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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당 정책, 정말로 당신과 궁합이 맞나요?”

2016.04.12

곧 제20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입니다. 저는 엊그제 사전투표를 이미 끝냈습니다. 사전투표소 입구에서 투표하고 출구로 나오기까지 5분이 채 안 걸렸습니다. 투표지를 받고, 그 투표지에 도장을 콩콩 찍는 그 단순한 행위가 지난 4년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4년을 결정합니다. 도장의 무게는 고작 볼펜 수준이었습니다. 너무 가볍진 않나 싶었습니다.

말이 좀 샜는데요. 이렇게 간단하고도 중요한 투표를 하기 위해서 알아야 할 것들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또 무척 적습니다.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의 가짓수와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죠. 비례대표 후보자의 면면이 될 수도 있고, 민주주의의 회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지역이 될 수도 있고, 연줄이 될 수도 있죠.

여러가지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기준들을 꼽아보는 일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빠져서는 안 될 기준으로 ‘정책’을 꼽을 수 있습니다. 공약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아직 이뤄지지 않은 공약보다, 이미 의회를 통과해서 한국 사회의 확정된 기준이 된 법. 그 법안 통과에서의 입장, 여러 가지 사회적 이슈에 대한 정당의 입장을 나타내는 정당의 정책은 그 어떤 판단 기준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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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핑서비스 런칭을 위해 밤을 새웠다. 양욱진(좌) 서정규(우) 사진 = 와글

정책투표를 장려하기 위한 ‘핑코리아’는 풀뿌리 정치벤처 와글의 두 멤버가 주도적으로 만든 정치 앱입니다. ‘핑’이란 통신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쓰는 용어입니다. 잠수함에서 상대의 거리를 파악하기 위해 음파를 보내 돌아오는 시간을 재던 것에서 유래했습니다. 정당과 후보자와의 거리를 파악해보자는 의미죠. 핑 서비스가 제시하는 몇 가지 질문에 답하면, 내가 어느 정당과 정책적으로 가장 유사한지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책을 바탕으로 투표할 수 있게 돕는 가이드 역할을 합니다. 핑코리아의 프로젝트 기획을 맡은 와글의 서정규 매니저와 양욱진 개발자를 만났습니다.

서정규 : “와글에서 핑코리아 프로젝트 매너저를 맡고 있는 서정규입니다. 이전까지는 해외 리서치 담당이었고요, 그 전에는 군대에 있었고, 그것보다 조금 더 전에는 영국에서 석사를 밟았습니다. 영국에서 사람들이 투표 가이드 애플리케이션을 쓰는 걸 보면서, 한국에서도 꼭 해보고 싶어서 만들게 됐습니다.”

양욱진 : 대기업을 다니다 나와서 서비스를 2개 정도 말아먹었고요. 어떤 문제에 기반을 둬 서비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를 보게 됐습니다. 하이브아레나(개발자들이 많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브리게이드’라는 서비스를 봤는데요. 되게 멋있더라고요. 우리나라는 왜 정치적인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을까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친한 친구가 정규 님을 연결해줬습니다. 처음엔 ‘한쪽 발만 담그고 있어라’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이렇네요.(웃음)

턱없이 부족한 정책 정보, 앱으로 한눈에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핑 서비스의 초점은 정당에 있습니다. 핑 서비스는 무려 21개의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세운 현실에서 투표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만들어졌습니다. 핑코리아팀은 정당 간 정책경쟁이 기능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했습니다. 최선 혹은 차악을 선택하기 위한 정책 정보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을 극복하고자 했습니다.

초기에는 지역구 의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도 만들려고 했지만, 인력부족이라는 자원적 한계도 있었고, 현실적인 한계도 있었습니다. 이번 총선 국면이 워낙 다양하게 전개된 터라 후보확정도 늦게 되고, 단일화 여부도 지역마다 다른 등 복잡해졌기 때문입니다.

너무 세부적으로 들어갈 경우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진다는 문제점도 있었습니다. 문항이 너무 많으면 사용자가 이탈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여느 서비스와도 비슷한 맥락이죠. 3개월간의 개발 기간에 수많은 기능이 붙었다 떨어지면서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습니다.

“가장 큰 고민은 ‘많은 사람이 쓰게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게 좋을까?’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저희는 이 관계가 반비례라고 생각했습니다. 정확한 결과를 위해서는 사용자가 정보를 많이 입력해야 하고, 너무 쉽게 만들면 정확하지 않고요. 이 중간지점을 찾는 게 어려웠습니다.”(양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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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핑코리아 화면 갈무리

문항 설계는 최대한 불편부당하게

핑 서비스의 질문은 4개 카테고리 기반 20개의 질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질문은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의 이슈와 안건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문항 설정에는 정치벤처 와글과 <뉴스타파> 정치담당 기자들이 함께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와 <중앙일보>가 다년간 진행한 국회의원 이념성향 연구를 참조했는데요. 실제로 강원택 교수를 만나 문항에 대한 조언도 듣고 수정했다고 합니다.

