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류시간 비중 잇따라 높인 페이스북…의도는 ‘갇힌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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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변경은 IT 플랫폼 기업엔 고도로 정치적인 행위다. 알고리즘의 미세한 조정 행위 하나하나에는 복합적인 이해관계가 녹아들어간다. 서비스의 철학이 반영되고, 분기점마다 발생하는 갈등의 해소법이 용해돼 있기도 하다. 침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절묘한 한 수가 알고리즘으로 표현되기도 하고, 사용자를 길들이기 위한 통제 전략도 알고리즘 속에 숨어들어 있다.

전세계 15억명이 사용하는 글로벌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인 페이스북은 ‘엣지랭크’엣지랭크(Edge Rank)는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가리키는 고유명사였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 내부에서 엣지랭크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2013년 이전에 이미 엣지랭크는 죽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엣지랭크 알고리즘은 10만개 이상의 팩터로 작동하는 머신러닝으로 구성돼 있다(Marketing Land.2013.8.16).close라는 이름의 고유한 랭킹 알고리즘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은 기계학습 알고리즘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엣지랭크’라는 타이틀이 사라진 상태지만, 뉴스피드 알고리즘이 지니는 위상은 오히려 전보다 높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뉴스피드 알고리즘의 과제, ‘엣지+개인화’

지난 4월21일 페이스북의 뉴스피드 알고리즘 변경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이번 알고리즘 변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3가지 키워드에 주목해야 한다. 체류 시간, 피드 품질 프로그램, 인스턴트 아티클이다. 이 세 키워드는 단절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를 향해 있다. 그 지점에 페이스북의 이해와 전략이 스며들어 있다.

이번 업데이트는 체류시간을 뉴스피드 알고리즘에서 비중 있게 다루겠다는 선언이었다. 페이스북 뉴스피드 알고리즘은 해당 사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콘텐츠를 상위에 배치한다는 기획 원칙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개인화와 관여도engagement를 관여도라고 번역했다. 페이스북은 이 관여도를 엣지 알고리즘과 동의어처럼 사용한다.close의 적절한 균형을 매번 맞춰나간다. 체류 시간은 이러한 원칙을 달성하는 데 중요한 신호라는 것이 페이스북의 판단이다.

페이스북은 친구의 슬픈 뉴스를 예로 들었다. 친구의 슬픈 소식, 혹은 친구가 전하는 비보에 ‘좋아요’나 댓글, 공유가 달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이 글이 해당 사용자와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콘텐츠일 확률이 높다. 관여도를 나타내는 계량적 지표만으로 잡아낼 수 있는 빈틈이 이런 유형의 글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페이스북은 체류시간을 알고리즘에 비중 있게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6월에도 동일한 변경 사항 발표…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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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이 진행하는 피드 품질 테스트를 위한 설문조사. 전세계 수천, 수만명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뉴스피드 알고리즘에 반영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애드위크)

여기서 한 가지 더 들여다봐야 한다. 페이스북은 지난 2015년 6월12일 체류시간을 뉴스피드 알고리즘에 한 차례 반영한 바 있다. 심지어 당시의 소개 글과 이번 발표 글은 겹치는 문구도 적지 않다. 자칫 중복 포스팅으로 오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페이스북은 유사한 취지의 알고리즘 업데이트를 정식으로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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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의 명분과 근거는 ‘피드 품질 프로그램‘(Feed Quality Program)의 조사 결과였다. 페이스북은 정량적 지표로만 알고리즘을 업데이트 하지 않는다. 그것이 지닌 한계를 질적 방법론으로 보완한다(Time. 2015.7.9.). 페이스북은 전세계 수천, 수만명의 사용자로 구성된 ‘피드 품질 패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에게 피드 알고리즘의 평가를 설문조사 형태로 요청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페이스북은 뉴스피드 알고리즘을 보정해간다.

이번 개편도 피드 품질 프로그램의 결과를 수용한 조치다. 실은 2015년 6월의 체류시간 반영 조치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포스트를 작성했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안샤 유는 “뉴스피드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는 사람들에게 그들의 경험을 평가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적었다. 이처럼 10개월을 두고 취해진 알고리즘 변경은 상당한 유사성을 갖고 있다. 굳이 두 번 발표할 이유를 찾기 힘들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꾸준히 업데이트해 온 페이스북 내장 브라우저

페이스북의 내장 브라우저 변경 사실을 보도한 더넥스트웹과 자료 사진.(사진 출처 : 더넥스트웹)

페이스북의 내장 브라우저 변경 사실을 보도한 더넥스트웹과 자료 사진.(사진 출처 : 더넥스트웹)

하지만 두 발표엔 2가지 기술적 차이가 포함돼 있다. 그 한 가지는 인스턴트 아티클이고, 다른 하나는 페이스북의 모바일 내장 브라우저다.

