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래시’를 보면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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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기사는 ‘신문’이라는 묶음 상품의 구성품이 아니라 개별 콘텐츠 단위로 팔린다. 낱개 단위로 포털이나 소셜미디어 등의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디지털 시대에는 신문 1면을 통해 의제를 설정하는 1면 전략이 폐기됐다고들 한다. 신문의 첫 면에 실리는 기사, 문구, 사진의 의미는 날로 줄어든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도 효과적인 1면 전략을 통해 브랜딩을 강화하는 매체가 있다. <허핑턴포스트>다. <허핑턴포스트>의 1면은 ‘스플래시’라고 불린다. 대서특필, 굉장히 튀는 색상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스플래시는 헤드라인과 사진을 결합하는 <허핑턴포스트>만의 독특한 프론트 페이지다. 스플래시는 <허핑턴포스트>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창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1월23일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이 ‘제2회 넥스트 저널리즘 스쿨’에서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스플래시 전략을 살펴봤다. 김도훈 편집장은 “스플래시는 매체의 정체성, 매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좋은 통로”라며 “(스플래시는) 전통적인 저널리즘의 이상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도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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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스플래시에는 ‘십계명’이 있다. 스플래시를 제작할 때 고려하는 원칙이다. 대표적인 원칙은 다음 2가지다.

  • SNS에서 사용된 유행어는 절대 카피에 넣지 않는다 : 디지털 세계에서 유행어는 일주일이 지나면 생명이 끝난다. 소셜미디어로 뉴스를 소비하는 사용자는 젊다. 지금의 10대, 20대, 30대에게 어떻게 올드해 보이지 않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 좋은 사진이 없는 기사는 스플래시감이 아니다 : 스플래시로 올리겠다고 생각한 시점부터 이미지를 그리고 있어야 한다. 좋은 사진이 없으면 과감하게 포기하고 다른 기사로 간다.

김도훈 편집장은 “새로운 카피, 새로운 사진으로 실패하는 게 고루한 사진, 고루한 카피로 대충 넘어가는 것보다 훨씬 멋진 일”이라고 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도훈 편집장은 과거 스플래시를 통해 구체적으로 스플래시 전략을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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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럽게 들어가야 ‘그런 기운이 온다’. 사람의 얼굴만큼 효과가 좋은 사진은 없다.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인물 사진을 목까지 잘라서 쓴다. 과감하게 잘라서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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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여야합의로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다. 연합뉴스 DB, 한겨레 DB를 미친듯이 뒤져서 찾아냈다. 사진을 먼저 고르고 헤드라인을 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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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매체가 성완종의 사진을 사용했다. 평범한 사진으로는 독자의 흥미를 끌 수 없다. 성완종이 기자회견 당시 눈물을 흘렸는데, 눈 부근만 잘라서 눈물이 보이게 만들었다. 모바일에서는 깊게 자르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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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 흰코뿔소가 4마리밖에 남지 않았다는 내용이다. 동물도 똑같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동물이든, 사람은 눈을 보면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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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성기는 귀엽게 포장하는데, 왜 여자의 성기는 말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했다. 내 몸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서는 불편하게 생각했던 것과 마주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를 과감하게 쓴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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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헤드라인을 달지 않고 숫자로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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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보이>가 더는 여성의 누드를 싣지 않는다는 역사적인 결정을 했을 때다. 스플래시를 만들 때는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할지 그래픽적인 ‘맛’을 살릴지 고민한다.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가끔은 타협도 하고, 가끔은 그래픽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밀어붙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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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빈곤율이 역사상 최저를 기록했을 때다. 한국의 매체는 빈곤을 다룰 때 상습적으로 아프리카 난민 아이들이 배고픈 얼굴로 누군가를 쳐다보는 사진을 쓴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너무 익숙해졌기 때문에 이미지가 줄 수 있는 영향력이 없다. 클리셰가 돼 버린 거다. 과감히 다른 이미지를 쓰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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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이 감청을 할 수 있게 했다는 기사가 나온 날이다. 워낙 많은 매체가 기사를 내서 똑같은 헤드라인을 쓰고싶지 않았다. 다들 이석우 전 대표의 얼굴만 사용해서 그 사진을 사용하기도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카카오프렌즈 중 가장 우울하고, 또 감청당하고 있는 것 같은 이모티콘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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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를 썼다. 10대 독자들이 ‘이완’ 다음에 붙은 네모가 뭐냐고 물어봤다. 하지만 헤드라인을 뽑을 때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자 혹은 영어로 헤드라인을 뽑아도 누군가 번개처럼 나타나서 설명해 준다. 이전의 매체는 혼자 보기 때문에 모르면 답답하지만, 앞으로는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서 토론도 하고 설명도 하고 싸움도 한다.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단어를 꼭 쓸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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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포스트> 10주년 기념으로 다음 10년의 인물을 뽑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때 뽑았던 사람이 이자스민이다. <허핑턴포스트>는 정치인과 인터뷰를 가끔 하는데, 잡지에서 일할 때 알던 패션사진작가를 데려간다. 정치인을 미디어의 사진기자가 찍으면 모두가 봤던 이미지가 나온다. 패션사진작가는 다르다. 소위 말하는 ‘엣지’를 주기 위해서 플래시를 팡팡 터트리거나 구도를 바꾸곤 한다. 그러면 다른 사진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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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없이 서체를 강조하는 이미지를 사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