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의 창조주, 데미스 허사비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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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저널리즘스쿨 학생들이 이세돌 9단과의 바둑대결에서 파죽지세로 몰아붙이고 있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설계한 데미스 허사비스를 지난 3월10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만났다. 허사비스는 대국 결과에 만족한 듯 자주 웃음을 지으며 1시간동안 인터뷰에 응했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은 <블로터>·<한겨레21>·구글코리아가 미래 언론인에게 디지털 미디어로 가는 길을 소개하기 위해 지난 1월 연 아카데미다. 이 기사는 제2기 넥스트저널리즘스쿨 수강생인 김혜인·이민경 씨가 작성했다. 기사는 블로터와 한겨레21에 공동 게재했다. <편집자주>

데미스 허사비스(demis_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

데미스 허사비스(demis_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

태초에 인공지능에 대한 시도는 많았으나 연산능력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였느니라. 데이터 응용력에 지체 현상이 나타났고 빅데이터를 심히 버거워하니라. 이에 인공지능에 대한 기술이 해박한 허사비스가 등장하니 ‘딥러닝’을 꺼내어 알고리즘계에 큰 빛을 비추니라. 허사비스가 살펴보시기에 ‘학습 알고리즘’을 적용할 게임엔 무엇이 존재하느냐 묻더니 ‘직관적인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바둑에 눈길이 머무르시니라. 대상을 바둑으로 정하니라. 허사비스가 가라사대 우리의 신경망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알파고를 만들고…. 어라? 바둑판을 엎을 위험이 있어 다시. 우리의 신경망을 따라 우리의 지능과 가장 비슷하게 알파고를 만들고 세상에 나타나게 하시니라.

제 1국. 알파고는 기계답게 정직했을 뿐이다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 그 알파고의 창조주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미스 허사비스를 3월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호텔에서 만났다. 전날 끝난 제 1국 승리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웃으며 “꽤 지치는데요”라고 첫마디를 꺼냈다. 자식의 프로 데뷔를 긴장 속에 지켜본 부모의 마음이 느껴졌다. 첫 경기가 치러지기 전 대다수 프로바둑기사들은 이세돌 9단의 우위를 단언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새, 인터넷 공간에는 알파고의 승리와 더불어 인간들의 탄식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허사비스는 이런 한국시민들의 반응에 의아함을 드러냈다. 허사비스의 딥마인드 팀은 지난 4~5개월 동안 열심히 알파고를 가르치고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알파고는 기계 특유의 정직함을 내세워 1천여년 간의 바둑을 군소리 없이 ‘열공’했다.

알파고가 대국 중 여러 번 둔 변칙적인 수에 프로기사들은 ‘인간이라면 둘 수 없는 수’라며 절반은 당황, 절반은 의심했다. 1국이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리자 이번엔 그 ‘실수’가 사실 계획된 것이었다는 의견도 소셜네트워크(SNS)상에서 호응을 얻었다.

이런 ‘음모론’에 대해 허사비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실 나는 아마추어 레벨의 바둑기사이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다. 그런데 알파고는 ‘몇 점 차로 이기는 지’에 관해서는 연연하지 않는 아이다. 왜냐면 오직 ‘이길 확률이 높다’, ‘이길 확률이 낮다’의 기준으로만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 애가 판단했을 때 ‘이 자리에 두면 이길 확률이 높겠군’이라고 생각하면 그저 그 곳에 둘 뿐인 거다.” 인간 사이의 경기에서는 상대의 뒤통수를 때리는 전략이 카타르시스를 주는 걸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알파고는 너무 정직한 인공지능이었던 셈이다.

시간의 활용 면에서 알파고는 이세돌 9단보다 더 다이내믹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제1국에서는 쓸수 있는 시간 가운데 단 5분을 남기고 모두 사용한 알파고와 다르게 이 9단은 시간이 꽤 많이 남았다. 지난 판후이와 경기 때는 알파고가 단조롭게 모든 수에서 같은 시간을 사용해 돌을 두었다. (아직도 알파고가 그런 ‘매력없는’ 인공지능인 줄 아는 사람이 있다!) 허사비스가 이번 대국을 앞두고 알파고에게 학습시킨 것 가운데 가장 눈에 띌 만한 것이 시간관리 능력이다. 알파고는 이제 장고를 둘 줄도 알고, 눈 깜짝할 새에 수를 두기도 한다.

