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 사업자 만난 청와대…규제개혁 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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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이른바 ‘네거티브 규제’ 발언 이후 각 정부부처가 규제 완화에 속도를 올리는 중이다. 지난 2월24일 청와대 미래전략실은 ‘O2O 서비스 사업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 창업자들과 함께 현장의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규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지 청와대가 직접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이와 함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 통과로 영업을 잠정 중단한 온라인 중고 자동차 경매 서비스 스타트업 ‘헤이딜러’가 2월25일부터 사업 재개를 선언했다. O2O 사업분야에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등장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는 규제가 하나씩 풀릴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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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차 무역투자진흥회의(사진: 청와대 홈페이지)

“규제 풀기 위해 업계의 의견을 듣는 자리”

24일 청와대의 비공개 간담회에는 국내에서 O2O 서비스를 진행 중인 IT 대기업과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초청됐다. 대기업에서는 SK플래닛과 카카오, 네이버에서 O2O 서비스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스타트업 중에서는 바이카, 콜버스랩, 코자자, 직방, 대리주부, 우아한형제들 등 대표 O2O 업체가 자리했다. 법률 조언 전문가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관계자까지 총 20여명이 만나 O2O 규제와 사업 현황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간담회에서 오간 주요 주제는 규제 완화다. 법과 규제가 기존에 없던 사업을 꾸리는 데 큰 걸림돌이 된다는 게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동차관리법이다.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은 중고 자동차 경매 사업자에게까지 오프라인 시설물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해 스마트폰을 활용한 모바일 자동차 경매 스타트업의 등장을 사실상 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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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국토교통부는 “이른 시일 내에 온라인 경매 업체의 불필요한 부담을 완화하면서도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뒤늦게 정책 기조 방향을 틀기도 했다. 규제로 폐업을 선언해 논란의 중심이 됐던 온라인 중고차 경매 스타트업 ‘헤이딜러’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업을 모바일 서비스로 진행 중인 ‘바이카’, ‘첫차’와 같은 스타트업에 숨구멍이 마련될 전망이다.

24일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정욱진 바이카 대표는 “현재 대한민국의 중고차 시장에 O2O 관점에서 먹거리가 많다는 것이 국내외적으로 소문이 난 상태”라며 “예를 들어 중국이나 미국은 중고차 시장에서 이미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선진화가 이뤄져 이들이 국내 진출하게 되면 사실상 국내 업체가 먹거리를 뺏기게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와 경쟁하는 데도 규제 완화는 필수적이다. 해외에서 기반을 닦은 스타트업이 국내로 진출하면, 국내에서 미처 기반을 잡지 못한 스타트업은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정욱진 대표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 기조를 잡고 이를 위해 의견을 수렴하는 등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국토부와 미팅 자리에서도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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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25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헤이딜러’

‘헤이딜러’ 사업 재개…단속유예 행정지도 덕분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 사이에서 헤이딜러는 25일부터 서비스를 다시 열었다. 지난 1월5일 잠정 폐업을 선언한 이후 50여일 만이다. 헤이딜러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효된 직후 사업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온라인 사업자에게 오프라인 시설물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규제를 돌파할 방법이 없었던 탓이다. 헤이딜러의 이번 사업 재개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전국 각 시도 교통과의 단속이 유예된 덕분이다. 다시 말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된 현재 아직 헤이딜러와 같은 사업자는 사실상 불법이지만, 이에 관해 단속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부의 약속이 있었다는 뜻이다.

헤이딜러는 서비스 재개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정부의 창조경제 기조에 반할 뿐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규제라는 비판적 여론이 형성됐다”라며 “국토교통부와 입법 관계자가 신속하게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온라인 자동차 경매 사업자에게는 소비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이용약관 외에 시설이나 인력에 대한 규제는 철폐하기로 협의했다”라고 설명했다. 헤이딜러 설명을 따르면 다시 개정될 자동차관리법은 2월 중 발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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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버스랩의 ‘콜버스’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 고치고, 역차별 해소해야”

규제완화에 대한 청와대의 관심과 달리 숙제를 받아든 정부부처에서는 아직 납득할만한 수준의 규제 완화 방침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다. 2월25일 국토교통부를 통해 공개된 입법예고가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는 홈페이지에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 안’ 입법예고를 통해 심야시간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한정면허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택시 등을 이용하기 어려운 심야 시간 콜버스와 같은 새로운 서비스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입법예고다. 하지만 이마저도 실제 현장 상황과 맞지 않아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의 입법예고는 △심야시간 구역운송사업에 한정면허를 도입(안 제17조제1항)하고 △심야 한정면허 사업자 선정 시 규제를 완화(안 제17조제3항 및 제4항)하도록 했다. 이 입법예고가 가리키는 사업자는 노선버스와 택시다. 즉, 콜버스는 택시 업체와 협업해 심야 시간 운행 사업을 벌일 수 있게 된다.

24일 청와대 간담회에 참석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택시 업체와 최대한 협의를 통해 함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인 상황”이라며 “하지만 택시 사업자가 사업의 모든 주도권을 쥐게 된 상황에서 앞으로 우리가 지속적인 사업을 꾸릴 수 있을지는 우려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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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자. 이미 택시 사업자는 손에 쥔 카드가 많다. 기존처럼 영업을 해도 되고, 카카오와 같은 O2O 사업자와 손을 잡은 업체도 부지기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택시 업체는 콜버스랩이라는 ‘옵션’을 하나 더 얻은 셈이다. 심야 시간 대중교통 이용 경험을 혁신하겠다는 콜버스랩 처지에서는 택시 이외의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장 생각해볼 방법은 전세버스 사업자와 콜버스랩의 협업이다. 하지만 전세버스 사업자는 콜버스랩과 함께 심야 시간 운행을 할 수 없다. 시행령은 면허사업자만 언급했기 때문이다. 전세버스는 등록사업자다.

박병종 대표는 “택시 사업자와 협업이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해 대안이 필요한데, 지금은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의 최신 입법예고에 말뿐인 규제 완화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해외 업체와 국내 스타트업 사이에 놓인 역차별 문제도 시급히 해소돼야 할 문제다. 24일 청와대 간담회에 공유 숙박 서비스 스타트업 코자자의 조산구 대표도 참여해 역차별 문제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조산구 대표는 “코자자 입장에서 보면, 국내 사업자는 해외 공유 숙박 업체와 비교해 정부의 규제에 매우 취약하다”라며 “코자자는 해외 사업자와 비교해 규모 면에서도 밀리고, 규제 때문에 사업을 확장하는 데 머뭇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