핑서비스를 활용하면 외교·안보, 경제·노동, 사회·언론, 생태·다양성의 네 축을 바탕으로 사용자 본인의 이념 성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서정규 씨는 “근본적이고 정치철학적인 화두를 던지기보다는 최근 4년간 있었던 이슈와 사건에서 시사점을 찾도록 설계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방송사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 등도 긁어모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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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와글

알고리즘은 어떻게?

총 21개 정당 중 11개의 정당이 응답했고, 8개의 정당은 미응답했으며, 2개의 정당은 응답을 거부했습니다. 응답을 거부한 정당은 1당인 새누리당과 2당인 더불어민주당입니다. 이들 정당은 그간 공식 발표한 대변인 성명, 공약, 당론발의 법안,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문, 당 대표 대국민 담화문, 정강 등을 근거로 당의 입장을 추정해 서비스에 반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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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은 간단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상대 정당이 국정 교과서 문항에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답하고 응답자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대답하면 거리는 1점, ‘바람직하다’고 대답하면 2점, ‘매우 바람직하다’고 답했다면 3점으로 계산됩니다. 정당이나 응답자가 ‘모름/답변하기 어려움’이라고 답한 질문들을 제외한 모든 질문의 응답 결과를 토대로 유사도를 측정합니다.

성향 척도도 비슷합니다. 항목에 대해 매우 진보적 성향이 드러나는 응답에는 -3점, 매우 보수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경우 3점을 부여합니다. 자연스럽게 왼쪽-오른쪽으로 성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현실적인 서비스 여건으로 인해 생기는 방법론상의 한계도 있습니다. 핑코리아가 선정한 20개 문항 외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 정당의 답변에 노이즈가 있을 수 있자는 점 등입니다. 핑코리아측은 이에 대해 “앱 개발자인 저희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는 부분”이라며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대목이 있다고 판단되신다면, 그것을 공론화시켜 토론하는 민주적인 시민 행동을 실행해 주십시오”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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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서비스 결과인지는 비밀입니다. 사진 =핑코리아 화면 갈무리

‘고심 끝에’ 다듬은 사용자 경험

기획자와 개발자가 한 명씩 있는 팀이라기에는 앱의 사용자 경험에서 걸리는 부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사용자조작화면(UI)도, 사용자경험(UX)도 꽤 괜찮달까요? 특히 핑코리아처럼 사용자의 성향을 파악해야 하는 서비스는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용자 경험 설계가 필요합니다.

“물론 정치에 ‘칼중립’ 같은 건 없죠. 그래도 최소한의 객관을 지키기 위해서 버튼 하나하나도 신경 써서 디자인을 했습니다. 찬성이나 반대 버튼이 엄지에서 얼마나 가깝고 먼지, 사진을 넣을지 말지, 색감의 톤은 어떻게 할지 무척 고민했습니다. UX 관련 자료도 좀 찾아봤습니다.”(서정규)

결과 페이지는 나름의 ‘재미’가 있습니다. 차원이 4가지기 때문에 축을 조합하면서 여러가지 조합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안보, 경제·노동, 사회·언론, 생태·다양성의 축에서 사용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조합해 살필 수 있습니다. 하나씩만 선택하면 일직선상에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의미 있는 결과

인터뷰가 있었던 4월8일 기준, 핑 서비스 오픈 10일 만에 순 방문자 17만 3천명, 설문완료 18만5천건을 기록했습니다. 적다면 적을 수도 있지만, 꽤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선거인 수가 4천만명쯤 되고, 투표율은 50%를 좀 넘습니다. 넉넉하게 투표하는 유권자의 1%쯤 되는 숫자인 셈입니다. 비례대표 기준, 정당득표율 3% 이상을 얻는 정당이 한 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꽤 크게 다가오는 숫자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때 후배가 만들 (핑 서비스와 유사한)앱을 써봤어요. 모 정당이 나왔는데, 저는 생각지도 못했던 게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큰 울림이 있었던 사건이거든요. 저도 그런 울림을 주고 싶었어요. ‘어안이 벙벙하게’ 만드는 이런 신선한 충격을 주고 싶었습니다. 사용자들이 투표할 때 이 충격을 기억했으면 좋겠어요”(양욱진)

chaibs@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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