제2국. 알파고는 스타포인트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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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1국에서 이 9단이 흑돌을 잡았다. 이 9단이 첫 수를 두면 그에 알파고가 반응한다. 여기서 궁금한 것 하나. 알파고는 항상 최적의 수를 찾는다. 그렇다면 흑돌을 선택한 알파고가 두는 첫 수는 언제나 같은 곳이 아닐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알파고는 스타포인트(Star-point)를 좋아한다.”(웃음) 스타포인트란 우리말로 ‘화점’을 뜻한다. 바둑판 위에는 총 9개의 화점이 있다. 항상 첫 수는 이 화점들 중에 있다.(10일 2국에서 흑을 선택한 알파고는 우측 귀퉁이 화점에 첫 수를 두었다)

그러나 첫 수를 제외하고, 비슷한 상황에 직면할 경우 알파고는 항상 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알파고의 의사결정 과정인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Monte Carlo Tree search)에는 무작위성이 알고리즘화돼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궁금한 것은 그럼 ‘알파고에게 로봇 팔 하나쯤 만들어주면 어땠을까’이다. 천문학적인 경우의 수를 따져가며 바둑을 두는 알파고에게 스스로 바둑알을 집어 내려놓게 할 수 있는 팔 하나 달아주는 게 그리 어렵게 생각되진 않으니까. 하지만 우리 낙관과 달리 인공지능에게 복잡한 연산은 ‘식은 죽 먹기’인 반면 종이를 접거나 머리를 손질하는 감각운동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허사비스는 “로봇 팔이 바둑판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 아주 얌전하게 바둑알을 내려놓도록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런 감각운동 능력은 수백만 년 동안 진화를 통해 인류와 동물에게 선사된 것이다. 더욱이 이런 능력이 이미 탑재된 상태에서 인류와 동물이 태어나니 원리를 알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세 번째 궁금한 것.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경기가 온 뉴스를 차지했다. 뉴스에서 자주 보이는 설명 가운데 “알파고의 딥러닝은 이전의 인공지능에 비해 범용성이 강화됐다”가 있다.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설명해 달라는 요청에 “딥러닝이란 것은 신경망이 여러 층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deep’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레이어(신경망 층)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심층적인(복잡한) 기능을 수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용성’이란 것은 어떤 인풋을 넣는가에 따라서, 예컨대 이미지, 음성, 번역 등이 섞여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처럼 두루 활용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런 범용성을 아직 가까이서 접하지 못했기에 믿지 못하는 분들도 있다.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단지 바둑만을 두기 위해 연구되는 것이 아니다. 허사비스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주 (바둑에) 국한돼 있다고 말하는 것에 놀라고 있다. 알파고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범용성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팀은 ‘딥강화학습’을 통해서 화면에 있는 픽셀만으로 아타리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다. 이 대국 이후에 차세대 알파고 버전은 여러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3국. 허사비스와 바둑의 운명적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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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허사비스(demis_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 그는 어쩌다 옛 연인인 체스를 버리고 새 연인 바둑에 관심을 두게 됐을까. 체스를 굉장히 좋아해 어린 시절 체스 세계랭킹 2위를 차지했던 그였다. 하지만 20년 전 딥블루를 통해 컴퓨터의 뛰어남이 증명된 체스는 그에게 도전정신을 주지 못했다. “체스는 솔루션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학습 알고리즘’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체스는 그만큼 흥미가 있지 않았다.”

