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해봄직한 선거법 위반 사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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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6월2일 치러지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트위터’를 주시하기로 했단다. 트위터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공직선거법에 위배되는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갔다는 소식이다.

불법·부정선거를 단속하는 거야 경찰이 응당 해야 할 일이니 뭐랄 게 없다. 트위터라고 굳이 예외여야 한다는 법도 없다. 검토, 좋다.

그런데 궁금하다. 경찰이 조사하는 트위터 속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가 어떤 것인지. 트위터로 할 수 있는 ‘어두운 유세’는 어떤 게 있을까. 일 년여 트위터를 본격 사용해보면서 써봄직한 ‘팁’을 소개한다.

1. 금품수수

대표적인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 가운데 하나다. 돈봉투를 찔러주는 거다. 트위터로 어떻게 돈을 돌릴까. 먼저 떠오르는 건 ‘귓속말'(DM)이다. DM으로 은밀히 계좌번호를 묻고 돈을 송금하는 방식이다. 답글(@)로 정보를 교환했다간 만천하에 공개되니 DM이 제격이긴 하다.

허나 이 방법은 위험 부담이 크다. 거래 내역이 고스란히 남기 때문에 조금만 조사하면 금세 걸린다. 그러면 현금을 은밀히 건네줘야 하는데, 어떻게 트위터로 현금을 보낼 것인가. 약속을 정해 만나서 찔러주는 방법이 있겠으나, 현실성 없긴 매한가지다. 그러려면 ①트위터 이용자가 자기 지역 유권자임을 우선 확인해야 하고 ②DM으로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정한 뒤 ③약속 장소에 도착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찾아 트위터 아이디를 확인한 뒤 ④주위를 둘러보고 돈봉투를 건네고 황급히 사라지면 된다.

꽤나 효율적인 방법이다. 트위터가 금품 거래에 효과적인 도구인가. 차라리 홍위병들을 풀어 지역구를 돌며 봉투를 돌리는 게 낫다. 물론, 안 걸린다는 보장은 없다.

2. 흑색선전, 비방, 허위사실 유포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고 여론을 돌리는 데 흔히 쓰는 수법이다. 상대 후보 사생활을 은밀히 조사해 폭로하거나 학력·경력 허위 여부를 까발리는 행위다.

대개는 은밀히 알바들을 동원해 입소문을 내는 식으로 퍼뜨렸다. 입소문? 이거 트위터에 제격이다. 헌데, 이같은 흑색선전이 트위터에서 통할 수 있을까. 장담컨대, 아니올시다. 좋은 소문, 도움이 필요한 사건에는 트위터가 상상 이상의 힘을 여러차례 발휘해왔다. 헌혈증이 필요한 수술실 환자, 아이를 잃어버려 애간장이 녹는 엄마들을 위해 트위터 이용자들은 기꺼이 자기 트윗을 기부하고 리트윗(RT)을 헌납했다.

만약 A란 후보의 은밀한 사생활을 B란 상대 후보가 폭로한다면? 얼씨구나, 트위터 이용자들이 신나게 퍼뜨릴까. 잠깐 퍼질 수는 있겠으나, 금세 진화될 테다.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더 많은 감시단이 트위터에 상주한다. 이들 감시단의 힘을 무시하지 마시라. 헛된 정보는 머잖아 누군가에 의해 발견될 테고, 올바른 정보가 더 빨리 더 널리 퍼지게 마련이다. 그게 지금껏 지켜본 트위터 문화다. 헛소문을 퍼뜨린 후보 진영은 정치 생명이 끝난다. 적어도 트위터에선. 그리고 트위터 이용자 지인들 인식 속에선.

만약 퍼뜨린 정보가 사실이라 해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남을 깎아내리는 트윗은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는다. 결국은 정보를 퍼뜨린 당사자에 대한 인식만 안 좋아질 뿐이다.

