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열쇳말]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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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12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3번째 대국이 알파고의 불계승으로 끝이 났다. 이세돌 9단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판을 풀어나가며 분전했으나, 알파고의 큰 그림을 그리는 계산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3국까지 0대3의 스코어를 기록하면서 나머지 대국 결과와 상관없이 알파고의 승리가 확정됐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아직은 멀었다’라는 의견이 팽배했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사람들은 부쩍 다가온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시대를 체감하고 있다.

▲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

생각보다 큰 차이로 이세돌 9단이 패배하면서,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이 사실은 ‘스카이넷’을 개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스카이넷(Skynet)은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가상의 시스템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는 인공지능이다. 영화 속 스카이넷은 자신의 발전을 두려워한 인간이 자신을 멈추려고 하자 인류를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을 감행했다.

약한 AI와 강한 AI

공학 분야에서 말하는 인공지능의 정의는 ‘문제를 푸는 기능’이다. 사람이 하는 대부분의 결정, 이를테면 어떤 옷을 입을지, 어떤 말을 할지 등은 일종의 문제 해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따라 하는 로봇을 보고 인공지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기술적 변화를 통해 단순 문제 풀이에서 지능의 실제적 구현을 목표로 발전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크게 둘로 나뉜다. ‘약한(Weak) AI’와 ‘강한(Strong) AI’다. 약한 AI는 특정 영역의 문제를 푸는 기술이다. ‘단어를 입력하면 검색 결과를 보여라’, ‘음성을 듣고 무슨 말인지 인식하라’ 같은 문제를 푸는 것이다. 강한 AI는 이와 달리 문제의 영역을 좁혀주지 않아도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는 기술 수준을 말한다. 강한 AI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나, ‘어벤저스2’의 울트론처럼 흔히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로봇들이다. 현재 단계에서는 약한 AI가 많이 쓰이고 있다. 강한 AI를 만들려면 아직 멀었다는 게 과학계 중론이다.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등장한 영화 ‘터미네이터(출처 : 터미네이터 무비 공식 사이트)

▲인공지능 ‘스카이넷’이 등장한 영화 ‘터미네이터(출처 : 터미네이터 무비 공식 사이트)

약한 AI의 대표 사례는 스팸메일 필터링, 이미지 분류, 기계번역 기술 등이다. 예컨대 ‘구글 포토’ 서비스를 보자. ‘동물’이라고 입력하면 알아서 동물 사진만 인식해 불러온다. 이는 구글 포토가 ‘동물’, ‘음식’ 등 수백만 개 보기를 가지고 있고 기계가 그 중 하나를 고르기 때문이다. 알파고도 약한 AI의 사례다. 알파고가 ‘인간이 둘 수 없는’ 창의적인 수를 둔다며 사람들이 경악하고 있지만, 알파고는 오직 확률만 따질 뿐이다. 알파고는 이길 수 있는 확률이 높은지 낮은지 여부만 연산해서 착수를 결정한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약한 AI을 구현할 때는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사용한다. 딥러닝머신러닝이라는 용어가 혼용되고 있지만, 머신러닝이 좀 더 큰 개념이다. 머신러닝의 방법론 중 하나가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머신러닝 방법론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기도 하다.

딥러닝 방식은 이렇다. 과거엔 데이터들을 사전지식을 동원해 분류했다. ‘귀가 뾰족하고 네 발이 보이는 사진’이라는 사전지식을 입력해 고양이 사진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때 고양이의 귀나 다리가 사진에서 잘 안 보이면 어떻게 될까? 기계는 바로 고양이 사진이 아니라고 분류했다. 사전지식의 내용과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딥러닝은 이러한 사전지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일단 데이터를 넣어놓고 기계가 스스로 특성을 분류한다. 이때 무작정 데이터가 많아선 안 되며, 실제로 고양이 사진을 무엇인지 알려주는 이른바 ‘정답’ 데이터도 많아야 한다.

▲머신러닝은 대규모 데이터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머신러닝은 대규모 데이터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머신러닝은 크게 알고리즘, 데이터, 하드웨어 인프라로 구성된다. 사실 머신러닝과 관련된 알고리즘은 수십 년 전에 나왔고, 관련된 기술들도 오픈소스로 많이 공개됐다. 머신러닝의 핵심은 데이터의 양이다. 데이터의 양이 많을수록 품질이 올라간다.

