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업과 공유의 경제학,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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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석 날리지큐브 컨설팅사업팀 수석컨설턴트가 기업 내 협업의 중요성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필자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_편집자

‘협업’은 우리 시대의 키워드 중 하나이다. 아마도 소통보다는 조금 덜, 공유와는 비슷한 정도로 ‘핫’한 단어가 아닐까.

하지만 협업이 새롭게 등장한 단어는 아니다. 피라미드나 만리장성처럼 거대한 토목사업이 있기 훨씬 전부터도 협업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존재해 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협업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자 타고난 본능이다.
그런데도 왜 협업이 시대의 흐름을 대표하는 단어로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된 것일까.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공급 측면에서는,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의 발달이 시간과 거리의 제약을 넘어 새롭고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협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주었다.

수요 측면에서는, 업무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서 협업의 개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즉, 이전에는 표준화된 작업 절차에 따른 정확하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중요했지만, 갈수록 비정형적인 업무의 비중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Flickr. Manuel Schmalstieg. CC BY.

Flickr. Manuel Schmalstieg. CC BY.

높아지고 있는 협업의 중요성

비정형적인 업무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정형화된 업무와 달리 새롭고 미리 세부적인 작업 방법을 정해둘 수 없기 때문에 창의력과 순발력이 요구되는 업무를 뜻한다. 전통적인 표준화의 원리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정형화된 업무에 인간의 역량이 관여하는 바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서 비정형적 업무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런데 비정형적 업무 환경에서는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협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반복적인 업무 상황에서는 각 개인의 역할과 책임, 세부 업무의 투입과 산출, 업무 간 연계 및 정보 공유의 절차 등이 미리 분명하게 정의돼 있다. 하지만 이런 사항들이 명확하지 않은 비정형적인 업무에서는 비효과적인 협업 방식으로 인해 시행착오와 낭비, 시너지 기회의 상실 등이 일어나기가 쉽다.

협업의 두 가지 유형, 분업과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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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직 내에서 효과적인 협업을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 물론 기본 전제로 필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문화이다. 눈에 보이는 실적에 대한 상대적 평가 중심의 제도와 지나치게 경쟁적인 문화에서는 아무리 협업을 위한 좋은 기술이 주어진다고 해도 별무소용일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협업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적인 방법에 중점을 두고자 한다.

협업을 단순하게 정의하자면 여러 사람이 힘을 합친다는 것이다. 힘을 합치는 방식은 둘로 나뉜다. 분업과 공유다. 협업 시스템의 기능은 일을 여러 사람에게 분담해 진행시키는 과정을 지원해 주는 기능과, 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 간에 의사소통과 자료 공유를 지원해 주는 기능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PMS, 즉 프로젝트 관리 소프트웨어(Project Management Software)라고 통칭되는 솔루션이나 서비스들은 업무의 세분화와 세분화된 업무에 대한 관리를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인 PMS에서는 프로젝트 관리 방법론에 따라 계획과 실적을 비교하고 무엇인가 조치가 필요한 이상상황이 발생하고 있지 않는지를 모니터링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아사나’와 ‘트렐로’ 같은 최근 인기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들은 전통적인 프로젝트 관리 기능을 제공하면서도 협업의 참여자들 간에 수평적인 소통과 공유를 지원하는 데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수주 사업을 주로 하는 조직에서 규모가 큰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도구로 인식돼 온 전통적인 PMS와 달리, 스타트업과 같은 적은 규모의 조직이나 팀 단위의 일상적인 업무 관리 도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트렐로

트렐로

PMS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사용자 간의 소통과 공유를 지원하는 서비스의 범위는 보다 광범위하다. 넓게는 e메일, 메신저, 영상회의, 일정 등의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와 게시판, 커뮤니티, 위키, ECM, KMS 등 공유를 위한 서비스가 모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도구들을 개별적으로 활용하는 대신, 업무 단위로 통합해 활용함으로써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협업 도구의 업무 단위 통합 사례와 장점

업무 단위로의 통합을 지원하는 서비스의 한 예로, 현재까지 가장 성공적인 클라우드 서비스 중의 하나인 ‘슬랙’을 들 수 있다.

슬랙에서는 자유롭게 업무 단위의 채널을 생성하고 이 채널을 통해 다른 사용자와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다. (혹시 슬랙을 사용해 본 경험이 없다면 카카오톡의 단체대화방이나 네이버 밴드가 채널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채널 안에 간단한 텍스트를 입력하거나 파일을 업로드해서 공유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외부의 클라우드 서비스들과 연동하여 채널 안에서 연계된 서비스의 콘텐츠와 알림 정보 등을 받아올 수 있다.

슬랙이 e메일과 다른 점은 커뮤니케이션 이력을 채널, 즉 업무 단위로 모아준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매번 수신자를 선택하는 번거로움 없이 협업자들과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업무 단위로 모아진 정보나 자료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또한, 채널에 속하지 않은 사용자도 채널 목록을 통해 회사 안에서 어떤 업무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고, 권한에 따라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 채널의 정보도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이, 슬랙이 다른 커뮤니케이션 도구와 차별화 되는 부분들이다.

