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저널리즘을 보여줘”…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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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뉴스랩 펠로우십 프로그램(이하 뉴스랩 프로그램)이 지난 3월10일 졸업식을 끝으로 3개월여 여정을 마무리했다. 뉴스랩 프로그램은 ‘인터넷 트래픽에 목을 걸고, 선정적인 광고나 협박성 광고로 돌아가는 한국 뉴스 생태계의 고리를 깨보자’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뉴스랩 프로그램은 400만원의 장학금을 비롯해 전문 강사진으로부터 최신 모바일 뉴스 트렌드 및 제작 도구를 배우는 12주간의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교육은 콘텐츠 생산 계획에 따라 변화를 주면서 유연하게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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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풍경

기사, 영상, 그래픽, 개발 능력을 가진 펠로우들은 협업을 통해 콘텐츠의 기획, 제작, 유통 전반의 과정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며 콘텐츠를 만들었다. 펠로우들은 기사의 탄생부터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모든 과정에서 필요한 전략을 세워 접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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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랩 프로그램 전체 타임라인

처음에는 기존 언론사 인턴처럼 활용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으나, 실제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서는 교육과 전략 수립 과정에 충분한 시간이 배분됐다. 제작 능력은 있는 친구들이 모인만큼, 실제 제작은 어렵잖게 이뤄질 거라는 판단도 염두에 있었다. 12주의 기간 동안 다양한 교육이 이뤄졌다. 미디어 이슈와 플랫폼에 대한 교육은, 콘텐츠 제작·기획 교육은 물론, 팀에서 선정한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인권교육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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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리플

‘지금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 <중앙일보> 젤리플

<중앙일보>의 젤리플 팀은 청소년의 성을 주제로 삼았다. 1단계에서는 “어른들은 쉬쉬하지만 서로 궁금했고 몰랐던 성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지금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는 공감을 바탕으로 소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타깃 독자는 성을 이야기하고 싶은 10대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젤리플 팀은 10대 청소년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성문제를 직접 말하는 인터뷰 영상을 준비했다. 학교에서 발기하는 경우, 생리통, 브래지어 때문에 난처한 경험 등을 소재로 썼다. 독자들은 서로의 친구를 소환하며 영상을 입소문냈다.

단순히 공감을 나누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모은 독자를 대상으로 중간단계에서는 ‘여성 청소년이 성욕이 없는 존재 내지는 성욕이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여성 청소년의 성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가진 인식’을 지적하는 게 젤리플 팀의 계획이다.

뉴스랩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3단계에 걸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략’의 짜임새다. 이를 ‘깔때기 전략'(Funnel Strategy)이라고 한다.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깔때기를 만들어 독자를 끌어오는 방법이다. 상단, 중단, 하단의 3단계를 거치며 타깃 독자를 좁혀가고, 궁극적으로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전달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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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 nin

‘난 이런데, 넌 어때?’, <한겨레21> 닌 nin

<한겨레21>의 닌 팀은 ‘난닌’시리즈 영상을 만들었다. ‘난 이런데, 넌 어때?’의 줄임말이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느낄 수 있는 공감의 포인트를 찾아 40초 내외의 영상을 만들고, 아웃트로 부분에서 메시지 첨부 파일처럼 변하는 포맷을 이용해 독자의 참여도 유도한다. ‘난닌’ 시리즈는 평소에 뺀질거리고 일도 제대로 안 하면서 사장님이 왔을 때만 열심히 일하는 동료를 봤을 때, 체감하는 시간은 많이 흘렀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아서 슬플 때 등을 공감 포인트로 잡아 영상으로 만들었다.

‘닌닌’ 시리즈는 닌 팀의 인터랙티브 기획이다. 여행, 연애, 결혼, 대학등록금, 스펙 등 20대 이용자 관점에서 실제 경험하거나 고민해봤을 법한 주제를 잡았다. 현재 본인의 시급을 입력하고 각 주제에 따라 본인이 조건을 선택하면, 자기 시급으로 그 일을 하는 데 드는 돈을 벌기 위해 얼마나 아르바이트해야 하는지를 결과 화면에서 보여준다. 본인의 조건을 직접 입력한다는 점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느낌을 주고, 결과 화면을 SNS상에 공유할 수 있게 함으로써 확산 효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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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지

선택을 어렵게 만드는 사회의 강요를 체험한다, <오마이뉴스> 오이지

게이미피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오마이뉴스>의 ‘오이지(Oh easy)’팀의 인터랙티브 기사도 눈에 띈다. 사회적 통념에 의해 강요되고 있지만, 내키지 않는 선택을 시뮬레이션 게임의 포맷에서 가장의 캐릭터인 ‘오이지’를 통해 체험하는 기획이다. ‘토익 공부, 해야 하는 걸까?’와 ‘알바, 좋은 경험이 될까?’ 의 2가지 게임 시나리오가 제공돼 있다.

게임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선택의 순간이 등장해 ‘오이지’의 행보를 결정한다. 선택의 순간에 등장하는 오 박사는 <오마이뉴스> 기사 기반의 사례를 제공함으로써 독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독자는 게임이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자신의 경험이나 상황을 직접 입력할 수 있다. 주어진 임무을 수행하면서, 사회의 시선, 획일적 삶에 대한 암묵적 강요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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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O

안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아, <뉴스타파> SINO

뉴스타파의 시노팀의 메시지는 강력하다. ‘Say I’m Not Ok.’ ‘안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는 쉽게 기억에 남는다. 첫 글자를 따 줄인 팀 명인 SINO는 ‘신호’라는 의미도 있다. 시노팀은 자살과 우울증 문제에 접근했다.