데이터가 많으면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인프라를 구축해놔야 한다. 과거에는 머신러닝 방법을 알지만 인프라가 따라오지 못해 머신러닝 실험을 하지 못하곤 했다. 현재는 기술과 하드웨어 수준이 높아져 실험 기반은 마련됐고, 누가 더 빨리할 수 있느냐에 집중하고 있다. 머신러닝은 대규모 데이터와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시도하기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머신러닝의 활용은 규모의 경제가 되고 있다. 거대 IT 기업 정도가 돼야 도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존하는 머신러닝 기술들의 수준은 벌꿀, 개미, 거머리 등의 뇌 수준에 버금가는 정도다. 다만 해당 문제풀이에 특화했기 때문에 특정 영역에서는 인간의 능력을 넘어설 수 있다. 흔히 사용하는 번역기나 음성인식도 머신러닝을 응용한 사례다.

인공지능을 둘러싼 2가지 시선

인공지능의 성능 향상에 따라 그것의 위협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생각하는 인공지능의 수준에 미치려면 한참은 남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럼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인공지능 발달의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워서다. 또 각 분야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개발하는 탓에 현재의 기술 수준을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 인공지능 유토피아론과 디스토피아론은 이런 혼란스런 상황을 무대로 서로 엉키고 부딪힌다.

인공지능은 인류의 실질적인 위협일까

▲인공지능 연구자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출처 : Flickr, Ed Schipul. CC BY SA)

▲인공지능 연구자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출처 : Flickr, Ed Schipul. CC BY SA)

“인공지능에 대한 전형적인 비관론적 영화들을 보면 한두 명의 개인이나 그룹이 인공지능의 지배에 저항해 전투를 벌이거나 인공지능과 인류가 세계의 지배권을 놓고 전쟁을 하는 방식이다. 인공지능은 이런 영화들처럼 한두 명의 손에 달린 게 아니라 10·20억명의 손에 쥐어진 것이다.”

– 레이 커즈와일, 구글 엔지니어링 이사

세계적인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구글의 엔지니어링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인공지능이 인류의 위협이 되지 않다고 강조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커즈와일 이사는 인공지능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 대안은 인류 스스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파괴적 갈등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폭력을 감소시켜왔던 우리 사회적 이상을 계속 진보시키는 것”이라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을 안전하게 관리할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커즈와일은 생물학자들이 ‘재조합 DNA’가 인류에 끼칠 위험성을 경계해 제정한 ‘아실로마 가이드라인’의 예를 들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윤리의 테두리가 필요한 인공지능

“레이 커즈와일 같은 기술주의자들은 특이점 이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인공지능의 성능을 높여보려고 하는 것도 이들 기술주의자들이다.”

– 유신 런던 유니버시티 칼리지 교수, ‘인공지능은 뇌를 닮아가는가’

인공지능을 반대하는 잠재적인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인공지능에 윤리적 제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의 한 사례다. 인공지능의 활용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은 아니다.

2015년 7월28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는 인공지능 무기 군비 경쟁을 경고하는 성명서가 발표됐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허사비스, 애플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2500명이 넘는 인공지능, 로봇공학 연구가들이 인공지능 무기에 반대하는 성명서에 동참했다.

인공지능 무기는 스스로 표적을 설정하고 제거하는 무기를 말한다. 무장된 드론이 스스로 표적을 찾아 사살하는 식이다. 성명서는 “인공지능 기술이 몇 년 안에 실현 가능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경고한다. 주요 군사국가가 인공지능 무기 개발을 시작하면 전 세계 인공지능 무기 군비 경쟁은 불가피하며, 인공지능 무기는 핵무기와 달리 비용이 비싸지도 않고 대량생산이 가능하기에 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성명서는 인공지능 무기가 암시장에서 테러리스트들에게 거래될 수 있고, 독재자나 군부가 인종 학살에 이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인공지능과 일자리

인공지능이 스카이넷으로 발전할까 우려하긴 아직 이르다. 오히려 인공지능의 발전과 이로 인해 대체되는 일자리, 그리고 줄어드는 일자리가 초래하는 사회·경제적인 위협이 더욱 현실적인 위협거리다.

▲영국에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직종 15개.(출처 : BBC 보도, 정리 : 강정수, ’인공지능과 공유경제로 보는 노동의 미래’,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3호)

▲영국에서 일자리를 위협받는 직종 15개.(출처 : BBC 보도, 정리 : 강정수, ’인공지능과 공유경제로 보는 노동의 미래’, ‘ICT인문사회융합동향’ 2015년 3호)

인공지능의 일자리 대체 가능성은 급증하고 있다. 은행 업무, 회계 업무, 공무원의 행정 업무 대부분이 진화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로 대체할 수 있다. 영국의 오스본과 프로이의 연구는 2013년의 알고리즘과 데이터 기술에 기초해서 사무직 노동의 약 50%가 20년 안에 대체될 것으로 예측한다.

