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인] 최다운, “골프선수에서 프로그래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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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운 개발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골프선수였다. 10살부터 27살까지, 17년동안 프로골퍼를 꿈꾸며 운동을 했던 최다운 선수는 이제 매일 모니터 앞에서 소스코드를 보고 있다. 평소에 IT에 관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게임을 좋아하긴 했지만 한 번도 ‘게임은 어떻게 만드는걸까’라는 생각은 해본 적 없었다. 프로그래밍의 ‘프’자도 모르던 최다운 골퍼를 개발자로 이끈 건 다름아닌 ‘온라인 공개 강좌(Massive Open Online Course, MOOC)’였다. 관련 학위도 없고, 학원도 가본 적 없다던 최다운 ‘선수’는 어떤 인연으로 개발자의 길에 들어섰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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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운 클래스팅 개발자

“유명 스타트업 설립자들은 프로그래밍을 하더라”

최다운 개발자가 골프를 그만둔 건 프로그래밍 때문은 아니었다.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지만 계속 테스트에서 떨어졌다. 더구나 골프는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이었다. 아무래도 재능이 없는 것 같았고 부모님께 계속 지원을 요청하기도 죄송했다. 골프 말고 다른 길을 찾고자 최다운 개발자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했다. 식당에서 일해보고, 서점이나 영화관에서도 일해봤다. 그러다 토목관련 회사에 취직을 하고 해외 사업부에서 일을 했다.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최다운 개발자는 당시 하던 일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직업을 찾았다.

“우연히 신문을 봤는데 페이스북, 트위터같은 기업들이 기업 가치가 굉장히 높더라고요. 과연 나같은 사람도 스타트업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우연히 MOOC를 알게 됐어요. 유다시티라는 곳이 ‘How to Build a Startup(스타트업 만드는 법)’이란 강의를 제공하고 있었거든요.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대부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고, 그들 스스로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래서 프로그래밍 과목을 MOOC에서 찾아봤죠. 수업을 몇 개 들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고요.”

보통 비전공자가 프로그래밍에 입문할 때는 ‘코드카데미‘ 등을 이용해 실습하면서 프로그래밍을 익힌다. HTML, CSS등을 이용해 간단한 웹 개발을 먼저 시도하기도 한다. 컴퓨터공학과 대학 신입생은 C언어를 익히고 프로그래밍 문법을 배우는 걸로 첫걸음을 뗀다. 최다운 개발자는 조금 다르다. 처음으로 들은 프로그래밍 강의는 ‘컴퓨터과학 입문’이라는 수업이었다. 강의는 버지니아대학 교수가 진행했다. 수업에선 스트링(string), 인티저(integer), 배열(array) 같은 컴퓨터과학의 기본 원리를 알려줬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파이썬을 이용했고, 숙제는 단순히 암기한 내용을 테스트하지 않았다. 최다운 개발자는 “그 수업에서 숙제는 마치 퍼즐이나 스도쿠 문제 같이 느껴졌다”라며 “계속 고민하느라 머리는 아픈데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과정이 아주 재밌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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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시티에서 제공하는 컴퓨터과학 입문. 무료이며 현재 한글 자막을 지원한다. (사진:유다시티)

최다운 개발자는 ‘컴퓨터과학 입문‘을 다 끝내기까지 4개월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회사를 다니던 중이라 퇴근 후에 공부를 하고 주말에 몰아서 공부를 했다. 처음 1년 동안은 그렇게 회사 업무와 공부를 병행했다. 생각했던 진도를 다 나가지 못하자 그는 아예 회사를 그만두고 MOOC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약 2년 동안 최다운 개발자는 30여개 MOOC 강의를 수강했다. 일단 시작한 강좌는 한 동영상도 빠지지 않고 다 시청하고 과제나 시험도 하나하나 다 풀어봤다. 처음 강의를 선택할 때도 중도 포기할 것 같으면 아예 시작하지 않았다. 또한 미리 초급, 중급, 고급 학습 내용을 정해놓고 초급 강좌를 완전히 숙지한 이후에만 중급과 고급 과정으로 넘어갔다. 대부분 무료 강의를 들었으며, 유료 강의는 전체의 20% 정도만 들었다. MOOC는 기본 강의는 무료로 들을 수 있으나, 피드백이나 수료증을 받으려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최다운 개발자는 오프라인 학원이나 책을 통한 공부는 따로 하지 않았다. 학원을 피한 이유는 3가지다. 일단 학원 비용이 부담스러웠다. 게다가 학원은 정해진 시간에 직접 이동해서 가야 하는데 회사에 다닐 때는 그러한 여유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실용적인 내용보다는 기본기나 원리부터 배우고 싶었던 마음도 커서 MOOC만 활용했다.