한국, 중국, 일본 즉 동양에서만 두는 바둑과의 설레는 첫 만남은 언제였는지 물었다. “캠브리지대학 시절에 바둑을 배우게 됐다. 동문이자 알파고 게임 책임자인 데이비드 실버에게 바둑을 가르쳐주기도 했다. 당시 우리가 바둑을 컴퓨터로 두게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을 했다. 당시를 회상하면 20년 만에 알파고를 통해 우리의 꿈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바둑은 아름답고 우아하다고 극찬하는 허사비스는 바둑의 어떤 매력에 빠진 것일까. 직관력! 그는 바둑이 인공지능이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직관력을 뽑았다. 상대의 마음을 잡는 게 어려울수록 소유욕이 강해진다고 했던가. 컴퓨터가 기존에 가지지 못한 직관력을 알고리즘을 통해 극복해야겠다는 것이 허사비스가 알파고를 만들게 된 이유이다.

허사비스의 손에 의해 탄생한 알파고는 직관력을 포함해 강점을 하나 더 가지고 태어났다. 제1국에서 알파고가 승리한 이유로 꼽히는 ‘흔들리지 않는 감정’이었다. 감정이 드러나는 법도, 지치는 법도 없는 알파고는 시간도 기계적으로 사용했다. 바둑에 중요한 ‘기세 싸움’에서 이세돌 9단이 밀린 이유였다. “알파고의 승리 원인이 알파고가 감정이 없어서라는 의견에 동의한다. 바둑에 있어서 감정을 가미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할 의향은 있다.” 간단했다. 굳이 강점을 약점으로 바꿀 필요는 없다.

제4국. 목표는 이미 달성한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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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0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데미스 허사비스(demis_hassabis) 구글 딥마인드 CEO와 인터뷰를 진행한 넥스트저널리즘스쿨 수료생 이민경(좌), 김혜인씨.

인공지능에 관해 희망적인 발언을 쏟아내는 허사비스는 이번 대국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자식을 물가에 내놓는 어미의 마음을 모르는 척 접어두고선 냉정한 평가를 요구했다. 과연 알파고의 성공을 어느 정도로 볼 것인지 말이다. “일단은 1승도 아주 중요하다. 1승을 통해 우리가 알파고의 성능을 체크해 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목표는 1승이라도 하는 게 본래 목표였다.” 두 번째 대국이 시작되기 약 3시간 전, 그가 진단한 알파고의 목적은 이미 성공한 셈이었다.

두 번째 대국이 열리기 전, 알파고의 남은 대국 승률을 물어봤다. 5대5의 확률이기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겸손한 말과 함께 “지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자식에 대한 확신에 찬 말이 이어졌다. 허사비스가 대국 마지막 날에도, 그 지으신 알파고를 보시니 심히 보기 좋았더라라고 판단할지는 남은 대국들을 지켜보고 평가하자.

* 데미스 허사비스와 넥스트저널리즘스쿨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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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 1국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꽤 지친다(웃음). 흥미진진하면서도 안도감이 든다. 우리 팀과 알파고가 경기한 과정에 대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너무나 아름다운 대국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어제 대국에서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알파고를 만든 창조주 입장에서 알파고라는 자식이 좋은 경기와 더불어 승리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매우 자랑스럽다. 대부분의 프로 바둑기사들이 쉽게 이세돌 기사가 승리할 것이라 예측했는데, 우리도 지난 4~5개월간 알파고를 가르치는 데 매우 열심히 임했다.”

– 방금 알파고를 가르쳤다고 했는데, 이미 나온 기사들을 토대로 공부해보니 알파고는 ‘셀프러닝’(self-learning), ‘딥러닝’(deep-learning) 등 스스로 학습하는 ’강화학습’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말하는 것은 개발자들이 바둑 기보 등을 알파고에 입력하면 알파고가 체화하는 것을 뜻하는가.

“대부분이 자가로 학습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우리가 관리 감독하는 부분도 없진 않다. 예를 들어서 알고리즘을 조금 더 개선한다든지 더 큰 신경망을 차용을 한다든지. 그리고 또 한 가지 새로운 점은 시간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학습시킨 것이다. 알파고가 판후이와 대국할 때는 모든 한 수를 둘 때마다 같은 시간을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역동적으로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면 좀 더 길게 시간을 썼다.”

– 시간 사용에 관련된 질문을 더하자면, 이번에 1국에서 이세돌 9단은 대국 중에 알파고보다 더 적은 시간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사실 꽤 놀랐다. 알파고가 시간을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사용했다고 생각한다. 알파고는 5분 남겨두고 끝났는데 (알파고는 가용시간을 거의 다 썼다) 이세돌 9단은 시간이 꽤 남아서 놀랐다.”