이 정도 위험을 감수할 자신이 있는 후보라면 얘긴 끝난다. 그에겐 트위터가 정말 흑색선전에 좋은 도구로 보일 테다. (십중팔구 그는 트위터를 써보지도 않은 정치인일 게다.)

3. 폭력

노코멘트. 애시당초 트위터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

4. 트윗→문자메시지 유세

새로운 시도란 점에서 우선 눈에 띈다. 개정 공직선거법 덕분에 떠올릴 수 있는 발상이다. 개정 공직선거법은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보낼 수 있는 유세 문자메시지 수를 최대 5번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니 직접 유세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대신 트위터에 유세글을 올리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는 사실만 유권자들에게 전송하는 식이다.

이런 편법을 쓰면 횟수 제한 없이 유세 문자를 보낼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한국일보가 선관위를 취재해 작성한 기사가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기사 일부를 인용한다.

현재까지 선거관리위원회는 트위터와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는 성격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일 “트위터는 일종의 블로그이므로 현행법상 문자 메시지 제한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자발적 의사가 있어야만 트위터 글을 볼 수 있다”며 “입법 취지상 유권자가 스스로 문자 메시지를 읽고 싶은 의사를 갖고 있다면 메시지 전송 횟수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의 메시지를 받겠다고 신청한 것은 메시지 전송을 허락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자발적 의사’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유권자가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려줬을 경우에는 후보자가 횟수 제한 없이 휴대폰 문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 한국일보, ‘트위터’로 선거운동 ‘합법과 불법 사이’ 가운데

요컨대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알림 문자를 보내는 건 문제되지 않지만 ▲유권자가 스스로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고 메시지를 받겠다고 신청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꿔말해 후보자가 지역구 유권자 전화번호를 무더기로 수집해 유세 메시지를 발송하는 건 문제될 수 있다.

그런데 이는 ‘트위터 유세’와는 좀 다른 얘기다. 결국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유세 문제다. 유세글을 트위터에 을리든 블로그에 올리든, 알림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건 마찬가지다. 굳이 트위터에 국한할 문제도 아니거니와, 트위터 이용자 가운데 지역구 주민을 가려내고 이들에게 일일이 휴대폰 문자 수신 동의를 받아내기도 번거롭긴 마찬가지다. 해당 후보에 관심 있는 트위터 이용자라면 굳이 알림 문자메시지를 받을 이유도 없다. 스마트폰이나 전용 프로그램으로 트위터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5. 향응 제공

이건 좀 생각해볼 일이다. 맞다. 지금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 풍경. 커다란 음식점, 진수성찬이 마련된 테이블, 가득찬 사람들 사이에 홀로 서서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뭔가를 얘기하는 정치인. 예전에는 이맘때면 한두 번은 신문 지면을 채우던 사진이다. 촬영 구도마저 비슷한.

유세기간 중 또는 유세기간 이전에 특정 모임에 후보자가 참석하는 건 민감한 사안이다. 제대로 된 후보라면 아예 모임에는 참석하지 않을 뿐더러 그런 방식으로 유세를 하려들지는 않을 게다.

헌데 위 모임은 트위터 안에서 심심찮게 보던 풍경이다. 트위터에서 친분을 쌓은 이용자끼리 ‘트위터 번개’란 이름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 일이 흔하다. 만약 지방선거 후보자가 ‘트위터 번개’를 띄운다면 어떻게 될까.

이는 경찰이 문제삼을 수 있는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다. 트위터 번개를 하든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공지를 띄우고 모이든, 선거기간 무렵 갖는 모임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후보자 소양 문제다. 건강한 상식을 가진 후보자라면 민감한 시기에 이같은 트위터 번개를 갖진 않을 테니까. 물론, 트위터가 이런 식의 모임을 갖는 데 빠르고 편리한 도구인 건 맞다.

요컨대,

트위터를 이용해 일어날 만한 선거법 위반 사례는 따지고보면 굳이 트위터가 아니더라도 인터넷 또는 지역구 현장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것들이다. ‘선거법 위반 사례’ 앞에 굳이 ‘트위터’란 사족을 달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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