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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띄웠다가 경찰서 다녀왔습니다

2016.02.03

지난 수요일이었습니다. 처음으로 경찰서에 간 경험을 하게 된 것은요. 간단히 말하면, 사무실 근처에서 드론을 날렸다가 여러 ‘공교로움’이 더해져 경찰서까지 다녀온 일입니다. 보통은 국내에서, 특히 서울에서 드론 비행은 금지돼 있습니다. 하지만 사업용이 아닌 무게가 12kg 이하인 것, 고도 150m 아래에서 비행하는 행위 등 규제가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는 드론을 날릴 수 있습니다. 불법적인 행위가 없는 장난감 드론의 비행이었는데도 경찰로부터 ‘테러’ 의혹을 받아야 했던 기구한 사건을 말씀드립니다.

사진에 보이는 제품이 이번 사건에 연루된 드론입니다. 무게는 약 1~2kg, 프로펠러가 4개 달린 쿼드콥터죠. 중국의 시마라는 업체에서 제작한 제품으로, 10여만원 정도의 가격에 국내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기종입니다. 카메라도 달려 있고,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을 활용하면, 스마트폰 화면에서 실시간으로 드론의 카메라가 촬영 중인 영상을 보고 녹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카메라가 경찰의 눈에 매우 불온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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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진짜 하늘은 난다고?

그동안 드론을 실제로 날려본 적이 없었습니다. 덕분에 사무실에 도착한 드론에 호기심이 생겼죠. 점심식사를 마치고, 포장을 뜯어 곧장 사무실 근처 어린이 공원으로 나갔습니다. 탁 트인 넓은 장소가 없는 도심에서는 그나마 공원이 안전하게 드론 시험비행을 할 만한 장소입니다. 본체에 전원을 넣고, 컨트롤러의 전원을 켰습니다. 드론 몸체에 달린 램프가 몇 번 깜빡이더니, ‘부웅~’하며 이내 프로펠러가 돌기 시작합니다.

드론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하늘로 튀어오르자 함께 나간 동료들이 환호성을 지릅니다. 말만 들었지, 실제로 드론을 하늘에 띄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요. 드론을 조작하는 일은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똑바로 하늘로 띄우는 일도 어려울 뿐더러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것은 더 어려웠습니다. 싸구려 장난감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사고가 났습니다. 드론이 나무 꼭대기에 걸려버린 겁니다. 나무를 오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장대도 없으니 망연자실할 수밖에요. 드론은 그대로 나무에 남겨두고 사무실로 돌아와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컨트롤러만 손에 쥐고 말이죠. 나무에 걸린 드론이 좀 위험해 보이더군요. 저러다 바람이라도 불어 땅에 떨어지기라도 하면, 사람이 맞아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까요. 구청의 공원관리사무소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무 위에 장난감 헬리콥터가 걸려서요. 회수하지 않으면 떨어져 사람이 다칠 수도 있어 좀 위험해 보이네요.”

신고를 하니 얼마 후 공원 관리원으로 짐작되는 구청 직원으로부터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걸로 끝인 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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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에 탑재된 카메라로 스마트폰에서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지구대로 와주셔야겠는데요”

점심시간을 그렇게 보내고, 오후 늦은 시간에는 역삼동으로 이동했습니다. 강남의 모 업체에서 일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이 드론은 잊고 있었죠. 건물 회의장에 들어가 막 짐을 내려놓았는데, 이번엔 합정역 인근 지구대의 보안과 경사에게 전화가 걸려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나무에 걸린 드론 신고하신 분이시죠? 언제 발견하셨어요?”

“아까 점심시간이었는데요. 왜 그러시죠?”

“아, 일단 우리가 조사를 좀 해봐야 하니까요.”

조사? 순간 여러 생각이 머리를 스쳤습니다. 무엇을 조사한다는 것일까. 드론이 나무에 걸어둔 것에 무언가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던 것일까. 아니 그보다 공원 관리인의 손에 있어야 할 드론이 왜 지구대로 흘러들어간 것일까.

경위는 이렇습니다. 드론을 회수한 관리인이 드론을 습득물로 인지해 가까운 지구대에 가져다 놓은 것입니다. 전화를 건 제가 드론의 주인이라는 것을 몰랐으니 생긴 일입니다. 전해 들은 이야기로는 지구대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드론을 보고, 또, 드론에 달린 카메라를 보고 경찰이 아연실색해 군부대 보안 관계자까지 출동했을 정도라고 하니까요. 웃기는 일이지만, 웃지 못할 일이기도 합니다.