“골프도 처음에 잘못 습관을 들여놓았다가 나중에 그걸 고치느라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프로그래밍도 비슷하지 않을까 해서 처음부터 기본기를 잘 닦고 싶었어요. 공부하면서 유다시티 강사들이나 유명 개발자 블로거들에게 e메일을 보내기도 했어요. 저같은 사람은 어떻게 공부하는게 좋을지 물어봤는데요. 대부분 기본 원리에 충실하라는 조언이 많더라고요. 책으로 공부해보기도 했어요. 근데 저는 글씨로 공부하는 것보다 동영상으로 공부하는 게 더 집중이 잘 되더라고요, 하하.”

유다시티 나노디그리 첫 번째 졸업생

2015년 12월 유다시티는 한 해의 성과를 정리한 인포그래픽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유다시티 학생 성공 사례로 3명이 언급됐는데, 최다운 개발자도 포함됐다. 유다시티는 2014년부터 프로젝트 중심의 강의 프로그램 ‘나노디그리’를 출시했다. 나노디그리는 유료 강의로 한달 수강료는 200달러다. 대신 프로젝트에 대한 피드백을 확실히 주고 이력서 쓰는법, 영상 인터뷰, 링크드인 관리법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상담을 지원해준다. 최근엔 아예 취업을 못할 경우 수업료를 환불해주기도 한다.

최다운 개발자는 ‘프론트엔드 웹 개발자’ 나노디그리 과정을 가장 먼저 끝낸 첫 번째 졸업생이 됐다. 원래 나노디그리 수업은 6개월에서 1년 정도 수업을 들어야 끝낼 수 있는 수업을 구성한다. 최다운 개발자는 그 프로그램을 한 달 만에 끝마쳤다. 최다운 개발자는 “당시 회사를 아예 그만뒀을 때라 의욕이 많았고, 실제로 하루종일 공부만 했다”라며 “시간이 많으니 가장 먼저 끝낼 수 있었고, 매달 내는 수강료 비용을 아끼고자 더 빨리 과제를 제출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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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시티는 2015년 한해 성과를 정리하는 인포그래픽을 공개하면서 성공 사례로 최다운 개발자(왼쪽) 사례를 소개했다(사진 : 유다시티 인포그래픽)

MOOC를 제공하는 대표 기업은 코세라, 에덱스, 유다시티 등이다. 최다운 개발자는 주로 유다시티에서 강의를 들었다. 유다시티는 수강생 마음대로 수업을 시작하고 끝마칠 수 있고, 학습 분량도 수강생의 능력에 따라 다르게 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세라나 에덱스의 대다수의 강의는 수업 시작 시기와 진도량이 날짜별로 정해져 있다.

MOOC에 무조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다운 개발자는 MOOC의 단점으로 ‘혼자 공부하는 것’을 꼽았다. 내 수준이 어느정도인줄 가늠할 수 없고,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지, 어디까지 배우고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 혼자 판단해야 하는 게 어려웠다는 얘기다. 다행히 최근에는 MOOC 업체들이 같은 기수 수강생끼리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활용하길 장려하고 있다. 최다운 개발자도 수강생끼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고 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하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최다운 개발자는 “외부 밋업이나 커뮤니티 행사에 가서 내가 배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참고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MOOC 강의의 한계로 낮은 수료율을 꼽는다. 많은 수강생이 온라인으로 동영상을 몇 번 듣다가 강의를 포기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수업을 끝까지 못 들었다고 혼내지도 않고, 빨리 들으라고 강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다운 개발자는 낮은 수료율이 크게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MOOC의 장점은 열린 기회예요. 돈을 내지 않아도 누구나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죠. 성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하지 싶어요. 만약 수료율을 높이기 위해 유료로 수업을 제공하고 특정 누군가에게만 강의를 공개했다면, 그것도 좋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프로그래밍에 관심 있으면 일단 시작해보시길”

한국에선 아직 MOOC 이용자가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 영어라는 큰 장벽이 있다. MOOC 업체들 대부분이 미국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고 강의를 제공하는 학교도 미국 대학이 많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고, 과제 제출도 영어로 작성해야 한다. 최다운 개발자는 어렸을 때 외국에서 잠시 살았던 게 도움이 됐다. 그렇다고 아주 유창하게 영어로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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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MOOC 강사분들은 비영어권 국가 학생들이 많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계세요. 천천히 강의를 진행하고 예제와 함께 최대한 풀어서 이야기하죠. 물론 처음에는 조금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곧 적응될 거라고 봅니다. 저도 처음에는 힘들었어요. 특히 개발 관련된 용어를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계속 사전을 찾고 영상을 되감기하며 공부했어요. 일부 과목은 영상통화를 하면서 피드백을 받거든요. 저도 그때 더듬거리고 말을 못하고 했는데, 상대방이 알아서 이해하고 기다려주세요. 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니까요. 실제로 많은 MOOC 수업에서 영어권 외 일본이나 중국, 유럽쪽 수강생이 많아요. 영어 실력이 완벽하지 않아도 교사들은 이를 고려하면서 과제를 살펴보더군요. ”

