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이 영웅 될 수 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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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을 전문으로 육성하는 기관입니다. 초기단계의 기업에 시드머니를 공급하고, 공간이나 멘토링, 네트워킹 등을 제공합니다. 이름 그래도 성장을 가속(acceleration)한다는 의미입니다.

그 중에서도 와이컴비네이터와 테크스타즈는 특히 손꼽히는 액셀러레이터입니다. 각각 에어비앤비와 우버를 탄생하는 바탕이 되기도 했는데요.

한국에도 와이컴비네이터와 테크스타즈를 모두 거친 기업가가 있습니다. 실시간 채팅 솔루션을 제공하는 센드버드의 김동신 대표입니다. 김동신 대표는 센드버드 이전에 파프리카랩이라는 소셜 게임회사를 창업해 일본 상장사인 그리(GREE)에 매각한 경험도 있는데요,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에 사무실을 차리고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새로운 도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김동신 대표를 만나 사업하는 사람으로서 한국과 미국의 환경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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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우드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김동신 대표. 같은 티셔츠가 여러 벌 있다고 한다.(사진 = 한겨레21 이완)

왜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하겠다고 생각했나.

= 살면서 메이저리그 한 번 뛰어봐야 하지 않겠나? 해 보고 후회하는 게 안 해보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 (미국에서)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았다.

– 액셀러레이터 경험은 미국에서 스타트업을 하는 데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 네이버에서 일했다, 서울대 나왔다, 카이스트 나왔다 그런 말은 미국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게다가 돈도 못 버는 상태에서 구직하고 있다? 그럼 노숙자랑 다를 게 없다. 와이컴비네이터를 나왔다는 건 그런 상태를 단축해 준다. ‘오…와이컴비네이터 나왔어?’가 된다. 인정받을 수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을 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한국과 다른가.

= 스타트업을 할 때 가지는 내적 동기나 열정 같은 건 비슷하다. 다만 문화·제도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실리콘밸리는 이민자들이 세운 도시나 다름없다. 사람들의 문화적인 배경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서로 문화적인 배경을 공유할 때나 가능한 맥락 파악, 눈치, 짐작 같은 방법이 통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명확하게 상황을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문화적 다양성이 효율적인 의사소통문화를 가지고 온다. e메일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e메일을 쓸 때는 안부, 건강, 날씨 등 불필요한 내용을 넣어야 하지만, 미국에서는 한 스크롤 안에 e메일의 핵심적인 내용이 다 담겨야 한다. 간결하고 명확해야 한다.

미팅도 마찬가지다. 여기는 시간에 대한 존중이 있다. 기본 30분 혹은 15분 단위로 미팅을 잡는다. 만약 일로 만났는데 서로 안부나 물으면서 시간을 소비하면 ‘내 귀중한 시간을 왜 소중히 여기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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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

=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나 언론은 독특함에 주목한다. 특히 언론의 차이가 도드라진다. 큰 기업의 소식은 모두가 쓰기 때문에 간단하게 처리하고 넘어간다. 스타트업 소식은 반대다. 스타트업 기사를 보면 공부하고 쓴 느낌이 확실히 난다. ‘넥스트 페이스북이 뭘까’ 고민하고 찾아보려고 한다. 한국은 투자규모 등 당장 성공 여부에 주목한다. 직원은 몇 명인지, 매출은 얼마인지, 그런 이야기를 한다.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은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다. ‘똑똑하면 당연히 스타트업에 스카우트 된다’는 인식이 있다. 큰 기업과 스타트업이 대등한 관계에서 파트너십을 맺는다. 그러나 한국에선 스타트업을 외주업체쯤으로 생각한다. 하청을 준다는 심리다. 한국에서 당장 의사가 되겠다는 친구들, 삼성에 가겠다는 친구들을 동시에 설득해서 스타트업에 가게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교육체계의 차이고, 문화의 차이가 이런 결과를 만든다.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 엑싯(Exit,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로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의 어려움이 꼽히기도 한다. 그리고 그 원인으로는 대기업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작은 기업이 쓸만한 아이디어를 내면 그냥 베껴버린다는 거다.

= 실리적인 문제도 있다. 기업 입장에서 베껴도 문제없이 잘 될 것 같으면 뭐하러 비싼 돈 들어서 기업을 사겠나. 그런데 이것도 결국 문화적인 차이에서 기인한다. 한국은 소비자들부터 무조건 큰 회사의 검증된 물품을 쓰려고 한다. 미국은 언더독(열세이거나 약한 쪽)을 지지하는 문화가 있다. 유니크함을 존중한다. 조그만 회사의 물건을 쓰면서 ‘이 회사가 이런저런 가치가 있는 회사야’라고 자랑하려는 태도가 있다. 테슬라도 비슷하다. 돈이 많은 친구들이 테슬라를 타면서 ‘내가 이렇게 환경을 생각해’라는 느낌을 주고 싶어한다.

좀 더 가치를 생각하는 문화라는 뜻인가.

= 할리우드 영화를 보면 만날 아기를 구하다 죽고, 절체절명의 순간인데도 윤리적인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들이 나온다. 오그라든다. 낯간지럽다. 하지만 그런 근본적인 사회의 가치, 정의가 미디어나 정치권을 통해 끊임없이 환기된다. 구성원들도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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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가치와 정의를 이야기하려면 구성원 간에 토론이 필요하다. 토론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핵심이다. 그리고 다양성을 위해서는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한국은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효율만 추구했다. 효과를 생각하고 효율을 추구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효율만 추구하면 사회가 다수에 의해 돌아간다. 소수자에 대한 존중이 없다.

사회의 리더는 약자의 편, 소수자의 편에 서야 한다. 물론 약자나 소수자가 틀릴 수 있다. 그러나 약자는 옳았을 때도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설사 약자가 틀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대변해야 한다. 회사도 똑같다. 회사에 신입이 들어와서 무척 이상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하자. 그때 ‘니가 아직 몰라서 그래’라고 말하면 안 된다. 힘을 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