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렙, 한국의 코드카데미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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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을 배우려면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프로그래밍 세계로 입문하는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과거에는 일단 관련 대학에 진학하거나 학원을 가면서 프로그래밍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엔 달라졌다. 오프라인 세미나, 해외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MOOC, 실습 중심으로 기초 프로그래밍 개념을 알려주는 코드카데미, 트리하우스까지 학습 공간이 다양화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새로운 프로그래밍 교육 교육 서비스가 대부분 한국이 아닌 영어권 국가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영어에 약한 한국 사용자는 새로운 교육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었다. 성인을 위한 서비스는 특히 더 그렇다. 한국에선 거의 유일하게 ‘생활코딩‘이라는 무료 학습 사이트가 주로 성인 학습자에게 인기를 끌었는데, 올해 한국에 그렙이라는 스타트업이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렙은 단순히 프로그래밍 교육 도구 업체로 머무는 게 아니라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판 코드카데미, 스택오버플로우, 스크래치

그렙이 현재 개발하고 있는 서비스는 3가지다. 먼저 ‘헬로월드’가 있다. 헬로월드는 코드카데미와 비슷하게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 동영상 강의도 볼 수 있고, 실습 문제를 풀면 바로 채점해준다. 강의는 주로 현직 개발자나 학원 강사가 진행하며, 일부 강의는 그렙 직원이 직접 만들었다. 모든 강의는 무료로 들을 수 있으며, 진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현황판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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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월드에서 제공하는 강의 종류.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사진 : 헬로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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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월드 강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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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월드 강의 예. 실습을 바로 진행할 수 있다

헬로월드는 출시한 지 1달이 조금 지났으며, 현재까지 방문자수는 2만명이 넘었다. 가입자수는 3200명 정도다. 전체 강좌는 크게 5가지, 세부적으로는 400개가 넘는 강의가 담겨 있다. 3월에는 유니티, 4월에는 iOS 과정이 올라온다고 한다.

두번째는 ‘해시코드‘다. 해시코드는 한국의 스택오버플로우, 개발자를 위한 ‘지식iN’을 목표로 삼고있다. 한글로 소통하고 코드 입력을 좀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신경썼다고 한다. 해시코드는 공개한 지 1달이 조금 지났으며, 일부 질문들은 그렙에서 먼저 올리고 있는 상태다. 현재 해시코드에 올라온 질문수는 1500여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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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쉬코드 예(사진:해쉬코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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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쉬코드 예(사진:해쉬코드 홈페이지)

세번째는 어린이 프로그래밍 교육 서비스 ‘키즈월드’다. 스크래치와 유사하게 블록 코딩 방식을 이용하고, 아이들에게 프로그래밍의 기본 원리를 알려준다. 그렙은 특히 교육 커리큘럼을 함께 개발해 실제 수업에서 체계적으로 컴퓨팅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신경쓸 예정이다. 키즈월드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올해 봄 안에는 출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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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즈월드 예(사진:그렙 홈페이지)

그렙이 출시하는 모든 도구는 기본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고 향후 추가 기능에 대해서 유료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렙의 목표는 많은 사용자를 모으는 것이다. 구체적인 일정이 나온건 아니지만 향후 개발자 전용 구인구직 플랫폼을 만들어 핵심 수익모델을 찾아나갈 예정이다. 임성수 그렙 공동대표는 “요즘 학생들은 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먼저 적성검사 준비랑 토익점수 챙기는 데 바쁘다”라며 “개발자들이 프로그래밍으로 자신의 역량을 평가받고, 기업은 원하는 적절한 개발자를 찾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발자 사회에 기여하고파”

그렙은 이확영 대표와 임성수 대표가 함께 만든 기업이다. 두 사람은 고등학교와 대학교 동창이었지만, 각자 다른 스타트업을 운영하다가 올해 초 합병했다. 두 사람은 IT 업계를 오랫동안 지켜본 인물이다. 이확영 대표는 프리챌, NHN, 카카오 등 기업 현장에서 개발자로 일했으며, 카카오에선 6년간 CTO로 일했다. 임성수 대표는 국민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로 학계에서 예비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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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확영 대표는 “항상 새로운 일을 하는 것을 좋아했다”라며 “개인적으로 사회에 기여를 하고 사회를 바꿀 수 있는 일을 찾다가 그렙을 떠올렸다”라고 설명헀다. 임성수 대표는 “학생들을 지켜보니깐 능력도 능력이지만 공부할 동기를 잘 못찾는 것 같았다”라며 “학습 문화를 바꾸는데 도움을 주고 싶어 그렙을 구상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임성수 대표는 최근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가르치는 방법이 달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먼저 예전에는 문법을 익히는게 대부분 이었지만 최근에는 빨리 무엇인가 만들어서 결과를 일단 확인할 수 있는 수업방식을 많이 시도하고 있다. 두번째로 학교에서 미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절차에 대해서 알리고 있다. 헬로월드에도 그러한 교육 가치가 내포됐다. 실제로 임성수 교수는 자바수업에서 헬로월드를 보조교재로 활용하면서 수업하기 훨씬 수월했다고 설명했다. 이확영 대표는 “지금은 언어 위주로 체험하는게 많지만 향후에는 구체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보는 과정을 헬로월드에 넣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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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왼쪽), 이확영 그렙 공동대표

임성수 대표가 생각하는 훌륭한 개발자란?

“요즘은 내가 1-2가지 일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게 핵심은 아니다. 어떤 문제든 빨리 어디에 있는 기술을 찾아내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또한 내 주위나 크게 보면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소프트웨어 기술로 어떻게 해결하면 되는지 잘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그렇게 하긴 위해서 사람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관심이 많아야 할 것 같다. 최근에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작은 서비스로 나오고 그것이 합쳐져서 가치가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C언어만 4년 동안 공부하면 좋은 개발자가 되는 시대였지만, 최근에는 아니다. ‘폴리글랏’ 시대다. 필요하다면 언어 여러 개를 쓰는 동시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적재적소에 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협업하는 상황에서도 이러한 방식을 실행할 줄 알아야 한다.”

이확영 대표가 생각하는 훌륭한 개발자란?

“개발이라는 것은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문제를 얼마나 빠르고 끈기있게 해결하는지가 중요할 것 같다. 요즘은 내가 혼자 방에 앉아서 모든 것을 다 만드는 시대가 아니다. 이미 좋은 오픈소스가 공개돼 있는데, 그걸 다시 만들겠다는 것은 시간낭비다. 아무리 뛰어난 개발자라도 혼자 만드는 프로그램은 여럿이 만드는 프로그램보다 잘 만들 수 없다. 만약 아직도 코드를 공유하고 함께하는 것을 싫어하는 개발자가 있다면 그건 아주 잘못된 태도다. 협업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렙은 궁극적으로 좋은 개발자 생태계와 성숙한 개발자 채용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고 있다. 이확영 대표는 “나는 프리챌에 있을 때부터 행복한 개발자들도 많이 봤으며 앞으로 더 나아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라며 “과거 SI 업체처럼 열악한 환경도 있지만 최근 카카오, NHN 같은 기업이 점점 커지면서 개발자 처우나 문화도 좋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임성수 대표는 “한 직장에서 평생 일할 회사를 찾겠다는 태도는 한국 개발자에게만 있는 생각”이라며 “좋은 소프트웨어 기업 모습과 채용 및 경력관리 문화를 그렙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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