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열쇳말] 레드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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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소스 기술이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오픈소스가 돈을 벌어다 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소스코드가 공개되고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다면, 굳이 그 기술에 돈을 낼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생각을 뒤집은 기업이 바로 레드햇이다. 레드햇은 아무리 공개된 기술이라고 해도 기업에선 더 편하고 안전하게 오픈소스 기술을 가져다 쓰고 싶을 거라고 판단했다. 레드햇의 예상은 적중했다. 회사 설립 이후 레드햇의 연 매출액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레드햇은 오픈소스 기업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레드햇 로고

▲레드햇 로고

레드햇은 과거 버전을 3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한다.

레드햇은 1993년 미국에서 설립된 기업으로, 기업용 오픈소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기업용 오픈소스 기술이란 이미 공개된 오픈소스 기술에 추가 기능이나 유지보수 서비스를 더한 것을 말한다. 과거 기업에서 오픈소스 기술을 이용할 때는 몇 가지 제약이 있었다. 빠른 업데이트 주기로 새로운 기술을 검증하기 힘들고, 안정성과 보안도 취약했다. 또한 직접 만든 기술이 아니니 오픈소스 기술의 전문성을 기르기도 어려웠다.

레드햇은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주력했다. 예를 들어, 커뮤니티 오픈소스 기술이 6개월 단위로 업데이트 된다면, 레드햇은 과거 버전을 3년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공했다. 타사 기술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호환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별도의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픈소스 기술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레드햇 제품 로드맵(출처 : 레드햇 공식 홈페이지)

▲레드햇 제품 로드맵(출처 : 레드햇 공식 홈페이지)

현재 레드햇이 제공하는 기술은 다양하다. 대표 제품은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다. 2006년부터는 미들웨어, 가상화 기술, 스토리지 등 운영체제 외 여러 분야의 인프라 기술을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오픈스택과 컨테이너 기술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그렇다면 레드햇은 오픈소스 기술로 수익을 얼마나 올리고 있을까? 일단 레드햇의 시가총액은 약 133억달러, 우리돈 약 15조원에 이른다. LG전자 시가총액이 약 10조원이므로, 이보다 더 큰 규모다. 2015년 연 매출은 20억달러, 우리돈 2조원을 넘겼다. 한국에도 레드햇 지사가 있다. 함재경 한국레드햇 지사장은 2014년 기자간담회에서 “중견 및 중소기업이 기업용 리눅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대기업은 오픈스택에 관심을 보이는 추세”라고 그 인기를 설명했다.

▲레드햇은 최근 2016 회계연도(2015년 3월~2016년 2월)의 실적이 20억 달러(약2조 3000억원)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 Market Realist)

▲레드햇은 최근 2016 회계연도(2015년 3월~2016년 2월)의 실적이 20억 달러(약2조 3000억원)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출처 : Market Realist)

두 명의 ‘긱(geek)’, 마크 유잉과 밥 영은 오픈소스 기술 ‘리눅스’의 성장을 기대하며 레드햇을 설립했다.

레드햇은 ‘기술 덕후(geek)’인 마크 유잉(Marc Ewing)과 밥 영(Bob Youn)이 만든 기업이다. 두 사람은 기술 컨퍼런스에서 처음 만났다. 마크 유잉은 카네기멜론대학 컴퓨터과학과 출신으로, 자신만의 리눅스 배포판을 만들 정도로 기술에 관심이 많은 개발자였다. 그는 대학시절 주변 친구들의 컴퓨터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였다. 친구의 컴퓨터에 문제가 생기면 마크 유잉이 빨간 야구모자를 쓰고 등장했다고 한다. 학교에선 “컴퓨터 고칠 일이 생기면 저 빨간 모자 쓴 친구를 찾아라”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였다. 레드햇이라는 기업 이름은 마크 유잉의 빨간 모자에서 나왔다.

▲레드햇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밥 영(출처 : 위키피디아. CC BY-SA 3.0)

▲레드햇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밥 영(출처 : 위키피디아. CC BY-SA 3.0)

또 다른 설립자 밥 영은 작은 컴퓨터 가게를 운영하는 사업가였다. 그는 리눅스에 관심을 보이는 고객이 점점 늘어나자 마크 유잉이 만든 리눅스 배포판 CD를 구입하게 됐다. 마크 유잉의 리눅스 배포판 CD가 매번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가 높자, 밥 영은 마크 유잉에게 아예 회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1993년 두 사람은 회사를 세웠다. 마크 유잉은 ‘레드햇 리눅스’라는 제품을 만들고, 밥 영은 최고경영책임자(CEO) 자리를 맡았다. 밥 영 CEO는 제품을 판매할 때 기술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오픈소스 기술의 가치도 함께 설명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금은 실무 현장에선 물러난 상태다. 현재는 짐 화이트허스트(Jim Whitehurst)가 레드햇 최고관리자(CEO)를 10여년째 맡고 있다.

