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마케팅 실험, 새로움과 재미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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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시작 전 강제로 재생되는 광고는 더 이상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다. 마케팅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은 낙후되어 의미가 바래고 있다. 광고 대행사들의 명성은 예전 같지 않으며 업계는 매너리즘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사라져야 한다.”

얼마 전 애드버타이징 에이지에 실린 펩시의 임원 브래드 제이크먼의 말이다. 모두가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마케팅의 특수성을 강조하고 그 중요성을 외칠 때 던져진 말이라 이를 들은 대부분의 마케터는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을 것이다(특히, 필자와 같은 광고대행사 관련자는 더욱 더). 하지만 그의 말을 좀더 들어보면 이내 납득할 수 있다.

디지털이 아니라 ‘마케팅’에 방점

애플에서 출시한 PDA 뉴턴

애플에서 출시한 PDA 뉴턴(왼쪽)은 기술적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반면, 동일한 개인 미디어 개념을 지향한 아이폰은 사용의 재미와 손쉬운 유저인터페이스를 통한 새로운 경험을 안겨줌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아요. 오로지 마케팅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중요한 건 요즘 세상엔 마케팅 대부분이 디지털의 형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우린 디지털 마케팅을 전통적 광고 옆에 달린 부록쯤으로 취급하는데, 이제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렇다.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마케팅이란 말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용어도 아니고 새로운 현상은 더더욱 아니다. 이제 디지털은 우리 주변의 모든 매체, 콘텐츠가 존재하는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형식이 됐으며 오히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적 형식의 매체, 콘텐츠가 부가적인 가치로 취급되는 ‘부록’ 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디지털 미디어, 디지털 마케팅의 새로운 실험이란 엄밀히 말하면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디지털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새로워야 하는가?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건 ‘무엇이 새로워야 하는가’가 아닌 ‘왜 새로워야 하는가’이다. 후자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새로운 무언가를 내놓아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리고 ‘왜 새로워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바로 소비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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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디지털 시대가 아니어도 미디어와 마케팅 은 언제나 새로운 실험을 해왔고 그중 몇몇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데 성공했지만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았다. 예를 들어 지금 스마트폰의 조상 격이 되는 매체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는 실패했지만, 스마트폰은 모두가 알다시피 필수 매체로 자리를 잡았다. 재미있는 건 두 매체 모두 첫 출시가 애플을 통해서였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둘의 운명은 달랐을까. 답은 아주 간단한 데 있다. 바로 ‘새로운 경험(New Experience)’ 과 ‘사용의 재미(Fun to Use)’다. 단언컨대, 이 두 가지는 미디어, 마케팅의 새로운 실험에 있어 반드시 갖추어져야 할 필수 요소이며 어느 한 가지라도 결여됐을 경우 소비자들에게는 외면을 받는다.

애플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뉴미디어, 이름하여 ‘뉴턴’은 바로 그 기술의 혁신성과 놀라운 기능성에도 불구하고 단지 그 당시 소비자들에게는 사용하기에 너무 낯설고 복잡하다는 이유로 시장에서 사라져 갔고, 그 기술의 혁신성을 안타까워했던 다른 기업들 이 꾸준히 다른 PDA 제품을 출시했지만 역시 대중적인 미디어로 확산되는 데는 실패했다. 그에 비해 PDA와 거의 유사한 미디어 개념, 즉 퍼스널 디지털 어시스턴트를 지향한 다른 제품-애플의 스마트 폰인 아이폰은 소비자들 사이에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바로 ‘터치 & 어플리케이션’이라는 직관적인 사용자 편의성과 재미를 갖춘 유저인터페이스로 새 로운 사용자 경험을 만들어 낸 덕분이었다.

