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스포럼] “왜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냐고요?”

가 +
가 -

‘디지털 시대 저널리즘의 혁신.’ 이렇게 네 단어를 붙이고 나니 지나치게 고루한 느낌이 납니다. 이 주제를 둘러싼 논의가 공회전한 지 꽤 됐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언론사에서 몇몇 기자가 열심히 노력하곤 있지만, 그래서 근본적으로 혁신할 수 있냐는 질문이 던져지면 대부분의 결론은 ‘그래 우린 안 될 거야’로 끝나곤 합니다. ‘뭐 다 듣기 좋고, 괜찮아 보이는데 그래서 우리 신문사에서 할 수 있는 게 뭐야’로 귀결되면 ‘답이 없다’는 한숨만 돌아올 뿐입니다.

기성 미디어는 현재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전히 지면 광고가 강력합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고 해서 여러 가지 콘텐츠를 만들어는 보지만, 돈이 되진 않습니다. 돈이 되지 않는 영역에 힘이 실리기란 참 어렵습니다. 기성 미디어가 빠르게 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많은 논란이 있긴 하지만, 언론의 혁신이 <버즈피드>, <바이스>, <MIC>등의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이라고 본다면 한국에서도 아예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을 바라는 게 저널리즘 혁신으로 가는 좀 더 가능성이 높은 길일지도 모릅니다. 논의의 초점을 미디어 스타트업에 두고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난 5월13일, <블로터>는 조소담 <비트니스> 대표와 함께 ‘나는 왜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는가’를 주제로 플러스포럼을 열었습니다. 왜 미디어 스타트업인지, 미디어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항목은 무엇인지 대해 함께 고민을 나눴습니다.

vviteness (1)

조소담 <비트니스> 대표(사진 = 조소담)

변화하는 환경, 누구나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

<비트니스>는 지난해 ‘SDF 미디어 챌린지’를 계기로 탄생했습니다. 어떤 사건이 있을 때, 기자와 목격자의 시각이 만나 현장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플랫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 대상을 받았습니다. 비트니스의 아이디어는 목격자들이 어떤 사건에 관련해 찍은 사진의 장소와 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묶어내 스토리를 이루는 형식입니다.

현재 비트니스 팀은 지금은 ‘페이스’라는 영상뉴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현장 저널리즘의 아이디어를 좀 더 보완하는 ‘레드테이프’라는 서비스도 만들어나가는 중입니다.

“PD를 준비하는 아는 언니가 있었어요. 이 언니가 <SBS>에 지원했는데 그때 한 명만 뽑고 나머지는 다 떨어진 거예요. 900명 중에 2등이면 기성 언론에 못 들어가는 거죠. 충분히 역량 있는 친구가 있고 실제로 해 보고 싶어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친구들이 있다는 건 새로운 환경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소담 대표도 원래는 언론사에 들어가기 위한 공채를 준비했습니다. 기자가 돼 기사를 쓰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여러가지 환경을 고려했을 때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도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SNS의 힘이 증가하면서 한 개인의 영향력이 기성 미디어를 넘을 수도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1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만화가 이주용의 팔로워는 82만명입니다. 기존 언론사는 정말 많아 봐야 10만~30만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라면 900명 중에 2등을 한 친구도 자신의 페이지를 열어서 목소리를 전할 수 있습니다. 굳이 기성 언론의 문법에 따르지 않아도 됩니다. 변화하는 시대에는 역량만 잘 쌓으면 굳이 언론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vviteness (4)

사진 = 조소담

넥스트 미디어에 관한 몇 가지 힌트 : ① 카테고리

“네이버 뉴스에 들어가면 속보, 정치, 사회, 생활문화 이런 식으로 보이잖아요. 이게 딱 전통적인, 모든 대중을 위한 체제인 거고, 기성 언론에서 사용하던 카테고리인 거죠. 카테고리도 달라져야 합니다.”

조소담 대표는 “새로운 미디어는 아주 작은 단위에서 독자를 중심으로 하는 서비스처럼 변해간다”라며 “이렇게 쪼개지는 게 앞으로 볼 수 있는 그림이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소담 대표는 해외 미디어가 독자를 중심으로 카테고리를 구성한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vviteness (3)

<먼치스> 홈페이지 갈무리

<먼치스>는 <바이스> 서브 브랜드 중 음식만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미디어입니다. 섹션을 보면 ‘먹다’, ‘마시다’, ‘생각하다’, ‘만들다’로 나뉘어 있습니다. 음식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이렇게 세분화가 됩니다. <바이스>의 또 다른 채널인 <브로들리>는 여성들을 위한 미디어입니다. 여기도 ‘섹스’, ‘마약’, ‘정치’, ‘문화’, ‘별자리’라는 분류가 있습니다. 조소담 대표는 “이렇게도 독자가 관심 가지는 분야를 커버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vviteness (2)

<나우디스> 홈페이지 갈무리

넥스트 미디어에 관한 몇 가지 힌트 : ② 플랫폼

“’어디서 뉴스를 소비할까’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합니다. 8시 뉴스 시작한다고 사람들이 방에 앉아서 보는 게 아니고, 식탁에 앉아서 신문을 보는 것도 아니니까요.”

