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알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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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의 패배와 한 번의 승리. 지난 3월9일부터 시작된 이세돌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바둑 시스템 ‘알파고(AlphaGo)’의 5번기 대국이 3월15일 5국을 마지막으로 끝난다. 최종 스코어와 관계없이 알파고는 이미 3번의 대국을 따내며 승리를 확정을 지었지만, 마지막 5국이 열리는 포시즌스 호텔에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이들의 눈이 쏠려 있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과의 대국을 바탕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까. 앞으로 인공지능은 인류의 지적 활동에 어떤 영향을 줄까. 그리고 바둑과 인간은 알파고가 보여준 수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김성룡 9단은 5번기가 진행되는 동안 기자실에서 기자들과 함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돌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좌절과 희열을 모두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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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룡 9단(기자실 해설)

“첫날은 충격적이었죠. 2국 때는 절망적이었고. 3국 때는 아무도 이기지 못할 것이라는 느낌까지 받았어요. 그날은 알파고가 최고로 잘 둔 날이었거든요.”

김성룡 9단뿐이 아니다. 이세돌 9단이 186수 만에 돌을 던진 1국은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전문가들도 할 말을 잃었다. 잠깐은 모두가 멍하게 바둑판을 볼 뿐이었다. 이세돌 9단이 211수 만에 다시 불계패를 선언한 2국이 끝난 이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달라진 것이 있었다면 충격이 절망으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기계에 사람이 이기는 것은 이제 어려운 일이 됐다고 생각했다. 알파고의 실수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실수가 아닌 정밀한 수 계산인 것 같다는 분석도 이즈음부터 나왔다.

이세돌 9단도 2국이 끝나고 “초반부터 한순간도 앞섰던 적이 없었던 것 같고, 특별히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밝힐 정도였다. 5번기의 승패를 가른 3국. 이세돌 9단이 또다시 불계패를 선언했을 때, 많은 이들이 5국까지 모두 인간이 패배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사람들이 이세돌 9단을 좋아하는 이유가 이세돌 9단이 3국을 지고 깨끗하게 승복을 했잖아요. 그러면서 마지막에는 여운이 남는 말을 했어요. ‘알파고도 완벽한 것 같지는 않다’라고. 다들 절망하고 포기할 때, 이세돌 9단은 혼자 무엇을 느끼고 있었을까. 그것이 참 궁금했거든요. 그런데 그것을 4국 때 보여줬어요. 그 이후부터는 지켜보는 우리도 약점이 보이더라는 거죠.”

3국 패배로 승패는 갈렸지만, 이세돌 9단은 그 대국에서 알파고의 약점을 봤다.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착수한 흰 돌 78수가 사람들의 입에 무수히 오르내렸다. 이 수로 승리의 불씨를 지필 수 있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처음 보는 상대와 불과 3번 붙어봤을 뿐인데, 이세돌 9단은 홀로 상대를 공략할 방법을 찾아낸 것일까. 이세돌 9단만이 알 일이지만, 4국이 끝난 기자실에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세돌 9단의 표정도 좀 밝아 보였다. “한 번 이기고 이렇게 축하를 받기는 처음”이라며 다소 여유가 묻어나는 소감도 밝혔다. 누군가의 우스갯소리처럼 ‘인간의 승리가 아니라 이세돌의 승리’일 뿐이었을지도 모르지만, 희열은 모두의 것이었다.

“앞으로 바둑은 기술적으로 엄청나게 바뀔 것 같아요. 알파고에 어마어마한 영감을 받았거든요. 우리는 알파고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그냥 ‘그 사람’이 보여준 그 수만 볼 뿐이죠. 그 사람이라고 말해도 어색함이 없는데, 그 수만 보고 우리는 느낀 것이 많았죠 우리는.”

김성룡 9단은 알파고 이후 바둑을 두는 이들과 바둑계가 지금보다 진보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압도적인 상대 앞에 좌절하기보다는 그로부터 영감을 받아 발전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의미다. 어쩌면 이것은 과학이 결코 기계에 가르칠 수 없는 마지막 영역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이세돌 9단도 대단하지만, 과학자들도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이 달려들었는데, 실패하며 좌절했을 테니까요. 반대로 생각해 보자고요. 모두 박사학위를 받은 세계 최고의 사람들인데, ‘겨우 동양의 게임 하나인데 우리가 왜 못 이기지?’ 이런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겠어요. 이번에 과학계도 아마 큰 희망을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과학의 승리죠. 우리는 다만, 우리도 완벽하게 지지는 않았다는 것에 만족할 뿐입니다.”

조금 전 오후 1시부터 흑돌을 잡은 이세돌 9단의 마지막 착수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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