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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살’도 깎아야 하는 출혈 경쟁…2016 용산 카메라 총판

2016.04.08

용산역 아이파크 전자상가. 용산역과 바로 붙어 있어 용산 전자상가 중에서도 호객행위가 심한 곳이다. 물론, 지금은 ‘손님, 맞을래요?’라고 말하는 업자는 없지만, 고객을 상대로 가격을 후려치는 악덕상인인 일명 ‘용팔이’는 여전하다고도 한다. 지금의 용산은 어떨까? 니콘 오프라인 매장에서 카메라 총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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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디지털청풍

카메라 총판은 어떤 일을 할까?

“사장님은 아남 니콘 시절부터 영업팀장이었어요. 독립해서 총판하고 계시고, 지금까지 22년동안 니콘 카메라만 유통해 왔어요. 용산에서 체험매장을 운영한 건 6년차입니다. 보통 총판이라면 도매만 하는데, 저희는 소매 쪽에도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디지털청풍(이하 청풍)은 니콘이미지코리아와 직접 거래를 한다. 청풍에서 니콘에 발주를 넣고, 입금한다. 단순한 계약이다. 물건을 받으면 소매상가에 뿌린다. 니콘의 공인 매장만 전국에 5군데 정도 된다. 청풍은 그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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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과 꾸준히 거래하는 업체는 수십곳 수준이고, 단순 납품까지 고려하면 좀 더 많다. 영업부장이 직접 용산이나 남대문 등의 거래처를 관리하는 식이다. 총판이기 때문에 무작정 거래를 늘리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인터넷에 올리고 물건 파는 뻔한 시장에서 치킨 게임만 심해지면 시장이 망가진다. 총판 업체라고 무작정 거래처를 늘리지 않고, 소매 관리를 통해 시장 전체의 질서를 어느 정도 신경 써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도매 외에도 다양한 유통 방안을 확보하고 있다. 도매 외의 비중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고객 대상으로 소매도 하고, 스튜디오나 관공서 등에 특판영업도 하고 있다.

아무래도 직접 뛰는 영업을 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스튜디오도 돌아다니면서 명함을 돌리고, 미팅도 한다. 쉽지는 않다. 스튜디오의 경우 작가들이 쓰던 장비도 이미 많고, 쓰던 장비로 표현하려는 고유의 느낌이 있어서 장비 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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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ickr, frankieleon, CC BY-SA

최저가가 만든 비정상구조

물건 도매 역할을 하는 총판 업체일수록 시장에 더 민감하다. 해당 시장의 변화를 숫자로 체감할 수 있는 위치다. 스마트폰의 성장, 온라인 마켓의 활성화라는 포탄은 카메라 시장에 직격으로 떨어졌고, 여전히 떨어지는 중이다.

“인터넷 판매가 주를 이루는데, 가격 경쟁이 무척 치열합니다. 적당한 시장 가격을 형성하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최저가가 낮아질수록, 당연히 공급가도 떨어집니다.”

총판이 한 군데만 있는 건 아니다. ‘굵직한’ 업체들이 여러 군데 있다. 시장은 작아졌는데 공급자는 그대로다. 인터넷으로 최저가를 알아보기도 쉬워졌다. 카메라는 어차피 받아서 파는 물건이다. 중고나 사기가 아닌 이상 업체가 다르다고 물건이 다를 리 없다. 결국 문제는 가격이다. 업체들은 ‘제 살’은 물론 ‘남의 살’도 깎아가면서 가격을 낮춘다. 카드 청구할인도 활용하고, 카드깡도 횡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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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깡은 당장 현금이 필요한 사람의 카드를 이용해 정상가 혹은 마진이 붙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매한 것처럼 꾸미고, 그 사람에게 카드깡 수수료를 제한 현금을 주는 방법을 말한다. 100만원짜리 카메라가 있다고 하자. 급전이 필요한 사람이 100만원으로 카드 계산을 하면, 업자는 물건을 받고 수수료를 뗀 80만원 정도를 현금으로 준다. 그리고 자기 몫을 떼고 카메라를 다시 업체에 90만원에 판다. 업체는 95만원 수준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최저가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낮아진 거다. 다음 글을 참고하면 이해가 쉽다.

“디지털카메라 인터넷 최저가” 상인들에 놀아나는 숫자놀음의 허상

이 수수료가 카드깡 업자의 이익이 되고, 판매업자의 마진이 된다. 처음에 카드를 긁은 사람은 나중에 100만원을 갚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생겨난다. 당연히 불법이다. 인터넷 최저가 형성의 배경에 자리 잡고 있는 현실이다.

상대적으로 중고거래가 많아지기도 한다. 보통 현금으로 거래되는 중고상품의 경우 업자가 운용할 수 있는 가격 폭이 넓다. 마진 영업이 된다. 직접 오프라인에서 사려는 사람들도 현금으로 싸게 사는 방식을 선호하기 시장이 형성돼 있다.

카메라 시장의 고급화

“공인샵이기 때문에 다른 최저가 업체만큼 가격을 맞춰주지는 못합니다. 가격경쟁력이 많이 떨어지죠. 판촉물도 끼워드리고, 사후관리 차원에서 무료 교육이나 강좌도 열고 있습니다. 단순 중고매입은 하지 않지만, 보상판매도 하고요. 온라인 홍보나 광고도 꾸준히 신경 쓰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성장과 맞물려 전체 카메라 시장 규모가 줄기는 했지만, 개당 단가가 큰 DSLR 중심 취미 시장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고급 미러리스 카메라 군도 주요 품목이다. 사진은 사람들이 여전히 관심을 가지는 콘텐츠다.

“50·60대 분들이 은퇴 후 사진을 취미로 하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사회·경제적으로 안정된 분들이라 초보자지만 중고가 이상의 장비를 구매하려는 경향도 있고요. 비싼 장비인 만큼 직접 설명 듣고, 믿을 수 있는 채널에서 구매하시려고 합니다. 이래저래 고급 쪽으로 매출 포지션이 많이 옮겨가고 있어요.”

chaibs@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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