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미래에 전 세계 IT 기술을 담은 역사책이 발간된다면, 2016년 상반기는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의 분기점으로 기록되지 않을까. 가상현실(VR) 기술 전문 업체 오큘러스VR이 ‘오큘러스 리프트’의 예약판매를 처음으로 시작했고, 대만 제조업체 HTC와 미국 게임 개발 업체 밸브가 함께 만든 VR 기기 ‘HTC 바이브’가 공개된 시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하나. 전 세계 개발자와 사용자가 어쩌면 VR 기기보다 더 큰 기대감을 품고 있는 기기. 마이크로소프트(MS) ‘홀로렌즈(Hololens)’의 개발자 버전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이기도 하다. 업무 환경과 놀이문화는 물론 영상 콘텐츠 전 분야를 홀로렌즈는 증강현실(AR) 기술로 혁신하려 하고 있다.

▲MS ‘홀로렌즈’(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MS ‘홀로렌즈’(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헤드셋으로 구현하는 홀로그램 기술

홀로렌즈는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Head Mounted Display, HMD)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와 같은 가상현실(VR) 기기가 시야를 완전히 차단하는 별도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가상현실(VR)을 구현하는 방식이라면, 홀로렌즈는 반투명한 디스플레이를 통해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다르다.

반투명 디스플레이 위에서 홀로렌즈의 증강현실(AR) 영상은 사용자 환경과 상호작용해 재생된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AR)로 구현된 3D 캐릭터가 거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서 사용자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 3D로 구현한 증강현실(AR) 자동차 그래픽을 올려둘 수도 있다. 특히, 손짓으로 증강현실(AR) 영상을 조작할 수 있다는 점이 홀로렌즈의 큰 특징이다. 모니터 속에서만 머물던 영상 콘텐츠 기술을 밖으로 끌어내 현실에 중첩하도록 돕는 기술. ‘마법과 구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수사도 그리 호들갑스러운 평가는 아니다.

▲MS ‘홀로렌즈’(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MS ‘홀로렌즈’(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독립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다른 가상현실(VR) 기기와 다른 점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나 HTC 바이브 같은 가상현실(VR) 기기는 PC나 게임 콘솔에 연결해야 가상현실(VR)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기어VR’과 같은 기기는 스마트폰과 연결해야 한다. 홀로렌즈는 독립된 PC처럼 쓸 수 있다. 기기 안에 내장된 프로세서를 통해 영상을 재생하고 공간을 스캔하는 덕분이다. MS는 여기에 ‘HPU(Holographic Processing Unit)’라는 별도의 이름도 붙였다.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함께 탑재돼 있는 구조다. CPU와 GPU는 모두 인텔이 개발하고 MS가 홀로렌즈에 맞게 주문 제작한, 코드명 ‘체리 트레일(Cherry Trail)’ 아톰 프로세서다.

홀로렌즈는 MS의 ‘윈도우10’ 전용이다. 윈도우10에 홀로렌즈용 응용프로그램(앱) 개발을 위한 API도 내장돼 있다. 즉, 홀로렌즈용으로 개발한 앱은 윈도우10으로 동작하는 다양한 기기에서 함께 사용할 수 있다. MS의 윈도우10 통합 전략 덕분에 가능한 일이다. 손짓으로 AR 영상을 조작하는 제스처 조작 기술이 적용돼 있고, 사용자의 음성 명령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음성인식 기능도 탑재돼 있다. 홀로렌즈에서 작업한 3D 그래픽을 3D 프린터로 바로 보내 실제 물체로 프린트할 수 있는 기능도 내장돼 있다. 업무의 생산성과 게임 등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홀로렌즈’ 내부 센서 구조(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 내부 센서 구조(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업무에서 게임, 의료, 교육까지

홀로렌즈는 다양한 분야에서 사람들의 콘텐츠 활용 방식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업무 영역이 대표적이다. 보통 3D 그래픽을 디자인하는 이들은 PC에서 3D 렌더링 전용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홀로렌즈는 3D 그래픽을 증강현실에서 디자인할 수 있도록 돕는다. MS가 시험용으로 개발한 ‘홀로 스튜디오’ 앱이 대표적이다.