후자부터 확인해보자. 일반적으로 모바일 앱은 외부 URL을 보여줄 때 내장된 웹뷰를 이용한다. 이를테면 네이버 모바일 앱에서 언론사 기사를 클릭하면 모바일 OS에 내장된 웹뷰나 UI웹뷰에 해당 기사를 띄워서 보여준다. 모바일 OS에 내장된 웹뷰는 사파리나 크롬 등 모바일 브라우저와 비교하면 성능은 한참 떨어진다. 때문에 웹뷰의 성능 향상을 위한 기술적 노하우가 적잖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WebView 뛰어 넘기 – 고성능 WebView 만들기’ 강연이 국내에서도 인기를 얻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2014년께부터 웹뷰를 자체 개발한 내장 브라우저로 대체해 왔다. 그리고 지난 1월 내장 브라우저의 대대적인 개편도 단행했다. ‘저장하기’ 버튼이 브라우저 안으로 들어왔고 체류시간의 정밀한 측정도 가능해졌다. 내장 브라우저 개발과 꾸준한 개선으로 이제 사용자는 페이스북 앱 밖으로 떠날 필요가 없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다. 미국 IT 언론사인 <더넥스트웹>은 지난 1월16일자 기사에서 “이 브라우저의 목적은 사용자들이 페이스북 앱을 떠날 필요가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퍼즐의 마지막, 인스턴트 아티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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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은 마지막 3번째 키워드로 향한다. 페이스북 ‘인스턴트 아티클’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7일 F8 콘퍼런스에서 인스턴트 아티클을 모든 콘텐츠 사업자에게 개방했다. 일부 언론사를 대상으로 시행된 지 1년여 만의 정책 변경이었다. 이제 더 많은 콘텐츠를 인링크 방식의 인스턴트 아티클로 끌어들이는 과제만 남았다.

1년 사이 체류 시간을 알고리즘에 반영했다고 두 번이나 강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장 브라우저의 개발 및 개선으로 콘텐츠의 로딩 시간 측정이 가능해졌다. 이는 순수하게 글이나 영상을 열독하고 시청하는데 투입된 시간을 산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6월까지만 해도 순수 열독 시간만 분리해내는 것은 어려운 과제였다.

블로터 플러스 '지식 아카이브'

당시 페이스북이 발표한 글을 보면 “사람들이 오로지 개별 콘텐츠에만 쏟아부은 시간을 측정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어떤 이는 스토리를 읽는 데 10초를 쓰지만, 어떤 이는 로딩하는데 10초를 쓰기도 한다는 것이다. 4월21일 알고리즘 변경 발표는 이 같은 기술적 난제를 마침내 해결함으로써 두 사례를 정교하게 구분해낼 수 있게 됐다는 메시지였다.

이로써 긴 로딩 시간으로 언론사의 기사가 알고리즘에서 우대받는 일은 사라지게 됐다. 순수하게 언론사 기사에 집중한 시간만을 계측할 수 있게 되면서 품질 관리도 가능해졌다. 콘텐츠의 만족도는 낮지만 긴 로딩 시간으로 ‘특혜’를 받아온 언론사나 브랜드 페이지는 앞으로 페이스북에서 노출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완벽한 갇힌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페이스북 멘로파크 본사.(사진 : 페이스북 갤러리)

페이스북 멘로파크 본사.(사진 : 페이스북 갤러리)

2016년 4월21일자로 페이스북 모바일 앱 사용자는 완벽에 가까운 ‘갇힌 정원’에 탑승했다고 말할 수 있다. 체류 시간을 뉴스피드 알고리즘에 비중있게 포함한다는 이날의 발표는 그 자체로는 새롭지 않은 소식이다. 전언했다시피 2015년 6월21일의 재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제대로 읽어내야 할 대목은 페이스북의 숨겨진 전략이다. 내장 브라우저와 인스턴트 아티클이 결합된 페이스북 모바일 앱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섬이다. 서서히 웹이라는 대륙으로부터 분리 독립 중이 섬이다. 가면 갈수록 웹과 연결될 수 있는 통로는 발견하기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갇혀진 정원, 아니 섬 안에서 사용자들은 웃고 떠들고 공유하고 좋아한다. 그렇게 남겨진 사용자들의 행위 데이터들은 페이스북에 의해 흡수되고 있고 고스란히 타기팅 광고 수익의 원료로 활용된다.

페이스북은 올해도 성벽을 더 높이 쌓았다. 스스로 웹이 되겠다는 야심엔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있다. 페이스북은 지금 사용자들을 향해 “완전한 갇힌 정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고 외치고 있다. 위험하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대안이 보이지는 않는다. 더 위태로운 까닭이다.

참고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