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30일, 국내 최초 인터넷은행 사업자로 카카오와 KT가 선정됐다. 23년 만에 처음으로 등장한 새로운 은행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는 11월29일 카카오가 이끄는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과 KT가 주도한 ‘케이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은행이 달라지고 있다. (출처: Flickr ‘GotCredit’. CC BY.)

▲은행이 달라지고 있다. (출처: Flickr ‘GotCredit’. CC BY.)

스마트폰의 등장,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은행 이용 방식을 바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리적인 점포가 없거나 매우 적은 영업점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사업을 벌이는 은행을 말한다. 업무의 대부분은 금융자동화기기(ATM)나 인터넷,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과 같은 전자매체를 통해 이뤄진다. 설립 초기에는 점포 없는 무점포 인터넷전문은행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 소수의 점포를 보완적으로 영업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 2015년 미국은행연합회(ABA) 은행 채널 선호도 조사 결과 (출처: ‘ABA Survey: More Consumers Turning to Mobile Banking’)

▲ 2015년 미국은행연합회(ABA) 은행 채널 선호도 조사 결과 (출처: ‘ABA Survey: More Consumers Turning to Mobile Banking’)

2015년 미국은행연합회(ABA)가 실시한 ‘은행 채널 선호도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왜 등장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2014년 창구거래 선호도는 21%였으나 2015년에는 17%로 선호도가 감소했다. 모바일 채널 선호도는 2014년 10%에서 2015년 12%로 증가했다. 인터넷뱅킹 선호도는 2015년 32%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2009년 창구거래와 ATM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삼정KPMG경제연구원 보고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따른 성공전략과 해결과제’가 인용한 글로벌 컨설팅업체 ‘캡제미니(Capgemini)’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객의 주당 은행 채널 이용 비중은 비대면 채널이 월등히 높은 가운데 모바일 채널 이용 비중이 2013년 13%에서 2014년 22%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점포를 찾기보다 인터넷을 통해 금융 거래를 하는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금산분리 규제 때문에 조금 뒤늦게 논의가 이뤄졌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바람을 이끌다

금산분리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규제 원칙이다. 재벌이라 불리는 대기업집단이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고 금융 소비자의 자본을 사금고처럼 이용할 수 없도록 견제해야 한다는 데 규제 목적을 두고 있다. 대표적인 금산분리 규제 조항은 금융회사가 아닌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4%까지만 가질 수 있도록 못박은 ‘은행법 제16조의2 제1항’이다.

금산분리 규제가 금융시장 건전화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지만, 핀테크 시대에는 금산분리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행이 제공하던 각종 금융서비스를 IT기업이 제공하는 것이 핀테크의 핵심인데, 국내에서는 은행이 하던 사업을 IT기업은 엄두도 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해외는 사정이 좀 다르다. 미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취득 기준이 일반은행과 같다. 미국은 은산분리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지주회사법에 따라 은행지주회사는 직·간접적으로 비은행회사를 지배할 수 없고, 비은행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일본은 일반사업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 주요주주가 되는 게 명시적으로 허용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지분 취득 과정에서 금융·비금융주력자 구분이 없다. 유럽에서는 비금융주력자 은행 소유를 허락하고 있다.

▲은행 소유구조 관련 규제의 국제 비교 (출처 : 삼정 KPMG 이슈 리포트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의 시사점’)

▲은행 소유구조 관련 규제의 국제 비교 (출처 : 삼정 KPMG 이슈 리포트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등장의 시사점’)

이에 2014년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을 꾸릴 경우에 한해 비금융회사도 은행 지분을 최대 50%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단, 대기업집단은 예외다. 자산총액 5조원 이상 61개 기업집단 가운데 금융사업을 주력으로 하지 않는 곳은 여전히 지분 보유 한도를 4%로 못박았다.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이 하는 모든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예·적금을 받거나 자금을 대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화를 취급해도 된다. 신용카드도 발급할 수 있고, 보험대리점으로 활약해도 된다. 채무 보증과 어음 인수, 지급 대행 등 부수적인 업무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일반 은행과 같은 사업을 벌이는 만큼, 인터넷전문은행도 건전성 규제를 적용받는다. 다만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엄격한 바젤3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바젤1 기준을 적용할 예정이다. 유동성 규제도 특수은행 수준으로 완화한다.

▲금융위원회가 2014년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며 국내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발판이 마련됐다.(출처 : 테크인아시아. CC BY.)

▲금융위원회가 2014년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며 국내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발판이 마련됐다.(출처 : 테크인아시아. CC BY.)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18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이후 지난 9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접수를 받았다. 당시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은행, 아이뱅크은행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은행업 인가심사를 위해 금융, 법률, 소비자, 핀테크, 회계, IT 보안, 리스크관리 전문가 7명을 포함한 외부평가위원회를 구성한 뒤 심사에 나섰다.

그 결과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과 KT가 주도한 케이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예비인가를 획득했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최신 핀테크 기법 적극 도입해 차별화 도모

예비인가를 받은 한국카카오은행과 케이뱅크은행은 이제 겨우 문턱 하나를 넘었다. 정식으로 은행업을 하려면 본인가를 신청해야 한다. 본인가는 예비인가자의 경영전략 및 사업계획 등에 따라 결정된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한국카카오은행은 ‘한국카카오은행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올해 본인가를 위한 임원진 등 인력 구성 및 영업시설, 전산체계 등 물적설비 구축 등의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넷마블, 로엔(멜론), 서울보증보험, 우정사업본부, 이베이코리아(지마켓, 옥션), 예스24, 카카오, 코나아이, KB국민은행, 텐센트, 한국투자금융지주 등 11개사가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납입자본금은 3천억원이다. 카카오는 주로 지급결제, 여신, 수신, 고객서비스 등 4대 금융 생활 영역을 정하고 연결, 확장, 나눔을 주제로 고객에게 ‘내 손안의 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 10대 금융 서비스