올드 미디어의 혁신적 아이디어

중앙일보 광고 1

중앙일보의 구찌 광고는 단순하지만 파격적 아이디어로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성공적 사례로 손꼽힐 만하다. 중앙일보 2016.3.9.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미디어와 마케팅은 ‘왜 새로워야 하는가?’ 이에 대한 대답 또한 마 찬가지다. 더 새로운 경험, 더 재미있는 사용을 위해 서다. 그리고 이 두 마리 토끼가 바로 미디어와 마케팅의 실험에서 소비자가 기대하는 바이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워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과 사용의 재미(New Experience & Fun to Use)”. 이것이 바로 미디어와 마케팅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하기 위한 캐치프레이즈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소비자를 위한 새로움, 소비자를 위한 재미라는 실험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렇지만 가장 중요하게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앞서 말했지만 아이디어란 단지 새로운 기술이나 실험적인 기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아이디어란 본래 단순한 발상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 단순하지만 기존과는 다른 발상이 보다 새롭고 보다 재미있는 소비자 경험으로 탄생될 수 있다.

최근 미디어와 마케팅에서 단순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실험에 성공한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3월 9일자 <중앙일보> 신문을 보면 보자마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종이신문이란 매체는 지난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이제는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 올드 미디어가 되어 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발간된 이 신문은 단지 명품 광고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파격적이지만 단순한 아이디어 하나로 신문을 경험하는 새로운 순간을 제공할 뿐더러, 어렵고 지루하게 생각되는 신문을 펼치게 만든다는 측면에서 ‘사용의 재미(Fun to Use)’의 경험으로 안내한다. 중앙일보의 사례는 미디어의 새로운 실험이 반드시 혁신적인 기술이나 기능의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증명한다. 사실 명품 광고를 전면에 실어 기존의 신문처럼 보이지 않게 한다는 발상은 신문이 탄생하던 시점부터 언제든 가능했던 아이디어였을 것이다. 다만 요즘 시대에 신문에 대한 기대의 변화와 다른 매체들의 출현으로 인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신문에 대한 고정관념의 파괴를 종용했고, 결과적으로 신문의 새로운 경험을 연출하는, 단순하지만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낳기에 이르렀다.

결국 기승전아이디어

SSG닷컴

독특한 비주얼과 느낌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SSG닷컴(맨 오른쪽) 광고의 오리지널리티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왼쪽)과 이를 오마주한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가운데). SSG닷컴 광고는 이 영화에 대한 또 다른 오마주라 할 수 있다.

마케팅의 새로운 실험 또한 살펴보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광고는 단연 ‘쓱’이라는 한 단어, 아니 한 음절로 된 카피 하나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수많은 패러디를 낳고 있는 SSG닷컴의 광고다. 사실 이 광고는 ‘쓱’이라는 카피가 특이한 면도 있지만 (동시에 SSG라는 어려운 브랜드 네임을 기억하게 하고, 심지어 사이트 방문까지 유도하게 하는 실질적인 마케팅 파워를 자랑한다), 비주얼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제까지 광고에서 보지 못한 독특한 느낌을 가지고 있어 이 또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블로터아카데미

사실 이 광고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비주얼은 그 오리지널리티가 미국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 1882~1967)에 있다. 20세기 미국 현대인의 고독하고 소외된 삶을 건조하고 무표정하게 그려낸 호퍼의 그림들은 등장 인물들의 건조함과는 달리 색채는 오히려 화려하게 부각함으로써 고독감의 효과를 극대화한다. 그리고 이런 호퍼의 그림을 동경한 후대의 많은 작가들이 그를 오마주하거나 그의 스타일을 차용한 작품을 만들어냈는데, 구스타프 도이치 감독의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Shirley: Visions of Reality, 2013)’이 가장 대표적이다. 그리고 SSG의 광고는 바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오마주한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의 또 다른 오마주라 할 수 있다.

이제 광고는 더 이상, 상품/서비스를 팔기 위한 설득 커뮤니케이션의 일환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마케팅에 기여해야 하지만 지금의 시대에 매체가 소비되는 맥락을 보았을 때는 더 이상 일방향적인 주장과 노출만으로는 그 역할을 다할 수 없다. 광고 또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야 하며 보는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마케팅의 새로운 실험이 될 것이며, 그 실험의 성공 여부는 언제나 그랬듯 기존의 경험을 뛰어넘는 아이디어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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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의 1942년작 나이트호크(Nighthawks)(사진 : 위키피디아, Public Domain)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월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5월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이재호 HSAd 마케팅전략센터 AP팀 부장입니다. 원제는 ‘이용자에게 새로움과 재미를 허하라!’입니다. <블로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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