‘죽고 싶은데, 살고 싶어요’는 살고 싶어서 죽음을 택하는 이들이 보내는 ‘신호’에 주목한다. 이런 신호를 보내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신호를 섣불리 넘기지 말고 읽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시노팀은 자살 문제가 이야기되는 것조차 터부시되는 한국에서 자살과 우울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대화라고 봤다. ‘안 괜찮다고 말해도 괜찮다’라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의미다.

인플루언서도 활용했다. 심리에 대한 개인의 고민과 함께 구조적 문제를 일기 형식으로 풀어내는 페이스북 페이지 ‘서늘한 여름밤의 내가 느낀 심리학 썰’의 이서현 작가와 함께 콘텐츠를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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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주제 ‘감시’ 프로젝트. 360도 영상으로 촬영됐다.

한계와 가능성

뉴스랩 펠로우십은 언론사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임에도 언론사의 역할이 모호했다는 한계점을 노출했다. 뉴스랩 프로그램이 네 팀으로 진행됐고, 네 개 프로젝트 결과물이 나왔다는 수준이었을 뿐이었다. 딱히 <중앙일보>, <한겨레21>, <뉴스타파>, <오마이뉴스>가 함께했다는 사실은 느껴지지 않았다. 각 언론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뉴스랩 프로그램에서는 전혀 살아나지 않았다.

학생들은 언론사와의 협업에 대해 만족했지만, 언론사의 역할과 기자들이 시간적으로 바빴던 것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뉴스랩 프로그램에서는 언론사의 역할정립 부분에서 미흡했고, 이 과정에서 언론사는 프로젝트 주체성을 많이 상실했다. ‘와서 뭘 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는 의미다. 언론사가 뉴스랩 프로젝트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딱히 뚜렷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참여도도 낮았다. 업무의 우선순위에서 밀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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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선정에서의 아쉬움도 있었다. 이성규 <블로터> 미디어랩장은 “큰 담론 속에서 20대를 빼 올 수 있는 이슈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 20대 대학생이라는 매우 특정한 집단만이 적극적으로 관계할 수 있는 이슈만 건드렸다”라고 평했다. 강정수 디지털사회연구소 소장은 “리서치에 대한 동기와 전문적인 지식이 부족했다”라며 “때문에 본인의 경험 위주로만 사고하는 경우가 잦았다”라고 말했다.

실제 언론의 생존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것도 아쉬운 점으로 꼽혔다. 강정수 소장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고민이나 스타트업 창업 교육이 추가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다만 뉴스랩 프로그램이 글쓰기, 개발, 영상, 그래픽 인력이 한 팀에서 서로 협업하는 과정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뉴스는 기자만 만든다는 패러다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향후 뉴스 콘텐츠에 필요한 기술이 많아질수록, 글 쓰는 기술 하나밖에 없는 기자 혼자서 디지털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를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영상이나 그래픽 기술을 가진 인턴이나 비정규직으로 땜질하듯 콘텐츠를 뽑아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규직 기자가 주도하고, 인턴과 비정규직을 갈아서 양산한 콘텐츠를 양질의 콘텐츠라고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뉴스랩 프로그램은 글을 쓰는 기술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뉴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필요한 영역의 기술을 가진 주체들은 함께 주제를 고민하고 전략을 구상했다. 기자, 개발자, 디자이너 등이 협업을 통해서 좋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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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ak through, flickr, CJ Sorg, CC BY-SA

구조를 쪼개는 작은 균열의 반복

언론 지망생 중에서 디지털 저널리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중요하다는 느낌만 막연하게 받고 있을 뿐이다. 디지털 저널리즘에 대한 이해는 당장 언론사에 들어가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상식공부를 좀 더 하고, 글쓰기 실력을 키워야 기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펠로우들은 같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다는 점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새로운 저널리즘을 함께할 인적자본을 얻은 셈이다. 뉴스랩 프로그램은 펠로우들이 혼자 일하던 습관에서 벗어나 팀 작업의 의의를 얻는 기회로 작용했다.

뉴스랩 프로그램은 처음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라 생기는 운영상의 미숙함은 있었으나, 비교적 매끄럽게 진행됐다. 전문운영진으로 참여한 이성규 랩장은 “생산된 콘텐츠와 생산방식이 충분히 만족스러울 만큼 창의적이었다”라며 “저널리즘에서 미디어 콘텐츠 전략을 적용하는 시도가 기존의 언론사와는 달랐다는 게 의미 있었다”라고 말했다. 강정수 소장은 “기사의 기획에서부터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참여시켜, 하나의 팀으로서 협업을 이뤘다는 시도가 새롭고 의미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프로젝트를 책임진 원용진 서강대학교 교수는 “우리들의 실험이 대학 안에서 벌어진 작은 사건 이상이길 기대한다”라며 “저널리즘 계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실험을 챙겨 보길 희망한다”라고 당부를 덧붙였다.

뉴스랩 프로그램은 한국 언론계에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저널리즘의 가능성을 던졌다. 또한, 저널리즘의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젊은이에게는 인적자본과 경험을 제공했다. 가능성은 구조를 긁는 미세한 균열이 되고, 반복되는 미세한 균열은 단단한 구조를 쪼갠다. 뉴스랩 프로그램 이후에도 많은 가능성이 나타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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