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 3D프린팅 ‘소녀상’, 이것도 철거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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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겠다. 일본 대사관 앞에 앉아있는 ‘위안부 소녀상’에는 많은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것을. 거칠게 손질된 짧은 머리카락은 고향과 부모로부터 단절됐다는 뜻이고, 작은 어깨 위에 앉은 새는 세상과 등진 할머니들과 지금의 우리를 잊는 매개체다. 무릎 위에 놓인 꼭 쥔 두 주먹은 일본 정부의 작태를 향한 분노가, 소녀 옆에 놓인 빈 의자에는 우리가 함께 앉아 공감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땅에 닿지 않은 발뒤꿈치는 고향에 돌아와도 편히 발붙이지 못하고 방황했던 할머니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기억. 그러니까 위안부 소녀상이 일본의 대사관 앞에 놓이게 된 것도, 소녀상에 많은 의미가 담기게 된 것도 역사를 기억하고 잊지 말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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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업체 텀블벅과 3D프린팅 콘텐츠 제작 청년 스타트업 글룩, 그리고 소녀상을 제작한 부부 작가 김서경, 김운성 작가가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3D프린터로 틀을 만들고, 틀을 바탕으로 금형을 제작해 모형을 만드는, 텀블벅에 후원한 이들이 소녀상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는 작은 소녀상을 어디든지 놓고, 갖고 다닐 수 있도록 하려는 프로젝트입니다. 얼마 전 진행된 한국과 일본의 합의 테이블에 소녀상이 올라왔지요. 일본에서는 100억원을 재단을 만들어 기부한다며 소녀상 철거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저항의 의미로, 할머니들께서 싸워오신 역사를 함께 지켜내고자 하는 운동 차원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서경 작가는 “기억과 기록의 매체로 조각을 활용했는데, 이 부분에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해주셨다”라며 “그동안 받은 사랑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사실은 지난해부터 3D스캔으로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를 준비했지만 여건이 안 돼 진행이 늦어지고 있었는데, 한일 합의를 기점으로 진행하고자 마음먹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텀블벅과 글룩 외에도 모형 제작을 담당한 이경민 그레이포인트 이사 등 이번 일에 마음을 모은 이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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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녀상 작가 김서경(왼쪽), 김운성 작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일본 쪽 주장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철거가 어렵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도 소녀상 이전은 없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소녀상 철거의 공포는 아직 실재한다. 시민들이 연일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집회를 이어나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피해자가 배제된 상태로 진행된 한국과 일본의 반쪽 합의 이후 소녀상은 두 나라의 외교 문제를 말하는 일종의 상징이 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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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경 작가의 말처럼, 조각은 기억의 연장이 아닐까. 일본 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누구나 가질 수 있고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다면, ‘위안부’ 문제에 관한 우리의 관심과 기억은 쉽게 잊히지 않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문제의 해결은 잊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누구나 가질 수 있도록 제작된 작은 소녀상에 담긴 의미이기도 하다.

텀블벅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 후원하면, 후원 금액에 따라 10cm나 20cm, 30cm 크기의 작은 소녀상을 받을 수 있다. 10cm, 20cm 크기의 작은 소녀상은 개인이 소장하기에 알맞다. 30cm 크기의 작은 소녀상은 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활용해 역사교육을 진행해도 좋을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돼 있다. 30cm 크기의 소녀상은 학교 등 교육기관에서도 요청이 많았다는 게 글룩의 설명이다.

홍재옥 글룩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잘 모르는 아이들이 많다더라”라며 “교육 현장에서 소녀상 안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역사교육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어 이를 필요로 하는 학교와 선생님들이 많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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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녀상’의 바탕이 되는 금형은 3D프린팅 스타트업 글룩이 만든 3D프린팅 모형을 통해 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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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녀상’ 10cm 모형(왼쪽)과 20cm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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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소녀상에 담긴 의미를 ‘작은 소녀상’에도 세밀히 담을 예정이다.

텀블벅의 ‘작은 소녀상’ 후원 프로젝트는 2월3일부터 시작된다. 후원 마감일은 3월31일이다. 57일 동안만 후원이 이루어진다. 후원 목표 금액은 1억원이다. 후원을 통해 얻은 수익금 전액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손잡는 정의기억재단의 ‘손잡고 더불어 뜨겁게’ 프로젝트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후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종류는 2만원부터 50만원 이상까지 총 4종류다. 후원한 금액에 따라 받을 수 있는 기념품의 종류가 달라진다. 가장 작은 10cm 크기의 소녀상을 받을 수 있는 후원 프로그램은 2만원 이상부터라는 점을 참고하면 좋다.

작은 소녀상 후원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한 텀블벅의 이현지 운영팀장은 “텀블벅은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는 플랫폼인데, 작은 소녀상은 우리의 특징을 살려 사회적인 메시지를 잘 전달하는 프로젝트”라며 “근래 있었던 일본과의 협정에 불합리함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우리 플랫폼이 사회적으로 쓸모 있게 기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돕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 텀블벅 ‘작은 소녀상’ 프로젝트 후원 페이지(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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