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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 도메인 소유자는 왜 패소했나

2016.02.12

설 연휴 기간인 지난 2월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판결이 소셜미디어를 달궜다. 라인 도메인(line.co.kr)을 사이에 둔 다툼에서 법원이 원래 소유자가 아닌 라인코퍼레이션의 손을 들어준 일 때문이다. 라인 도메인의 소유주가 라인코퍼레이션보다 앞서 도메인을 갖고 있었다는 점 등이 두드러지며 법원의 판단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었다. 실제로 그럴까. 서울중앙지방법원 공보관실에서 판결문을 얻어 법원의 결정을 살펴봤다. 알려진 것과 달리 법원의 판단이 합리적이라 생각되는 부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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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조정위에 불복한 ㄱ씨, ‘라인’ 들고 법원으로

먼저 이번 사건의 주인공인 라인 도메인이 어떻게 ㄱ씨의 것이 됐는지 먼저 살펴보자. ㄱ씨의 아버지는 차선도색전문업체 ××건설을 운영 중이다. 이 업체는 2010년 4월 라인 도메인을 등록했다. 이후 2013년 12월 ㄱ씨가 소유권을 이전받아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코퍼레이션이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시작한 것이 2011년부터였으니 ㄱ씨가 아버지의 업체로부터 라인 도메인을 양도받은 시점은 라인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인 셈이다.

ㄱ씨가 소유하게 된 라인 도메인은 이후 여러 목적으로 활용된다. 2013년 7월에는 차선도색협회의 인터넷 카페로 포워딩되도록 활용됐고, 2014년 12월 이후에는 잠시 옛 다음카카오의 웹사이트로 포워딩되도록 쓰였다. 2015년 1월 이후부터는 ‘비투엘’이라는 이름의 쇼핑몰로 연결되도록 바뀌었다. 지금 라인 도메인은 다시 차선도색협회 인터넷 카페로 연결되고 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라인코퍼레이션은 2015년 1월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에 도메인 말소를 취지로 분쟁조정을 신청하게 된다. 라인코퍼레이션의 조정 신청에 조정위원회는 “ㄱ씨가 이 사건 도메인(line.co.kr)을 등록, 보유 또는 사용하고 있는 것은 라인코퍼레이션이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등록, 보유 또는 사용하는 것을 방해하거나 라인코퍼레이션 등 제3자에게 판매 등에 의한 부당한 이득을 얻을 목적이 있음이 명백하다”라고 결정한다.

결국, 분쟁조정위의 결정에 불복해 라인 도메인을 법원으로 가져간 이는 ㄱ씨다. ㄱ씨는 분쟁조정위의 도메인 말소 결정에 관해 말소 의무가 없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2016년 2월, 법원은 ㄱ씨의 요청을 기각했다.

법원: “라인코퍼레이션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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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결문은 두 단계로 이루어졌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라인코퍼레이션이 라인 도메인에 관한 정당한 권원이 있는지를 밝힌 것이 첫 번째이며, ㄱ씨가 도메인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부당한 목적이 있는지를 본 것이 두 번째다. 법원은 라인코퍼레이션이 라인 도메인에 관해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판단했고, ㄱ씨가 부당한 목적을 갖고 있음을 인정했다. 원고인 ㄱ씨의 완패인 셈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라인코퍼레이션이 라인 도메인에 관해 정당한 권원이 있는지 여부다. 이는 자칫하면 오해를 불어 일으킬만한 대목이다. 라인코퍼레이션보다 먼저 ㄱ씨 아버지가 소유한 업체가 라인 도메인을 등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메인은 마치 물건이나 자산처럼 특정인의 소유가 인정되는 자산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법률사무소 조인의 유영무 변호사는 “도메인 이름의 등록인은 영구적인 소유권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 사용권을 갖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라며 “등록인의 사용권은 인터넷주소법이 정하는 범위에서 일정한 제한을 받으며, 등록만이 아니라 보유나 사용 시에도 이를 위반하면 도메인 이름의 등록말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① 누구든지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의 도메인이름등의 등록을 방해하거나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로부터 부당한 이득을 얻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이름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②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제1항을 위반하여 도메인이름등을 등록·보유 또는 사용한 자가 있으면 법원에 그 도메인이름등의 등록말소 또는 등록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 제12조 2항에 따라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는 문제가 있으면 법원에 등록말소 또는 등록 이전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라인코퍼레이션이 라인 도메인에 정당한 권원이 있다는 법원의 이번 판단은 라인 도메인을 누가 먼저 등록했느냐와는 관련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 풀이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라인 도메인에 대해 라인코퍼레이션에 정당한 권원이 있다고 판단한 법원은 그 까닭을 다음 5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 피고는 2011년 6월23일부터 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여 국내외 가입자 수가 2015년 6억명을 돌파하는 등 모바일 메신저 사업 분야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