위태로운 전문직

인공지능은 전문직 일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뉴스 작성 알고리즘으로 일부 기자들의 지위가 위태로워진 것처럼, 고숙련 전문직도 알고리즘의 공세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이러한 흐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미 환자의 의료 정보만 정확히 입력되면 자동으로 처방전까지 제시하는 알고리즘은 의료 산업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상태다. 아직 진단 의학 분야에 국한돼 있지만 웬만한 동네 의원 수준의 진료는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사의 청진기가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시대가 도래할지 모른다.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인간과의 체스 경기, 퀴즈 경기에서 빼어난 능력을 발휘했던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은 현재 세계적인 암 전문 병원 MD앤더슨센터에서 암 진단을 위한 실습 과정을 밟고 있다.

▲IBM 슈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 채택돼 실제 임상시험에 활용되고 있다.(출처 : IBM)

▲IBM 슈퍼컴퓨터 왓슨은 미국 메이요 클리닉에 채택돼 실제 임상시험에 활용되고 있다.(출처 : IBM)

왓슨은 최근 의학계에 보다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다. 2014년 9월14일 미국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은 IBM과 제휴를 맺고 왓슨을 임상 시험에 관여하는 프로젝트에 2015년부터 가동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은 왓슨의 컴퓨팅 기술을 적용해 암 환자와 임상 시험을 연결하는 작업이다. 더 많은 암 환자들이 적합한 임상 시험에 참여할 기회를 얻도록 하고 왓슨이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늘어나는 저가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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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저가노동이 증가할 우려도 있다. 데이터 기술을 바탕에는 인간의 단순하고 저렴한 노동이 존재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는 일의 적지 않은 부분은 인간이 담당하고 있다. 2014년 언론에 유출된 구글 (데이터) 품질 검사자(Google Quality Raters)에 대한 문서는 알고리즘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노동자의 처지가 별로 좋지 않음을 보여준다. 인간은 구글의 광고를 하나하나 클릭해서 선정성을 테스트한다. 무인 자율주행자동차의 기초 데이터 중 하나인 도로 데이터는 거리를 누비고 있는 저가 운전 노동자들이 수집하고 업데이트하고 있다. 데이터 품질 검사자와 도로 데이터 수집 노동자는 구글의 계약직 노동자다.

피터 라인하르트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일자리와 로봇과 인공지능을 살찌우는 일자리를 각각 ‘API 아래의 로봇(Below the API Robots)’과 ‘API 아래의 일자리(Below the API Jobs)’로 구별한 바 있다. 라인하르트는 로봇과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대체보다 시간상으로 앞서 이들을 살찌우는 저가 노동시장이 확장될 것으로 예측한다.

▲인공지능 발달에 따라 대규모 저가노동이 증가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출처 : Flickr, Justin Morgan. CC BY-SA)

▲인공지능 발달에 따라 대규모 저가노동이 증가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출처 : Flickr, Justin Morgan. CC BY-SA)

이렇듯 인공지능이 고용에 초래할 수 있는 파괴력은 엄청나다. 그래서 인공지능 기술의 성장과 맞물려 기본소득에 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생태적 공동체를 고민하는 정치 사회 단체와 달리, 실리콘밸리의 기본소득 논의는 인공지능 기술이 몰고 올 ‘실업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성격이 더 짙다.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로 전통적인 일자리가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될 경우 기술적 실업이 초래할 공동체의 파괴를 내버려둘 수는 없다는 것이다.

에어비앤비(Airbnb), 드롭박스(dropbox) 등에 투자한 세계적인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start-up accelerator)인 와이컴비네이터(Y-Combinator)는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이다. 샘 알트만 와이컴비네이터 CEO는 지난 1월28일 공식 블로그에 ‘기본소득’이라는 글을 올려 화제를 불러모았다. 와이컴비네이터 는 향후 5년간 미국 안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과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의로 선정한 시민과 저소득층 시민이 어떻게 다른 반응과 태도를 보이는지 비교 연구도 실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이 글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기술이 점차적으로 전통적인 일자리를 없애고 더 많은 새로운 부를 창출함에 따라 어느 시점에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기본소득을 전국 차원에서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기술에는 윤리가 필요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랜들 콜린스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미래의 진정한 위협은 프랑켄슈타인류의 로봇들의 반란이 아니라 로봇을 소유한 극소수 자본가 계급을 위한 노동의 기술적 대체의 마지막 단계”라고 말한 바 있다. 스카이넷의 출현보다 중요한 문제는 여기에 있다. 사회는 부의 증대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기술에는 윤리가 필요하다. 더 많은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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