슬랙

슬랙

또다른 사례는 슬랙보다 훨씬 오래된 전자정부 온-나라시스템이다. 온-나라시스템은 과제카드, 즉 업무를 중심으로 결재문서, 메모 보고, 일정, 계획 등을 입력해 관리하도록 구성돼 있다. 이를 통해 업무의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각종 업무자료의 참조가 쉬워지며, 담당자들 간 공유와 협조, 인수인계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한다는 데 온-나라시스템의 의의가 있다. 다만 지금의 온-나라시스템은 업무 과정 상의 협업보다는 업무를 마친 후의 공식적인 결과물을 매개로 한 협업에 활용 범위가 국한되고 있다.

위 사례처럼 협업 도구를 업무 단위로 통합해 제공하는 데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소통 및 공유 이력이 업무 맥락과 함께 축적되기 때문에 협업이 진행되는 시점이나 그 이후에 참조하기가 훨씬 편해진다. 또한 본인이 참여한 업무 뿐 아니라 조직 내의 업무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가 쉬워지고, 필요한 경우 해당 업무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수평적·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의 비용이 낮아지고 신속성은 높아지는 동시에, 협업 이력이 조직의 지식으로 축적되고 활용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성공적인 협업시스템의 구축 요소

업무관리와 협업 도구가 통합된 협업 시스템의 작동은 업무과제를 생성하고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온라인 공간을 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 슬랙의 채널, 아사나의 프로젝트, 트렐로의 보드, 셰어포인트의 사이트, 온-나라시스템의 과제카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업무수행 공간에서는 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여러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는 커뮤니케이션, 문서관리, 프로젝트 관리 등의 도구가 포함된다. 이러한 기능들을 이용하여 공유한 콘텐츠들은 조직의 지식 자산이 돼 검색과 권한관리 등 기능을 통해 접근해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뷰와 통계를 통해 업무가 진행되는 현황 정보를 제공하고, 필요할 땐 목표·성과 관리 시스템과 연동해 기업의 전략과 업무가 연계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통합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기대한 효과를 얻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비정형적인 업무 수행 분야에서 조직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조직의 규모가 커질수록 쉽지 않은 일이다. 편리하니까 저절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 이상적이겠지만, 일부 직원만 사용할 의도가 있고 다른 직원은 관심이 없다면 함께 참여해야 하는 협업의 특성상 시스템이 활성화되기 어렵다.

성공적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업무 관리의 기준과 지침이 수립돼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 업무를 생성할 것인지, 하나의 단위로 등록되는 ‘업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

몇 개월에 걸쳐 여러 부서가 함께 참여해 진행하는 큰 프로젝트도 있고, 전화 한 통처럼 몇 분 만에 마칠 일도 있다. 업무 단위가 너무 크면 하나의 업무 안에 너무 많은 정보가 등록되고 공유돼야 하기 때문에 효율적이지 못하고, 단위가 너무 작으면 업무 관련 정보가 파편화돼 흩어져 존재하게 되고 포괄적인 업무 진행 현황을 파악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수일에서 수주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고, 독립된 산출물과 완결 시점이 존재하며, 업무 보고와 평가의 단위로 적합한 업무가 하나의 온라인 공간 단위를 배정받는 업무의 단위로서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업무에서 발생하는 이력과 결과물들에 대한 접근 권한을 관리하는 기준도 협업 시스템의 활용 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권한 정책 수립 시에는 조직개편이나 인사 이동 시의 인수인계 절차와 권한의 변경 기준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사용자들이 협업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하는 동기 제공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팀장에게 의지가 있다면 팀 내 업무를 협업 시스템으로 공유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건 상대적으로 쉽다. 팀장 계층에 대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팀 단위부터 협업 시스템 사용을 정착시켜 나가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시스템을 통한 업무 이력의 기록과 공유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협업 시스템에 등록된 파일만 전자결재 문서에 첨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좀 더 강제적인 방식을 고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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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시스템을 간결하고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비정형적인 업무를 지원하는 시스템에서는 ERP처럼 정형화된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시스템보다 사용자 경험이 훨씬 더 중요하다.

슬랙에서는 메인 화면에 들어가기만 해도 어떤 채널이 새로 업데이트됐는지 한눈에 알 수 있고, 한 번만 클릭하면 채널별로 업데이트 내역을 볼 수 있다. 뭔가 공유할 사항이 있다면 바로 입력창에 작성하면 그만이다. 원하는 어떤 작업이든 두 번 이상 클릭할 일이 거의 없는 것이다. 간결하고 깔끔한 화면이 편의성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협업을 하는 기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변화하는 환경 속 협업 경쟁력은 필수

지금은 협업의 경쟁력이 곧 기업의 경쟁력이 돼 가고 있다. 필요한 문서를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인맥을 통해 부탁을 해야 필요한 자료를 얻을 수 있으며, 타이밍을 놓친 커뮤니케이션 때문에 했던 일을 다시 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업무 환경에서는 빠른 변화에 발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 동안은 지식관리시스템이나 ECM 같은 시스템으로 문서와 지식을 모아 공유하고자 노력이 이뤄졌다. 하지만 협업이 곧 소통이고 공유라는 관점에서, 업무 관리와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연결한 협업 시스템이 업무에서 발생하는 지식을 관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자료를 찾고 등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서로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정보와 지식과 생각을 교환하면서, 업무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고 창의적 결과물을 빠르게 산출해 낼 수 있는 환경. 그러한 업무 문화와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기업 경영에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일 것이다.

hwangis_50글 | 황인석. 날리지큐브 컨설팅사업팀 수석컨설턴트. 협업·포탈·지식경영 전문 기업 날리지큐브에서 이상과 현실이 만나는 공유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hwangis@kcub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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