바뀐 환경에서 독자가 뉴스를 어떻게 소비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조소담 대표는 “독자가 어떻게 뉴스를 볼지 생각하는 게 플랫폼 활용과 이어진다”라며 “(뉴스를) ‘보러오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배달해줘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vviteness (2)

플러스포럼 현장

조소담 대표는 <나우디스><AJ+>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나우디스>는 홈페이지에서 기사를 볼 수 없습니다. 그저 각 소셜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버튼만 뒀습니다. 독자가 홈페이지로 찾아오는 게 아니라 독자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겠다는 겁니다. <AJ+>도 기본적으로는 소셜 버튼이 가장 위쪽에 있고 아래쪽에서는 기획 동영상 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시작하며 고민해야 할 5가지

1. 팀 빌딩

조소담 대표는 “관심 따라 다니다 보면 팀이 생긴다”라고 말했습니다. 조소담 대표는 <미스핏츠>라는 20대 미디어, 국정화 반대 SNS 서명을 기획했던 ‘히스토리사인’ 등의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팀원을 만났습니다.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모였기 때문에 시너지가 높습니다.

2. 콘텐츠

비트니스의 영상브랜드 ‘페이스’에서는 독자를 ‘뉴노멀’이라고 정의합니다. 뉴노멀은 사회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 22~30세의 밀레니얼 세대를 지칭합니다. ‘페이스’의 카테고리는 ‘뉴노멀’을 생각합니다. ‘정의’, ‘리얼 퓨처’, ‘컬처 & 크리에이티브’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콘텐츠 포맷은 유통 채널이 페이스북이라는 걸 고려합니다. 정방형으로 만들고, 소리를 듣지 않는 모바일에서의 동영상 재생을 상정해 자막도 크게 넣습니다. 조소담 대표는 “‘인터뷰 영상에서 자막 배치를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을 고민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비트니스 팀은 사무실 벽에 독자의 취향, 경험 등이 어떨지를 상상하면서 사진을 붙이거나 그림을 그려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독자가 어떤 사람일지, 어떤 이슈에 민감할지, 어떻게 반응할지를 팀원들과 함께 고민합니다. 독자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며 콘텐츠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3. 독자

“독자 모델을 그려놓고 독자에 대해 생각해요. 예컨대 직장인이라면 ‘이 사람은 언제 출근할까, 점심은 언제 먹을까, 점심 먹고 돌아오면 그때쯤 기사를 읽지 않을까’ 하는 거죠. 그냥 아이템 위주로 기사를 고르면 내 위주가 됩니다. 독자와의 관련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4. 유통채널

조소담 대표는 “단순히 유통채널에 뿌리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독자가 콘텐츠를 소비할 때 ‘네트워크 소비’를 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콘텐츠가 ‘왜 이야기할만한 소재인가?’를 생각하게 하고, 독자가 본인을 콘텐츠에 관여시켜서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5. 수익모델

수익모델은 참 어려운 숙제입니다. 조소담 대표는 “수익모델은 건너뛰고 싶다”고 운을 띄우면서도 “사실 ‘지금의 수익모델과 엄청나게 달라질 수 있나?’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광고를 중심으로 하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는 의미입니다. 조소담 대표는 “독자를 확실하게 잡고 나면 그게 수익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브랜디드 콘텐츠도 그런 관점이 좀 더 강화된 게 아닐까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vviteness (1)

사진 = 조소담

가치관과 정체성, 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언론

“10년 후에 내 가치관과 정체성, 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언론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없는 것 같아요. 지금 보는 언론을 다 끊어도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한국에는 한 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체성, 태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미디어가 없습니다.”

이런저런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미디어 스타트업을 새로 꾸려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조소담 대표가 미디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이유는 ‘지금 한국에는 없는, 하지만 독자에게 필요한’ 언론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조소담 대표는 “‘가치관, 태도, 정체성 형성에 도움이 되는 언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