▲카카오뱅크 10대 금융 서비스

우선 카카오는 온라인 신용카드조회회사(VAN)나 전자지불대행회사(PG)를 배제한 결제 프로세스를 구현해 가맹점 수수료를 대폭 인하할 예정이다. 고객에게는 한도 제한 없이 사용 금액의 일부를 포인트로 지급하는 형태의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계좌번호 없이 카카오톡 아이디로 대화하듯 송금할 수 있는 ‘간편송금’ 기능도 선보인다. 카카오는 공과금을 종이 고지서 없이 카카오톡으로 청구 받고 납부하는 ‘페이퍼 리스 공과금 납부’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NFC 스티커를 이용한 결제 방식도 고민 중이다. 물건 가격, 판매자 계좌 정보가 들어 있는 NFC 스티커를 통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나 현금카드 같은 물리적인 결제 수단 없이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판매자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서로 돈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그 외에도 카톡방에서 공동통장을 만들고 회비를 관리할 수 있는 기능, 예금이자를 현금이나 이모티콘, 게임 아이템으로 받을 수 있는 기능, 인공지능 시스템을 이용한 24시간 금융비서 서비스인 ‘금융봇’도 선보인다. 금융봇은 현금 흐름 정보, 투자 현황, 금융정보 등 금융 관련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고객을 이해한다. 이렇게 분석한 정보를 바탕으로 카카오는 실시간 카카오톡 기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뱅크 금융봇 서비스

▲카카오뱅크 금융봇 서비스

카카오는 오픈 API 기반의 핀테크 오픈 플랫폼도 구축할 예정이다.플랫폼 구축이 완료되면 외부 핀테크 기업과 연계해 자산운용, P2P, 크라우드펀딩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은 IBM, 오라클에서 개발한 고가 사용 패키지를 통해 금융 시스템 환경을 구축했다. 카카오는 오픈소스 기반 저가 패키지와 일반 시스템으로 대규모 분산처리를 통해 자사의 오프소스 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한 IT 시스템을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리눅스 기반으로 X86 프로세서를 탑재한 범용 서버를 연결해 금융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카카오뱅크 예상 금융 시스템

▲카카오뱅크 예상 금융 시스템

보안도 신경썼다. 카카오는 KB국민은행 기존 은행 시스템에 카카오가 보유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더해 부정방지시스템(FDS)을 구축할 예정이다.

케이뱅크 역시 본 인가를 위한 인력구성 및 영업시설, 전산체계 등 물적설비 구축 작업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KT, 우리은행, 현대증권, GS리테일, 한화생명보험, KG이니시스, KG모빌리언스, 다날, 포스코ICT, 한국관광공사, 얍컴퍼니, 뱅크웨어글로벌, 모바일리더, 이지웰페어, 브리지텍, 한국정보통신, 인포바인, 헬로우월드, 알리페이홀딩스, 스마일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등 총 21개사가 공동발기인으로 참여했다. 케이뱅크 납입자본금은 2,500억원이다.

KT는 채널, 고객이해, 상품과 서비스, 프로세스 부문 등 크게 4개 영역으로 혁신 영역을 나누고 16개 사업모델을 제시했다. 우선 오픈 API 뱅킹과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원스톱 SOHO 금융 플랫폼으로 다양한 외부접점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채널 플랫폼을 선보일 예정이다. API 연계를 통해 케이뱅크 플랫폼 안에서 다른 온라인·모바일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고, 소셜펀딩을 유치할 수 있는 플랫폼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서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 서비스도 마련했다. KT는 개인신용평가사(CB),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정보에 통신과 결제 등 정보를 추가해 중위 등급 고객의 위험도까지 정교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신용평가 모형을 운용할 계획이다.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 자동심사로 기존 은행 대비 승인구간을 넓혀 서민 근로자를 대상으로 합리적인 대출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아파트 담보대출, 여행자보험 등 고객 요구에 맞는 금융상품을 적시에 추천하는 ‘니즈기반 적시 금융상품 오퍼링’ 기능도 선보일 예정이다.

▲빅데이터 기반 케이뱅크 신용평가 모형 예상도

▲빅데이터 기반 케이뱅크 신용평가 모형 예상도

케이뱅크는 카카오와 달리 이미 검증된 시스템을 구축해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케이뱅크는 IBM, HP 등이 공급하는 중대형 컴퓨터 위에서 유닉스 기반으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국내 대부분의 은행은 유닉스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유닉스 기반 시스템은 안정성이 높지만, 운영 비용은 다소 비싼 편이다. 케이뱅크는 여기에 뱅크웨어글로벌이라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의 코어뱅킹 솔루션을 탑재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케이뱅크는 비용이 조금 높더라도 최대한 안정적인 환경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케이뱅크는 KT와 알리바바가 갖고 있는 부정방지시스템(FDS)을 기반으로 우리은행과 한화생명보험이 갖고 있는 기술을 더해 안정성을 한층 높였다.

▲편의점에서도 K뱅크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편의점에서도 K뱅크를 이용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

이런 금융 서비스 위에서 케이뱅크는 단순하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계좌번호 없이 휴대폰 번호, e메일 기반 간편 송금 기능인 ‘심플 뱅킹’, IPTV 가입자와 모바일 가입자 등 다양한 모집채널 및 컨소시엄 자산을 활용해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와 생활 편의를 결합한 ‘디지털 이자’ 예금도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 더해 GS25 편의점 채널을 이용한 ‘편의점 뱅킹’, 알고리즘 바탕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관리하는 ‘로보 어드바이저’ 기능도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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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zziene@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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