– 어제 경기에서 알파고가 대국 중 몇 번의 ‘실수’를 했다고 관전평이 나왔는데, 일부에서는 이 ‘실수’가 계획된 실수라고 한다. 진짜 실수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무엇인가.

“(웃음) 나는 아마추어 레벨의 바둑기사이기 때문에 정확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알파고는 몇 점 차로 이기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오직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주의로 사고한다. 즉 알파고는 ‘내가 이렇게 두면 확실하게 승리할 확률이 높다’고 판단이 나면 그 자리에 포석을 하는 것이다. 이 점이 인간간의 대국과 다른 점이라 볼 수 있다.”

– 알파고는 항상 최적의 수를 둔다고 하는데, 1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흑을 집어서 첫 수를 두었지만 만약 알파고가 다음 대국들에서 흑돌을 잡을 경우 항상 첫 수를 같은 곳에 둘까.

“좋은 질문이다. 그런데 트리서치(알파고 의사결정체계)에는 무작위성이 알고리즘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연출된다 할지라도 매번 게임에서 다른 곳에 포석을 할 것이다.”

– 첫 수일지라도?

“첫 수는 보통 항상 같을 것이다. 알파고는 주로 스타포인트(화점)에 둘 것이고, 알파고는 스타포인트를 좋아한다.(웃음)”

– 체스는 전세계적으로 두는 게임이고, 바둑은 동아시아에서 많이 두는 게임인데 왜 바둑을 선택했나.

“나도 어렸을 때 체스기사였다. 물론 체스를 사랑하지만 컴퓨터, 딥블루가 체스 챔피언을 이긴 것이 벌써 한참 전이다. 즉, 체스는 솔루션을 프로그래밍 할 수 있다. 우리는 ‘학습 알고리즘’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체스는 그 관심에 상응하는 흥미를 유발하지 않는다. 또한 나는 성장하면서 체스 외에 다른 게임들도 배웠는데, 그 중 하나가 바둑이었다.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할 때 데이비드 실버에게 바둑을 가르치다가 얘기가 나온 것이 바둑을 컴퓨터에 가르쳐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었다. 바둑은 직관적인 게임이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컴퓨터는 직관적인 것에 약하기 때문에 직관적인 알고리즘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것이다. 또한 나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둑에 점점 더 애정을 가지게 됐고, 바둑은 매우 아름답고 우아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알파고가 바둑경기를 벌이고 있는 이 상황은 우리에게 있어서 20년 간의 꿈을 이룬 것과 같다. 그리고 체스가 더 글로벌할지라도 서구에서 체스가 누리는 인기와 비교했을 때, 바둑이 동아시아에서 사람들에게 좀 더 많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게임인 것 같다. 특히 지금 한국의 전 국민이 이 경기에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것이 그 증거인 것 같다.”

– 직관이라고 하니, 한 가지 직관과 관련한 질문을 더 드리겠다. 어떻게 보면 알파고는 감정에 흔들릴 염려가 없기에 직관에 더 유리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인공지능에게 감정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확한 지적이다. 어제 해설자분들도 알파고가 감정에 흔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그게 강점이기 때문에 바둑에 있어서는 감정을 가질 수 있는 인공지능을 연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다른 분야에 있어서는 감성적인 부분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테니 그에 따른 연구는 진행하고 있다.”

– 감각운동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다. 모라벡의 역설(Moravec’s paradox)에 따르면, 인공지능은 굉장히 복잡한 고도의 연산은 쉽게 하지만 반면 머리를 손질한다든가 잔디를 깎는 등의 사람이 일상적으로 하는 감각운동은 어렵다. 이번에 알파고는 사람이 대리인으로 나와 돌을 놓았는데, 알파고가 스스로 팔을 갖지 못한 이유가 이런 어려움 때문인가.