보통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은 공대에서 많이 배우기 때문에 일부 프로그래밍 입문자들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도 갖고 있다. 최다운 개발자는 프로그래밍 공부에 수학 실력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다운 개발자의 경우 골프 연습을 하느라 학업에 신경을 많이 못 썼다. 특히 해외 학교에서는 한국보다 수학을 덜 배우는 편이라 한국 기준으로 중학교 3학교 정도의 내용을 알고 있었다. 최다운 개발자는 “MOOC를 이용해서 통계학이나 대수학 같은 과목을 추가로 듣긴 했다”라며 “수학이나 과학 성적보다는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분이면 조금 쉽게 프로그래밍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제 막 프로그래밍을 도전하시는 분이 있다면,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시라고 말하고 싶어요. 사실 밖에서 친구 만나고 취미활동 다 하면서 공부하기는 좀 힘들잖아요.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도 나올 거라고 믿어요. 개인적으로 저는 웹 개발쪽이 이해하기 더 쉬웠어요. 자바언어, 모바일 기술들은 라이브러리나 규칙을 더 많이 이해해야 했고요. 프로그래밍할 때 지켜야 할 틀 같은 게 존재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흥미가 떨어지더라고요. 파이썬은 그런 면에서 자유도가 높아 훨씬 배우기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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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디그리 수료증(사진 : 최다운 개발자 링크드인 페이지)

“받은 교육 혜택, 남들에게도 돌려주고파”

최다운 개발자가 교육 스타트업인 클래스팅에서 데이터·인프라팀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입사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고 주요 업무는 데이터 분석과 웹서버 관리다. 면접을 볼 때 실무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3개월 인턴 생활을 거쳐 최종적으로 클래스팅에 합류하게 됐다. 최다운 개발자는 “아직 한국에서 MOOC 수료증으로 학위를 대체하거나 실력을 증명하긴 힘들다”라며 “클래스팅에서 면접을 볼 때는 MOOC에서 진행한 프로젝트 경험을 상세히 설명하고 무엇을 배웠는지, 어떤 게 어려웠는지 상세히 이야기했다”라고 말했다.

클래스팅은 교육용 SNS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200만명이 넘었고, 대부분 학생과 교사들이다. 최다운 개발자는 여러 회사 중 왜 교육 스타트업을 지원했을까? 일단 경력이 없다보니 큰 기업은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았고 직접 스타트업 문화를 겪고 싶은 마음에 클래스팅에 입사 원서를 넣었다. 무엇보다 온라인 교육으로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 커서 교육 업체에 관심을 돌렸다.

“저는 MOOC 덕에 무료로 공부도 하고 개발자가 됐잖아요. 꼭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하는게 아니더라도, 교육의 기회를 넓혀주는 기술을 만들고 싶었어요. 클래스팅도 교육 환경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기술을 만들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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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스팅 서비스 예(사진 : 클래스팅)

동영상으로 배웠던 프로그래밍과 실무에서 겪는 프로그래밍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최다운 개발자는 개발 환경 구축과 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를 회사에서 와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서버 구조, 깃 활용법이나 프로그램을 빌드하고 배포하는 전체 과정은 대부분 회사에서 익혔다.

최다운 개발자는 미래에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싶다는 목표도 밝혔다. 실제로 클래스팅 업무를 진행하면서 오픈소스 기술을 이용하고 일부 소스코드를 수정해 올리기도 했다. 최다운 개발자는 “자기가 직접 만들어놓은 좋은 코드를 다른 개발자를 위해 공개하는 것은 대단하고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실제로 내가 올린 코드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반영되는 것을 보니 재미있고 뿌듯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골프를 그만둘 때 미련이 많았어요. 지금까지 투자한 게 있는데 그걸 버리는 게 아까웠고요. 부모님께서 지원도 많이 해주셨는데 그만두는 게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평생 골프만 했던 제가 다른 일을 과연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그래서 처음 입사한 회사를 아예 그만두고 프로그래밍 공부만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도 많이 걱정하셨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전 확신이 있었어요. 낙천적인지는 몰라도 재미있고 앞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저는 지금 제 생활에 만족해요.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는 단 한 번도 다른 직업을 고려해본 적이 없을 정도예요. 요즘도 MOOC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업무와 관련된 데이터과학이랑 머신러닝 분야에 관심이 많아요. 무인자동차나 인공지능 같은 신기술들과 연결된 부분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최다운 개발자가 들은 MOOC 강의 링크(수강 순)

출처 : 최다운 개발자 링크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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