영책임자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티맥스 퇴사 후에도 자주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었거든요. 그러던 차에 다봄소프트 창업 소식을 듣고 뭔가 도움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사업 초기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으로 뱅크웨어글로벌에 투자 검토를 요청했습니다. 투자가 결정되고, 그렇게 다봄소프트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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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권 대표

 

고재권 대표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다봄소프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뱅크웨어글로벌을 설득했다. 사람을 보고, 기술을 믿었다. 파산 당시 유피니트가 주관사업자로 진행하던 국가연구개발과제(산업융합원천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던 경험과 김진목 부사장에 대한 믿음이 한몫했다.

투자를 결정한 모회사인 뱅크웨어글로벌은 금융 분야를 주력 시장으로 보고 있다. 다봄소프트 APM 솔루션의 고객사는 주로 금융권이다. 투자 제안 시작은 고재권 대표가 했지만, 뱅크웨어글로벌도 투자해서 손해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 투자로 핀테크, 인터넷 전문은행 구축, M&A 완료 후 시스템 통폐합 등으로 시스템 투자 쪽으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파산 후 새롭게 출발하는 다봄소프트에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판단 기준은 ‘사람’과 ‘기술’이었습니다. 새 출발을 하지만 시장에서 10년간 100여곳 이상 고객을 확보한 APM 솔루션을 가진 매력적인 회사였지요. 그 제품을 만든 사람이 한 곳에 다시 모인다고 하니, 제 입장에선 기회로 보였습니다.”

투자 의도가 좋다고 해서 일이 꼭 잘 풀리란 법은 없다. 그러나 다봄소프트는 예외다. 유피니트 시절부터 1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춘 개발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서로 자기가 맡은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업무를 나눴다. 다봄소프트 창업 이후 이들은 유피니트 시절 개발한 제품을 어떻게 개선해서 고객을 사로잡을 것인지를 고민하고 이에 맞춰 계획을 세웠다. 개발을 어떻게 진행할지 1년 로드맵도 짜놓은 상태다.

다봄소프트는 아침에 출근하면 차 한 잔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모닝티타임’ 시간을 가진다. 일 얘기를 하려고 만든 시간은 아닌데, 자연스레 개발 관련 얘기로 이어진다. 설립된 지 이제 막 1년을 넘었지만, 조직원끼리 그 어느 회사보다도 끈끈함을 자랑한다.

“단순히 사람만 좋은 회사가 아닙니다. 업계에서 쌓은 10년 경력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0년 동안 한우물을 판 이들이 존재하는 회사지요. 앞으로 무섭게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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