“맞다(웃음). 로봇의 팔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 그 로봇 팔이 전체 판을 엉망으로 만들지 않고 아주 얌전하게 돌을 놓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이 역설이란 사실 진화가 인류와 동물에게 수억년 간의 시간 동안 선사한 감각운동 능력에서 비롯한다. 감각운동이나 이런 것들은 내재적으로 탑재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적용이 어렵다. 그리고 사실 인간이 움직일 때 대부분은 무의식으로 일어나고 뇌에서 이것이 얼마나 복잡한 것인지는 모르고 움직이는 것이기에 굳이 ‘역설’이라 불러야 할까란 생각을 하기도 한다.”

– 딥러닝이 그 이전 버전에 비해서 범용성이 더 크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딥러닝이란 것은 신경망이 여러 층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deep’이라는 단어를 쓰는 이유는 레이어(신경망 층)의 수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더 심층적인(복잡한) 기능을 수행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용이라고 나오는 이유는 어떤 인풋을 넣는가에 따라서 이미지, 음성, 번역 등이 섞여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두루 활용성이 높아진다는 걸 의미한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사진 : 구글코리아 제공)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사진 : 구글코리아 제공)

– 알고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제가 주목하는 쪽은 강화학습 알고리즘에 대한 문제다. 이번에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통해서 저는 오히려 딥마인드의 기술력은 강화학습 면에서 조금 더 빛이 나지 않았나 싶다. 예전에 스티븐 레비와 인터뷰 할 때도 그 강화학습이 딥러닝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는데, AGI(범용인공지능)를 만들어 가실 때 이번에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만들어진 강화학습의 알고리즘 노하우가 AGI를 만들 때 어떤 정도의 기여를 하는 지 궁금하다.

“좋은 질문이다. 지금 말한 것처럼 강화학습이 딥러닝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맞다. 저희가 물론 딥러닝 쪽에 세계 일류의 팀을 만들어 놓고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강화학습이라는 것은 저희만이 가진 특화된 분야라고 생각한다. 저희가 하고 있는 것은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통합한 것이다. 통합한 것을 ‘딥강화학습’이라 부르고 있다. 저희가 에이전트 기반의 시스템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이 두 가지가 중요하게 되는데, 이 두 가지가 중요한 이유는 패턴을 인식하는 인풋을 프로세싱할 수 있으면서도 강화학습, 그러니까 그 다음 어떤 액션을 취할 것인가를 알 수 있는 강화학습, 이 두 가지가 에이전트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패턴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 이 두 가지가 중요하다.”

– 딥러닝을 조금 이해한 이들은 이세돌과의 바둑대결에 대해 그냥 여기서 만들어진 알고리즘은 바둑을 위해서만 쓰일 것이다. 다시 말해 약한 인공지능이라고 사고한다. 하지만 현재 여기서 만들어지는 알고리즘 노하우들이 오히려 다른 분야, 다른 게임, 다른 일상적인 의료 등에 쓰일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일단은 많은 분들이 아주 국한돼 있다고 말하는 것에 놀라고 있다. 저희 알파고에서 가장 강조하고 있는 것이 범용성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딥강화학습을 통해서 화면에 있는 픽셀만으로 아타리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학습했다. 이 대국 이후에 차세대 알파고 버전은 여러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이 대국을 통해서 어느 정도를 성공이라고 칭할 것인지가 궁금하다. 몇 승, 이 정도가 아니라 어떤 면을 보는지.

“일단은 1승도 아주 중요한 것 같다. 이 1승을 통해서 우리가 알파고의 성능을 체크해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물론 저희가 끝났을 때 알파고가 승리하지 못하면 저희가 실망하겠지만 저희의 목표는 1승이라도 하는 것이었다.”

– 차세대 버전에 대해 얘기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사실 바둑보다 ‘스타크래프트’ 게임에 관심이 더 많다. ‘스타크래프트’ 게이머인 홍진호 씨도 그렇고,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스타크래프트’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차세대 버전에서 도전할 게임은 무엇인가.

“아직 어떤 것을 할지는 계획이 없다. 나도 ‘스타크래프트’를 좋아한다. 개인적으로 흥미를 갖고 있는 온라인 전략게임에 도전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는 하긴 했다. 구체적으로 계획이 있는 단계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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