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유료화] 카카오페이지, “게임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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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는 여전히 미끼 상품이다. 그 자체로 돈이 되지 않는다. 사람을 끌어모을 수는 있지만, 끌어모은 사람에게 그 콘텐츠를 팔 수는 없다. 유료인 콘텐츠는 불법으로 강제 ‘무료화’ 당하기도 한다. 유료화를 시도하려들면 기존 사용자들의 거센 반발을 받는다.

힘들게 만든 콘텐츠는 어떻게 제값을 받을 수 있을까? 콘텐츠 유료화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있는 업체를 만나 콘텐츠 유료화의 힌트를 찾아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카카오페이지’다.

카카오페이지는 일 평균 매출 2억원 정도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2015년 6월 기준 54개의 작품이 1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했고, 15개의 작품이 수억원대 매출을 넘겼다. 카카오페이지의 성과는 콘텐츠 유료화의 답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실험으로 얻은 결과다.

카카오페이지는 2년간 50여차례가 넘는 개편을 시도했다. 콘텐츠 생산자, 서비스 이용자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며 모바일 환경에 맞는 유료 콘텐츠 소비 환경을 만들었다. 카카오의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조한규 콘텐츠사업팀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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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규 카카오 콘텐츠사업팀장

웹툰과 콘텐츠 ‘무료화’

“PC 시절 포털의 수익모델은 디스플레이 광고와 검색 광고입니다. 콘텐츠는 트래픽을 모으고, 트래픽은 포털의 사업모델로 이어집니다. 포털 사업하는 처지에서는 이것만으로도 순환고리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스템이 작동하면 사업자로서도 손해가 아니고, 이용자도 무료로 웹툰을 볼 수 있으니까 좋죠.”

만화·비디오 대여점에서 만화를 볼 때까지만 해도 만화는 유료 콘텐츠였다. 소설도 마찬가지다. 권당 200원에 만화책을 빌려오고, 1천원에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지를 빌려올 수 있었다. P2P 사이트를 통해 스캔본 등으로 유출되곤 했지만, 어디까지나 불법이었다.

웹툰의 등장은 ‘만화는 무료여야 한다’는 인식을 새긴 사례다. 포털은 무료 웹툰 콘텐츠로 사람을 끌어모았고, 이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했다. 콘텐츠 생산자인 작가들은 고료를 받고, 브랜딩 강화를 통해 상품생산 등 부가 수익을 냈다. 콘텐츠가 핵심 상품이지만, 그 핵심 상품의 가격을 없애버리면서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나름의 생명력을 가지고, 시장을 구축했다. 모델이 시장을 왜곡했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시장을 키운 촉매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만화 콘텐츠의 가격을 한껏 낮춰버렸다는 게 문제다. 무료로 연재되던 작품도 유료화하려들면 작가와 플랫폼은 ‘돈독이 올랐다’는 어이없는 비난을 들어야 한다.

가장 성공적으로 유료화가 이뤄진 콘텐츠, ‘게임’

“제일 도움이 됐던 건 ‘애니팡’ 같은 게임의 성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콘텐츠 유료화를 성공시킨 모델은 게임밖에 없었어요. 판수를 쪼개고, 중간에 유료화 장치를 걸고, 다시 매끄럽게 다음 판으로 넘기는 장치를 추가하면서 부분유료화를 성공적으로 끌어냈죠.”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페이지는 어떻게 유료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켰을까? 카카오페이지가 힌트를 얻었던 분야는 게임이다. 당시 유행했던 ‘애니팡’ 등 모바일게임의 엄청난 성공에서 배웠다. 조한규 팀장은 “게임에서 굉장히 많이 배웠고, 정체돼 있던 카카오페이지를 다시 도약시킬 수 있었던 계기였다”라고 말했다.