• 라인코퍼레이션은 2014년 4월 국내에서 LINE과 관련된 상표를 모두 상표로 등록하여 상표권을 취득한 점

• 2014년 4월 230여개 나라에서 4억명 이상이 피고의 라인 서비스에 가입하는 등 라인이라는 이름이 라인코퍼레이션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식별표지로 국내외에 널리 알려진 점

• 이 사건의 도메인(line.co.kr)이름 중 대한민국 식별코드를 제외한 식별력있는 ‘line’ 부분은 피고의 라인 서비스와 알파벳이 동일하고, 한글 음역도 같은 점

• 라인코퍼레이션이 라인을 자신의 서비스 표지로 사용하여 동종업계 관련자들이나 인터넷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라인코퍼레이션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대한 식별표지로서 인식된 이상, ‘line’이 보통명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이외의 제3자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운 점

이 부분은 라인이 전세계에서 6억명의 사용자를 모집했기 때문에 ㄱ씨가 도메인을 말소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분이 아니다. 라인코퍼레이션에 정당한 권원이 있음을 설명하는 부분일 뿐이다. 판결문은 정당한 권원을 갖고 있는 자에 관해 밀접한 연관관계와 직접적 관련성, 보호의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서비스의 종류와 도메인 사이에 밀접한 연관관계가 성립돼야 하고, 직접 관련돼 있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볼 때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라인코퍼레이션은 위의 5가지 이유 덕분에 법원으로부터 이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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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e.co.kr’ 도메인이 옛 다음카카오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화면

법원: “ㄱ씨, 부정한 목적이 있음이 인정”

이번 판결의 핵심은 ㄱ씨에게 부당한 목적이 있었음을 설명하는 두 번째 부분이다. ㄱ씨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라인 도메인을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 경쟁 업체라고 볼 수 있는 옛 다음카카오의 홈페이지로 포워딩하도록 조처한 것도 여기 포함된다. 또, 법원은 ㄱ씨가 도메인 이름을 갖고 부당한 이득을 취하려 했음이 인정된다고 봤다. 다음은 법원이 든 7가지 이유 중 4가지 핵심을 간추린 것이다.

• ㄱ씨가 도메인 이름을 2010년 9월 ××건설의 무역사업부문인 ××글로벌로 포워딩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블로그는 2010년 10월 이후 글이 올라오지 않아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아니한 점

• ㄱ씨는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라인코퍼레이션의 경쟁업체인 다음카카오로 포워딩하여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고, 라인코퍼레이션의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피고의 경쟁업체인 다음카카오로 유인한 점

• ㄱ씨는 인터넷분쟁조정위원회에서 분쟁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던 2015년 3월11일 라인코퍼레이션으로부터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양수받고 싶다는 요청을 받자 그에 대한 대가로 미화 10만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하였고, 그 협상을 담당한 변리사에게 협상이 성사되면 협상금액의 15%를 개인적인 수수료로 지급하겠다는 제안까지 하는 등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한 점

• 인터넷주소자원법은 부정한 목적으로 도메인 이름 보유 및 사용 행위에 대하여도 등록 말소 의무를 인정하고 있는 바, 이 사건 도메인 이름이 라인코퍼레이션이 라인 서비스를 시작하기 이전에 등록됐다 하더라도 ㄱ씨가 2013년 12월24일 그 소유권을 이전받아 이 사건 도메인을 보유 및 사용함에 있어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는 이상 ㄱ씨에게 이 사건 도메인을 말소할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는 점

종합해보자. 라인코퍼레이션은 인터넷주소자원법 제12조 1항이 정하는 정당한 권원이 있는 자에 해당하고, ㄱ씨는 라인 도메인 이름을 부정한 목적으로 이용하려 했음이 법원에서 인정된 것이다. 많은 이들이 도메인 이름을 마치 재산처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영구적인 소유물로 보기보다는 일정 기간 임대해 쓰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인터넷주소자원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한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유영무 변호사는 “알려진 사실관계에 따르면 line.co.kr 등록인이 다음카카오로 리다이렉트를 시킨 것이나 10만달러의 대가를 제시한 점 등이 법원에서 부정한 목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라며 “부정한 목적은 가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이번 판결을 대기업이 일방적으로 타인의 도메인 이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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