홀로 스튜디오를 이용하면 3D 그래픽을 증강현실에서 만들 수 있다. 입체적으로 구현한 그래픽을 제스처 컨트롤을 이용해 돌려보는 것도 가능하다. 손가락을 움직여 물체의 색깔을 바꾸거나 모양을 변경할 수도 있다. 그동안 모니터 속에서만 이루어지던 그래픽 디자인 기술을 사무실 책상 위에서 할 수 있도록 돕는 앱인 셈이다. 특히, 홀로 스튜디오는 윈도우10을 통해 3D 프린터와 연동된다. 홀로 스튜디오 앱에서 디자인한 3D 그래픽을 3D 프린터를 통해 바로 입체 모형으로 뽑아낼 수 있다.

▲‘홀로렌즈용 슈팅 게임 ‘로보레이드'(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용 슈팅 게임 ‘로보레이드'(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증강현실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홀로렌즈의 특징이다. MS가 개발자 버전과 함께 공개한 ‘로보레이드(Roboraid)’나 ‘프래그먼츠(Fragments)’ 등이 대표적인 홀로렌즈용 게임이다. ‘로보레이드’는 침공하는 로봇에 맞서 싸우는 슈팅 게임이다. 게임을 실행하면, 홀로렌즈는 먼저 사용자의 주변 환경을 스캔한다. 이후 한쪽 벽에 외계 로봇이 튀어나오는 포털을 증강현실 그래픽으로 구현한다. 벽을 뚫고 방 안으로 들어오는 외계 로봇을 물리치는 것이 게임의 시나리오다. 로봇이 쏘는 레이저를 적당히 피하며 손가락 움직임을 이용해 무기를 발사하면 된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프레그먼츠’도 사용자의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게임이다. 3D로 구현된 증강현실 캐릭터가 등장하는 범죄 드라마인데, 캐릭터가 사용자의 소파에 앉기도 하고,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등 현실감을 높여 몰입감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MS는 홀로렌즈를 의료와 교육, 건축, 과학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지난 2015년 4월 MS가 미국에서 개최한 개발자 행사 ‘빌드 2015’에서 의학과 교육이 증강현실 콘텐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의사가 홀로렌즈를 쓰고 가상의 인체를 조작하거나 심장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증강현실로 구현한 사람 몸속의 혈관, 장기, 골격 구조를 통해 의료 교육에까지 활용할 수도 있다. 3D로 구현한 건축물을 미리 증강현실로 구현할 수 있다면, 건축 설계 영역에서도 홀로렌즈를 편리한 생산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홀로렌즈용 게임 ‘프레그먼츠’(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홀로렌즈용 게임 ‘프레그먼츠’(출처 : 마이크로소프트)

실감과 체험이 영상의 미래를 바꾼다

영상 기술의 미래는 ‘실감’과 ‘체험’ 2가지 키워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 세계 IT 업체의 공격적인 관심과 투자가 어느 분야에서 이루어지는지 보면, 차세대 영상 기술의 방향이 어디로 향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미국 퀄컴은 오스트리아 AR 업체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을 인수해 연구센터를 세웠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소셜미디어와 큰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VR 기술업체 오큘러스VR를 2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애플과 구글, 삼성전자, 홀로렌즈의 MS까지, 전 세계 IT 업계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기술에서 영상 콘텐츠의 미래를 발굴하는 중이다. 영국의 한 투자은행은 AR와 VR 기술의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약 1500억 달러 규모로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오큘러스 리프트와 HTC 바이브, 그리고 MS의 홀로렌즈가 동시에 실제 제품으로 등장한 2016년은 명실공히 차세대 영상 콘텐츠가 현실로 구현된 첫 번째 분기점이다.

▲‘홀로렌즈’ 내장 스피커 구조

▲‘홀로렌즈’ 내장 스피커 구조

아이작 아시모프, 로버트 하인라인과 함께 공상과학(SF) 소설계의 거장으로 평가되는 아서 C. 클라크는 SF와 관련한 3가지 법칙을 남긴 인물로도 유명하다. 이를 ‘아서 클라크의 과학 3 법칙’이라고 부르는데, 그중 3번째 법칙은 다음과 같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 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과학 기술이 뛰어넘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마치 마법의 조화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공상과학 영화에서만 등장하던 홀로그램 기술이 바로 아서 C. 클라크가 예견한 마법과 같은 과학 기술이 아닐까.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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