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완패’

가 +
가 -

이세돌 9단이 186수 만에 돌을 던졌다. 인간이 ‘알파고’에 기권을 선언했다. 결과는 알파고의 불계승. 실수, 흔들기, 정수 등 알파고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모두 보여준 대국이었다. 3월9일 오후 1시부터 서울에서 열린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의 대국이 오후 4시30분을 기점으로 끝났다. 대국 결과는 이세돌 9단의 완패였다. 낙승을 예상했던 프로 바둑기사들은 충격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lee_800

해설: 이소용 아마추어 6단, 김성룡 프로 9단(왼쪽부터)

“잘 두다가 못 두다가…갈피를 못 잡겠다”

이날 기자실에서 대국의 실시간 해설을 맡은 김성룡 프로 9단은 알파고의 수를 두고 “갈피를 못 잡겠다”라고 평가했다. 실수를 하기도, 그리고 이세돌 9단을 압박하는 좋은 수를 보여주기도 한 탓이다. 대국은 초반부터 불꽃이 튈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이세돌 9단이 흑 7수로 초반 비틀기 수를 보여줬지만, 알파고는 이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좌상단에서 전투를 시작했다.

이세돌 9단을 압박하는 알파고의 특징은 또 있었다. 바로 시간이다. 이번 대국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각각 2시간을 갖고 벌어진다. 수를 생각할 때마다 착수 시까지 시간이 역으로 흘러 소모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세돌 9단은 긴 생각을 해야 할 때는 시간을 많이 쓰기도 했지만, 알파고는 달랐다. 알파고는 쉬운 수, 혹은 어려운 수에 관계없이 1분에서 1분30초 정도의 시간을 썼을 뿐이다. 이세돌 9단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평가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김성룡 9단은 “프로들끼리의 대국에서는 승부 호흡이라는 게 있는데, 시간을 써야 할 부분에서는 쓰고, 빨리 둬야 할 부분에서는 빨리 두는 것을 말한다”라며 “하지만 알파고는 그런 것이 없이 대부분 일정한 시간에 착수를 하고 있어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만약 상대방이 장고를 한다면 형세가 불리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바둑에서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기세 싸움이다. 항상 시간을 일정하게 쓰는 알파고는 기세를 읽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나 씩 주고받은 ‘악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은 큰 실수를 하나씩 주고받았다. 백돌을 잡은 알파고는 90수에서, 흑돌은 쥔 이세돌 9단은 127수에서였다. 김성룡 프로 9단은 알파고의 흰색 돌 90수를 가리켜 “바보 같은 수”라고 평가했다. 알파고의 90수로 판은 이세돌 9단에 유리하게 흘렀다. 그동안 마치 진짜 사람처럼 좋은 수를 보여줬던 알파고가 그 수 때문에 빼앗긴 셈이다.

김성룡 9단은 “프로기사라면 터무니없다고 생각할 수 있는 90수 때문에 다른 수들마저 이상해졌다”라며 “이 같은 경우를 두고 ‘돌의 체면을 못 세웠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시작했으면 체면치레는 해야 하는 것을 그것마저 못 하게 되는 수”라고 설명했다.

이세돌 9단의 흑돌 127수도 이세돌 9단 처지에서는 악수로 평가된다. 이세돌 9단은 127수로 집으로 많은 손해를 봤다는 분석이다. 대국이 시작된 뒤 1시간 50여분이 지나 나온 악수였다. 대국에서 크게 눈에 띈 첫 번째 실수이기도 했다.

“알파고, 상대에 맞춰 수를 두는 것 같다”

알파고는 162수에서 또 한번 실수를 한다. 알파고의 실수는 몇 번이나 나왔다. 반대로 이세돌 9단의 눈에 띄는 실수는 127수 한 번으로 평가된다.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 9단을 이겼을까. 전체 판세를 이미 읽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실수가 실수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게 경기를 해설한 전문가의 견해다.

더 읽어보세요!

김성룡 9단은 “오늘 알파고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 바꿔 생각해보면 그렇게 가도 이기는 길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작은 부분에서 일부 손해를 보고 간 것일 수도 있다”라며 “부분에서는 손해를 봐도 알파고가 전체적인 계산으로는 승산이 있으니 그렇게 둔 것”이라고 평가했다.

바둑은 부분의 싸움이 모여 전체 싸움이 되는 경기다. 가로·세로 각각 19칸인 바둑판을 몇 가지 부분으로 나눠 프로 기사들은 부분적으로 다툰다. 부분적인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바로 해당 부분에서 알파고의 실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알파고의 불계승. 즉, 알파고는 일부분뿐만 아니라 전체 판을 보고 수를 둔 것이라는 평가다.

김성룡 9단은 “이 같은 수를 두는 것은 사람이 하는 것은 불가능한 계산”이라며 “알파고의 실수가 나올 때마다 이세돌 9단이 유리하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그것이 알파고의 계산 속에서 벌어진 실수였다면 소름이 돋는 일”이라고 말했다.

네티즌의견(총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