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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구직자 오작교 되리…‘스타트업 리크루팅 데이’

2016.02.01

구직자 신분인 이들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헬조선’이지만, 사실 스타트업 처지에서도 구인은 쉽지 않은 이야기다. 구직자들은 그런 스타트업이 있는지도 모른다. 스타트업은 구직자에게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생기는 미스매치.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고, 일단 만나봐야 얘기라도 나눌 수 있을 것 아닌가. 지난 1월27일 구글코리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젝트 구글 캠퍼스 서울과 헤드헌팅 서비스 스타트업 ‘원티드’가 함께 스타트업 채용 행사 ‘스타트앳스타트업’을 마련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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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과 구직자 이어주는 ‘단체미팅’

스타트앳스타트업 행사는 이번이 3회째다. 구인을 원하는 스타트업과 스타트업 구직을 원하는 지원자가 주인공인 행사다. 2016년 처음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에는 구직자 800여명이 몰렸단다. 매회 구직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구인과 취업으로 이어진 사례도 회마다 10여 차례나 등장했다.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사업 스토리를 풀어낼 수 있어 좋고, 구직자는 자신과 어울릴 것 같은 스타트업을 알아볼 수 있어 좋다.

스타트앳스타트업의 채용 과정은 이렇다. 구직자가 지원 의사를 밝히면, 구글 캠퍼스와 원티드랩이 행사에 참여할 인원을 선별한다. 행사 참여 기회를 얻은 이들은 행사장에서 구인 중인 스타트업과 만날 수 있다. 행사장에 스타트업별로 소규모 설명회가 마련되면, 관심 있는 업체의 그룹에만 참여하면 된다. 실제 구직을 위한 지원서 접수는 행사가 끝난 이후 얼마간의 준비 기간을 가진 후 원티드를 통해 이루어진다. 구인 중인 스타트업이 지원자에 관심을 보이면, 면접 등 일반적인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된다. 스타트업은 열정적으로 자신에 관해 설명하고, 구직자는 행사에 참여한 스타트업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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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건 원티드랩 공동창업자

“지원자들은 스타트업에 관해 잘 몰라도, 행사를 통해 업체가 하는 일에 관해 이해를 넓힐 기회라고 생각하고요. 채용하는 쪽에서도 짧은 기간에 많은 지원자를 만날 수 있어 행사에 만족도가 높은 편입니다.”

원티드랩 황리건 공동창업자는 “행사에 참여한 구직자들이 실제 행사장에서 만난 스타트업에 많이 지원한다”라며 “일이 바빠 구인 과정에 상대적으로 신경을 기울이기 어려운 스타트업에도 이 같은 행사는 좋은 구인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에는 금융 스타트업 ‘뉴지스탁’과 뷰티 IoT스타트업 ‘웨이웨어러블’, IoT 스타트업 ‘비트파인더’, 교육 스타트업 ‘노리(Knowre)’, MCN 및 뷰티 콘텐츠 스타트업 ‘서울스토어’, 현지 여행 가이드 서비스 ‘마이리얼트립’까지 총 6개 업체가 구인 스타트업으로 참여했다. 구직자는 400여명이 참여했다. 구직자와 1 대 1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스타트업 부스는 덤이다.

“업무? 능숙하지 않아도 좋아요”

스타트업은 어떤 지원자를 원할까. 여행을 업으로 삼은 스타트업은 여행을 좋아하는 구직자를 찾고 있었고, 최근 제품을 개발해 배송을 준비 중인 IoT 스타트업에서는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미용 복지를 받으며, 현장에서 일 할 인재를 찾고 있었다.

여행자와 현지 여행 가이드를 연결해주는 서비스 마이리얼트립도 이번 스타트업 리크루팅 데이에 참여했다. 그동안 경력자 위주로 팀원을 꾸려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신입 직원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부스를 꾸렸다는 게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의 설명이다.

“처음에는 우리 회사가 경력직 위주로 꾸려져 왔어요. 그런데 인턴을 하던 친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함께 일을 시작해보니, 성과가 기대 이상이더라고요. 이번에 신입 직원들과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싶어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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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을 원하는 스타트업의 부스에서는 업체와 구직자의 활발한 정보교류가 이루어진다.

마이리얼트립에서는 디자인과 개발 직군에서 각각 한 명씩 신입 직원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일과 여행의 관계가 모호할 정도로 자유로운 근무 환경이 마이리얼트립이 내세우는 복지다. 마이리얼트립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을 직원으로 맞이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동건 대표는 “우리 회사에 지원하는 분들은 여행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며 “업무에 능숙하기보다는 배우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회사에 기여하려는 태도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회사와 함께 성장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점도 스타트업에서 경험할 수 있는 큰 가치가 아닐까. 자유로운 분위기와 허물없는 의견 개진, 그리고 일에 대한 책임은 스타트업의 삶을 묘사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기도 하다.

구인을 위해 참여한 비트파인더의 한 관계자는 “경력보다는 팀과 잘 어울릴 수 있는지가 스타트업에 함께 하려는 이들의 중요한 덕목”이라며 “비트파인더도 스타트업 특성상 무척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어 좋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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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참여자가 함께 듣는 ‘파이어사이드챗’이 끝나면, 스타트업과 소규모 지원 예정자들의 그룹 설명회가 이어진다.

“하고 싶은 일 하고파 스타트업 찾아왔어요”

인재를 찾는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을 찾는 구직자들도 원하는 바는 분명하다. 스타트업이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혹은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는 갈망 말이다. 어쩌면 높아질 대로 높아진 기존의 취업 문 대신 선택하게 된 일종의 취업 전략일 수도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거리를 찾는 취업준비생이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도 취업난이 빚어낸 새로운 취업 풍속도가 아닐까.

이번 행사를 준비한 원티드랩도 스타트업이다. 이현규 원티드랩 디자이너는 대학을 졸업하고, 스타트업에서 길을 찾았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대기업 취업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게 이현규 사원의 설명이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하고 싶은 일을 찾고자 하는 이들의 스타트업 취업, 창업 파도가 잔잔하게 일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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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업체에 취업한 선배들의 설명을 들으면, 자기가 꿈꾸던 디자인 생활과는 거리가 먼 일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하고 싶은 일은 할 수 없다는 고민도 많이 들었고요. 다른 기업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역량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 스타트업 취업의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 스타트업에 합류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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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관료적인 조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이들도 스타트업 구직을 위해 이날 행사장을 찾았다.

취업을 준비 중인 ㄱ씨는 “여러 인턴 경험을 해보니 대기업과 잘 맞지 않는 것아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라며 “스타트업에 관해서는 잘 몰랐지만 이번 기회에 알아보고, 또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라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구글 캠퍼스와 원티드랩은 앞으로 매달 스타트업과 구직자를 연결해주는 오작교 역할을 이어갈 예정이다. 홀수 달에는 신입 채용을, 짝수 달에는 경력 채용 행사가 진행된다. 취업을 준비 중인 이들은 물론,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꿈꾸는 경력자들도 행사에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구인을 위해 행사에 참여하는 스타트업은 회마다 유동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게 원티드랩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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