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CEO] 이경일 솔트룩스 “인공지능 원천기술로 뚝심있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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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움직일세.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그치지 아니할세. 내(川)를 이뤄 바다에 가나니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회사 건물 4층 왼쪽 벽에 ‘용비어천가’ 2장 내용을 적어두었다. 그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핵심 기술을 뿌리 삼아 회사를 운영하자는 뜻에서다. 이 대표는 2000년 6월1일 회사를 설립한 이래 한 번도 회사 운영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바꾸지 않았다.

“원천기술을 오래 가져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창 매출이 좋을 땐 다른 사업에 투자하라는 유혹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우린 원천기술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매출 이익의 일정 부분을 기술에 항상 투자했지요.”

그가 원천기술을 고집한 이유는 하나다. ‘용비어천가’ 내용처럼 뿌리 깊은 나무는, 기술 뿌리가 깊은 회사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경일 대표는 이런 소신을 회사를 세울 때부터 고집했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변화에 잘 적응하는 게 살아남는 거라 믿으면서, 핵심 기술을 뿌리 삼아 시장 변화에 대응했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

그 덕분에 솔트룩스는 20년 가까이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분석과 시맨틱 검색 솔루션, 데이터 서비스 플랫폼(DaPaaS) 사업, 다국어 현지화를 포함한 언어·문서 서비스 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100건이 넘는 특허를 출원했다. 등록 특허는 40건에 이른다. 해마다 세계적인 학회에 인공지능과 시맨틱 검색 관련 논문도 2~3개 낸다.

“회사를 창업하기 1년 전 즈음해서 만든 사업계획서가 있습니다. 사업 목표, 가야 할 길, 경쟁자 분석, 시장분석을 그때 했지요. 그때 한 경쟁자와 시장 분석 회사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우리 회사에 남아 있는 건 처음과 변하지 않는 뿌리 깊은 기술, 뚝심입니다.”

인공지능 아담의 ‘플랫폼’화를 꿈꾸다

자연어처리, 인공지능. 10여년 넘게 솔트룩스가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원천기술이다. 지난 2월 한국어를 포함해 인간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차세대 인공지능 ‘아담’을 선보였다. 지난 2월 기준 도서 50만권 분량에 이르는 지식을 학습했다.

솔트룩스는 자체 클라우드를 통해 자료를 수집했다. CPU 1200개를 활용해 국내외 데이터를 축적하고 처리한다. 지난 3월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과 맞선 인공지능 알파고도 1200개에 가까운 CPU를 이용했다. 알파고 부럽지 않은 연산 성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 정도면 큰 소리로 자랑하고 다닐 법도 하지만 이 대표는 조심스럽다.

“지금 당장 인공지능을 이용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곳은 없습니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역시 알파고를 이용한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알파고 자체 학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시장은 아직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솔트루스 비즈니스 모델

솔트루스 비즈니스 모델

이경일 대표가 기다림 끝에 바라보는 시장은 인공지능 플랫폼이다. 검색, 광고,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있듯 기계와 인간이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오는데, 그 과정을 인공지능이 해결할 것이라고 보았다. 인공지능 기반 플랫폼에서는 학습 영역, 추리 영역, 계산 영역, 최적화 영역으로 나뉘어 이 위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이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개발 중인 핵심 엔진을 개선하고 데이터를 확보해서 더 발전된 인공지능 시장에 대비하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아담 플랫폼도 개방하고, 데이터 자체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솔트룩스는 이미 몇몇 글로벌 회사와 손을 잡고 아담 플랫폼을 개방하는 프로젝트 ‘이든'(Eden)을 진행 중이다. 아담 플랫폼 전부를 공개할 계획인 아니지만, 상당 부분 오픈 플랫폼으로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그다음엔 도메인에 특화된 인공지능 서비스인 ‘이브’도 선보일 계획이다.

데이터 자체를 개방하는 ‘데이터 믹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데이터 믹시를 이용하면 솔트룩스가 수집한 데이터를 API 형태로 끌어가거나 데이터 도메인 안에 들어와서 직접 작업할 수 있다. 솔트룩스는 상반기 안에 데이터 믹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그 외에 다른 서비스도 준비 중입니다. 2년 전 첫선을 보이고 난 뒤 판올림 작업이 없던 ‘지니뉴스2’도 곧 선보이려고 합니다.”

‘혼자 빨리’가 아닌,‘함께 멀리’를 꿈꾼다

이경일 대표가 기술 개발에만 신경을 쓰는 건 아니다. 그는 ‘반지의 제왕’을 예로 들며, 좋은 동료와 직원의 소중함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반지원정대’를 보면 반지를 운반하는 주인공 프로도 배긴스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샘와이즈 갬지라는 호빗이 있다. 영화 내내 그는 주인공이 납치를 당하면 구해오고, 주인공이 유혹에 빠지면 정신차릴 수 있게 도와준다. 급기야 영화 마지막엔 프로도가 반지를 파괴할 수 있게 이끌기까지 한다.

이경일 대표는 이 영화 속 샘와이즈 갬지를 주목했다. 빨리 가려면 혼자 뛰어가면 되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 믿음에서다. 그가 기술 못지않게 조직 문화도 튼튼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하다.

“조직에도 인격이 있습니다. 우린 흔히 이 인격을 기업 문화라고 보지요. 회사를 설립하고 시작하는 건 제가 했을지 몰라도 시작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건 조직이 있어 가능합니다. 유명선수 한 명의 천재성이 아니라 사원 누구의 꼼꼼함, 누군가의 기업 시장을 바라보는 날카로움, 현재 문제를 끄집어낼 수 있는 누군가가 모여 있기에 멀리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솔트룩스 기업 문화

솔트룩스 기업 문화

솔트룩스는 ‘올곧게 일함’, ‘혁신을 통한 공헌’, ‘성장과 행복추구’를 조직 문화 핵심가치로 삼는다. 사업적으로 가는 길이 있을 때, 그 길이 힘들고 험해도 회피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전진할 수 있는 ‘올곧음’, 기업이 받은 가치를 재정적으로 직원, 고객, 나아가 사회에 환원할 수 있게 끊임없이 ‘혁신’을 이루는 것, 직원 ‘행복’을 위해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그 결과 직원 스스로 회사에서 ‘성장’하는 걸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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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핵심 가치를 말로만 외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솔트룩스는 다르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준다. 세무조사 결과 ‘접대비가 너무 조금 나왔다’라며 ‘이상하다’라는 취급을 받을 정도로 불필요한 접대비를 쓰지 않는다. 회사 내부적으로 ‘1% 나눔운동’을 통해 서울시 아동을 위한 도서관 짓는 봉사활동을 진행한다. 대표는 ‘내 회사다’라고 말하는 대신 ‘나만의 회사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직원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GIFT'(Global-leaders with Innobiz membership through Future oriented Training program, 기프트)란 프로그램을 통한 핵심 인재 개발도 진행한다.

기프트 프로그램은 맞춤형으로 이뤄진다. 직원 인터뷰를 해서 어떤 교육을 하고 싶어하는지 묻고 해당 직원 스스로 ‘자신이 어떻게 성장할까’를 계획할 수 있게 돕는다. 때로 본인이 어떤 길을 가야 할지 잘 찾지 못하면, 비즈니스 코치를 붙인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솔트룩스 안에서 어떻게 성장해 나갈지 정할 수 있게 도와준다.

“기프트는 핵심 인재 양성 프로그램입니다. 기준에 부합하는 직원을 매년 뽑아 교육하고 훈련하지요. 앞으로의 솔트룩스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키워나가기 위해 개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 회사의 기프트, 선물 같은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