레드햇은 오픈소스 기술을 후원하고 오픈소스 전문 매체도 운영하고 있다.

레드햇은 오픈소스 기술로 수익을 얻은 만큼, 오픈소스 생태계에 다시 기여하고 있다. 먼저 레드햇은 외부에서 개발되는 다양한 오픈소스 기술을 후원한다. 대표적으로 오픈소스 운영체제인 ‘페도라’, ‘센트OS’ 커뮤니티를 후원하고 있으며, 오픈스택이나 오픈소스 컨테이너 프로젝트 ‘쿠베르네테스’에도 기술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이클립스재단과 노드JS재단에도 레드햇이 주요 후원 기업으로 올라와 있다.

▲레드햇은 2015년부터 여성 오픈소스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한 ‘위민 인 오픈소스 어워드’를 주최하고 있다.(출처 : opensource.com )

▲레드햇은 2015년부터 여성 오픈소스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한 ‘위민 인 오픈소스 어워드’를 주최하고 있다.(출처 : opensource.com )

기술 외적인 지원도 있다. 오픈소스 전문 매체인 ‘오픈소스닷컴’을 운영하면서 전세계 오픈소스 개발자 인터뷰와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는 페이스북, 깃허브 개발자들이 직접 글을 기고하기도 한다. 2015년부터는 여성 오픈소스 개발자를 육성하기 위해 ‘위민 인 오픈소스 어워드(Women in Open Source Award)’를 주최하고 있다.

HP, 구글, 브로케이드, 엘라스틱 등 제2의 레드햇을 꿈꾸며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끌어안는 기업들이 늘었다.

레드햇이 확실한 수익구조를 얻게 되자 일부 기업들도 제2의 레드햇을 꿈꾸며 오픈소스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 HP, 구글 등은 오픈소스 기술을 활용해 엔터프라이즈 신사업을 성장시키겠다고 공공연히 밝힌 바 있다. 네트워크 기업인 브로케이드도 오픈소스 기술로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오픈소스 기술로 성장하는 기업이 많다. 엘라스틱은 오픈소스 검색 기술로 빅데이터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으며, 메소스피어는 오픈소스 컨테이너 기술 ‘메소스’를 기업용 버전으로 개발해 투자금 1억2600만달러, 우리돈 약 1400억원을 유치하기도 했다.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

▲오픈소스 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기업들

짐 화이트허스트(Jim Whitehurst) 레드햇 CEO는 한 개발자 세미나에서 “오픈소스 SW 기업이 되는 건 큰 도전”이라며 “규모가 작은 기업일 경우 자금이 적을 것이고, 그런 상황에서 커뮤니티에 기술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은 힘들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만큼 오픈소스 기업이 성공하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 Jim Whitehurst Keynote, Red Hat Summit and JBoss World 2010  (출처 : Red Hat, flickr, CC BY-SA)

▲ Jim Whitehurst Keynote, Red Hat Summit and JBoss World 2010
(출처 : Red Hat, flickr, CC BY-SA)

하지만 분명 과거보단 오픈소스 기업이 성장하기 좋은 기반을 가진 건 사실이다. 과거 IT 업계를 주름잡던 기술은 한 기업이 이끌었지만, 최근 주목받는 기술은 오픈소스 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하둡이나 도커, 노드JS 등이 대표적이다. 기술을 공개하면 많은 사용자의 피드백과 기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빠른 시일 안에 영향력을 높일 수 있다. 짐 화이트허스트 CEO는 “만약 앞으로도 독점 SW가 여전히 주류를 이룬다면, 오픈소스 SW는 대안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오픈소스 기술은 특히 특정 업체에 종속되고 싶지 않은 고객에게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 참고

– 레드햇 역사 http://brand.redhat.com/foundations/history/
– 위민 인 오픈소스 어워드 https://www.redhat.com/ko/about/women-in-open-source

이 글은 ‘네이버캐스트→테크놀로지월드→용어로 보는 IT’에도 게재됐습니다. ☞‘네이버캐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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