“드론은 제가 주인인데요. 그게 저희 사무실로 선물로 들어온 것이라서 제가 주인이라고 할 수는 없고요. 지금 사무실에 있는 동료에게 지구대로 가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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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구대의 보안과 경사는 막무가내입니다. 직장 동료가 지구대를 방문했지만, 동료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2G 폰을 쓰고 있다는 이유로 ‘참고인’ 자격을 얻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드론에 달린 카메라로 무엇을 촬영했는지 스마트폰을 소유한 사람을 반드시 지구대로 불러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스마트폰에도, 직장 동료의 스마트폰에도 드론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무것도 촬영하지 않았다는 말을 반복해도 경찰은 고집을 꺾지 않았습니다.

이쯤 되면 좀 궁금해집니다. 경찰이 부르면 만사 제치고 달려가야 하는지를요. 강남의 일정이 중요한 일이라 이대로 다시 합정역으로 돌아가기에는 다소 억울한 면도 있었거든요. 어쩔 수 없이 일정은 포기하고 합정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경찰이 정식으로 영장을 받아 사무실로 들이닥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죠. 물론, 제가 끝까지 일정 마치고 저녁에 가겠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지는 않았겠지만 말입니다.

장난감 드론도 서울에서는 불법

일정을 뒤로하고 들어간 지구대에서 ‘사건’은 쉽게 ‘해프닝’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전화기에 불이 날 정도로 통화를 한 그 경사가 스마트폰 사진 폴더에 드론의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실제 드론을 날린 공원으로 함께 가서 현장 사진을 찍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지구대에는 군인 장교도 함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최근 장난감 드론 때문에 이런 일이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마침 올해 1월 들어 북한의 무인기 한 대가 서부전선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가 우리 군의 경고사격으로 북쪽으로 되돌아간 사건까지 발생했으니 말입니다. 경찰이 출처를 알 수 없는 드론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도 이해는 됩니다.

실제로 작은 취미용 장난감 드론도 서울에서는 불법입니다. 먼저 드론의 정의를 알아봐야 합니다. 항공법상 드론은 무게가 12kg 이하인 제품인 경우 허가나 신고 없이 자유롭게 띄울 수 있습니다.

항공법 시행령 제14조(신고를 필요로 하지 아니하는 초경량비행장치의 범위)

법 제23조 1항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초경량비행장치”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항공기대여업, 항공레저스포츠사업 또는 초경량비행장치사용사업에 사용되지 아니하는 것을 말한다.

5. 무인비행기 및 무인회전익 비행장치 중에서 연료의 무게를 제외한 자체 무게가 12킬로그램 이하인 것.

하지만 장소가 문제입니다. 서울 대부분의 하늘은 비행금지구역, 혹은 비행제한구역으로 설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이나 휴전선 인근은 국방부 관할의 비행 금지구역입니다. 비행제한구역은 승인 없이 비행이 가능하지만, 서울에서는 비행제한구역이라고 해도 반드시 신고가 필요합니다. 무게가 1~2kg에 불과하고, 사업이나 기타 영업을 위한 용도가 아닌 드론이라도 사실상 서울에서는 활용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수도권에서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장소는 현재 가양대교 북단과 양천구, 신정교 인근, 한강공원 등 몇 곳에 불과한 것이 현실입니다. 드론은 날로 늘어나고 활용도도 많아지는 상황에서 항공법 개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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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늘 대부분 지역은 비행금지구역이다(붉은색).

유영무 법률사무소 조인 변호사는 “현재 드론 비행을 금지하는 항공법은 기존의 국방 문제나 항공 관제권과 연관돼 있는 부분이 많다”라며 “취미 드론의 비행을 허락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구분하는 기준이 국방이나 관제와 연결돼 있는 부분은 산업으로 발전하는 드론의 현재와 맞지 않는 점이 많아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듯 하늘에서 드론을 날릴 수야 없는 노릇입니다. 기체의 불완전성 때문에 언제나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스키장에서 항공 촬영 중인 드론이 슬로프로 추락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습니다. 드론뿐만 아니라 드론을 조작하는 이들에게도 적절한 규제는 필수입니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는 일몰 이후 드론을 띄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또, 음주 등 조종하는 사람에 대한 규제도 마련돼 있습니다. 드론이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날리는 것도 법으로 금지하고 있죠. 안전하게 허락된 곳에서만 띄우라는 것이 국내 드론 규제의 현황입니다.

유영무 변호사는 “지금의 항공법 체계는 굉장히 복잡해 일반인들이 알기 어렵게 돼 있어 정비가 필요하다”라면서도 “하지만 앞으로 드론으로 인한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풀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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