초창기 카카오페이지는 일반적인 스토어 모델을 채택하고 있었다. 개별 콘텐츠를 돈으로 사는 방식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실패를 극복하고자 게임에서 힌트를 얻어 ‘가격표를 제거’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노골적으로 가격이 드러나지 않으면 구매 장벽이 낮아진다. 카카오페이지는 가격표를 떼고, 이용권 제도를 도입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모바일 게임 서비스의 방법론을 빌렸다.

“콘텐츠를 볼 때 가격이 드러나지 않아야 해요.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무척 중요합니다.”

게임의 고객관리 방법에서도 많은 힌트를 얻었다. 게임은 실시간으로 이용자 데이터 분석을 한다. 어디서 이탈하는지를 분석하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참고한다. 사용자가 이탈하는 지점을 돌파하려는 방법도 고민한다. 조한규 팀장은 “카카오페이지도 여기에 착안해서 이탈률 관리를 위해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더 읽기 – 조한규 카카오 콘텐츠사업팀장 인터뷰(블로터플러스)

콘텐츠가 아니라 시간을 구매…‘기다리면 무료’

“기본적으로는 시간을 사게 하는 겁니다. 유료화 장벽에서는 어차피 이탈이 클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 장벽에서 한 번 이탈한 사람은 다시 안 돌아옵니다. 그런데 ‘기다리면 무료’나 ‘무료 캐시’ 마케팅은 ‘시간을 기다리면 다음에 또 무료로 볼 기회가 있다’라고 사용자에게 말해주는 거죠. 한 번 유료화 장벽을 이탈한 사람도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장치입니다.”

카카오페이지의 ‘기다리면 무료’는 말 그대로 기다리면 무료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 번 ‘유료면 안 봐야지’ 하고 돌아서더라도 다시 유료화의 장벽으로 사용자를 데리고 온다. 다시 한 번 기회를 만드는 장치다.

캐시마케팅은 이렇다. 사용자가 어떤 작품에 관심이 있다는 걸 확인하면 ‘무료 캐시를 줄 테니까 한 번 더 봐라’는 식으로 자극한다. 이것도 게임에서 많이 쓰는 방식이다. ‘기다리면 무료’와 ‘무료 캐시’ 역시 카카오페이지의 콘텐츠 유료화 모델을 한 단계 높였다. 이 2가지 장치가 만들어내는 매출이 전체의 30%를 훌쩍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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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을 궁금하게 만드는 스토리의 힘

현재 카카오페이지의 주력은 만화와 소설이다. 매출 비중은 웹소설이 60% 정도로, 만화보다 좀 더 높다. 조한규 팀장은 ‘스토리의 힘’이 동력이라고 풀이했다.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곤 하는 웹툰은 한편 한편이 완결성을 가진다. 다음 편을 결제하면서까지 보게 만드는 유인이 약하다. 매출에서 출판기반 만화가 웹툰보다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스토리에 있다. 웹툰에서도 스토리 중심의 작품이 유료화된다. ‘다음’을 궁금하게 만드는 장치는 콘텐츠 유료화에 효과적이다.

콘텐츠의 자체의 힘인 스토리에 기대는 모델이기 때문에 소수 작품의 의존도가 높지 않다는 장점도 있다. 조한규 팀장은 “상위 작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15%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작품이 골고루 카카오 페이지를 떠받치고 있다.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이 경쟁력

콘텐츠가 좋으면 돈이 된다. 단, 조건이 있다. 좋은 콘텐츠 뒷받침하는 서비스가 더 중요하다. 사소한 불편함이 지불 장벽을 두텁게 한다. 카카오페이지는 2주에 한 번 꼴로 서비스를 개편해왔다. 사용자 피드백을 끊임없이 반영하고, 결제와 관련된 여러 장치들도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와 실험이 있었다.

“콘텐츠만 가지고는 사전에 서비스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계속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수정해 나가는 데서 경쟁력이 있습니다. 사소한 힌트라도 얻으면 도입해보고, 모델을 세우고 적용하고, 캐시도 100원을 주었다가 300원을 제공해보는 거죠. 저는 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경험이 카카오페이지가 성공한 요인이고,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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