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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파일교환 넘어 아카이브를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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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스토리지는 P2P에 위협적인 존재였다. 기존 웹하드를 단숨에 대체하고 파일 공유 시스템의 전면에 등장했다. 웹하드에 비해 월등하게 저렴한 이용료, 빠른 속도, 대용량은 기존의 웹하드뿐 아니라 P2P의 잠재성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구글 드라이브, 드롭박스, 아이클라우드, 네이버 클라우드 등은 이미 시장에서 콘텐츠를 수집하고 축적하며 유통하는 디지털 관문이 된 지 오래다.

최근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에 위기의 신호가 전달됐다. 유럽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데이터 주권과 관련한 정책적·제도적 압박 때문이다. 2015년 유럽 최고 사법부인 유럽재판소는 세이프 하버 협정을 전면 무효화했다. 세이프 하버는 유럽연합과 미국이 맺은 개인 정보공유 협정이다.

이 판결로 미국의 주요 IT 기업들은 유럽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유럽 지역 밖으로 전송할 수 없게 됐다. 다시 말해 유럽 사용자가 미국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생산한 수많은 데이터의 흔적들을 미국에 존재하는 데이터센터로 전송, 동기화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 사법재판소의 판결로 미국의 IT 기업들은 불가피하게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이 판결에 따라 2016년 1월부터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무한대의 데이터를 수집, 축적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던 미국의 대형 IT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유럽에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상황이다. 2016년 2월 새로운 세이프 하버 협정을 체결하면서 일단 숨통은 튼 상태다.

드롭박스의 p2p 교환 방식

드롭박스 특허 문서에 기재된 P2P 분산형 파일 교환 방식.

드롭박스 특허 문서에 기재된 P2P 분산형 파일 교환 방식.(이미지 : Endahl, J., Mityagin, A. (2015))

드롭박스의 P2P 동기화 기술 특허는 유럽에서 비롯된 ‘데이터 주권’ 보호 움직임에 따라 탄생한 기술적 결과물은 아니다. 이 기술의 1차 목적은 보안을 강화하고 파일의 교환 속도를 향상시키는 데 있지만,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데이터센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데 기여할 수도 있다. 물론 드롭박스는 후자에 대해선 직접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P2P 동기화 특허는 P2P 기술의 장점인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서도 다양한 콘텐츠 파일을 수많은 기기와 교환, 공유할 수 있다. 기존의 P2P 파일 공유 기술이 PC 중심에 머물렀다면 P2P 동기화는 모바일 기기에도 손쉽게 적용될 수 있어 확산의 가능성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동일 파일의 동시 이용 시 발생하는 속도 저하 문제를 비교적 획기적으로 해결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P2P의 대중성을 높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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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롭박스는 이 기술을 ‘P2P 분산 공유 시스템'(P2P Distributed Sharing System)이라 부른다. 기존 P2P 파일 공유 방식이 업로드와 다운로드 방식에 의존했다면, 이 시스템은 온라인 콘텐츠관리시스템(CMS)을 매개로 동기화하는 형태라는 특징이 있다. 비트토런트 프로토콜BitTorrent는 오늘날 인터넷 트래픽 중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프로토콜로서 사용자가 인터넷을 이용해 자료를 내려받을 경우 기존의 서버-클라이언트 방식이 아닌, 클라이언트-클라이언트 방식의 P2P 방식을 사용하는 프로토콜이다. 이러한 P2P 방식을 이용해 자료를 공유하면 공유하는 사용자가 많을수록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는 특징을 가진다(Netmanias, 2011.5.10). close 기반의 파일교환 서비스인 ‘비트토런트 싱크‘와 유사한 방식이다. 두 서비스는 경쟁 관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드롭박스에 P2P 동기화 기술이 적용될 경우 클라우드 시스템 중심으로 재편돼 온 파일 공유, 콘텐츠 축적 시스템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데이터 주권에 대한 논의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환경과 만나게 된다면 더욱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P2P 교환의 디지털 아카이브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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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P 방식의 파일 교환 구조.(사진 출처 : Netmanias)

디지털 아카이브는 디지털 콘텐츠를 수집, 생산, 서비스, 보존, 전시하는 일련의 행위이자 과정이다. 기존 물리적 저장소를 의미하는 아카이브와 달리 개인의 관여도가 폭넓게 인정되는 속성이 있다. 국가기관이나 특정 전문가만이 수집, 생산, 보전, 전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디지털 아카이브는 개인들의 참여와 디지털 코드의 구성만으로 동일 행위가 가능해진다.

디지털 아카이브도 층위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백앤드 시스템의 분산 여부에 따라 중앙집중형 아카이브와 분산형 아카이브로 나누는 것이 가능하다(Kostakis, V., & Bauwens, M.,2014). 두 시스템은 사용자 인터페이스 층위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배열 권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방적 디지털 아카이브라는 속성을 갖는다.

하지만 보전의 관점에서 접근하면 차이를 드러내게 된다. 백앤드 시스템이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되는 중앙집중형 아카이브는 비용 구조에 의존적이다. 막대한 비용을 유발하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리, 데이터 조직화 프로세스는 그 반대 급부에 해당하는 이윤의 축적 없이는 장기 지속적이지 않다. 반면 P2P 분산 아카이브는 저장 공간의 분산, 파편화가 더 세밀하게 이뤄짐으로써 자료의 유실 가능성을 낮춘다. 장기적 관점에서 보존의 지속성은 중앙집중형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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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아카이브는 보존 공간의 물리적 위치에 따라 다양한 제약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 주권에 따른 이동과 전송의 제한이 그 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센터라는 물리적 공간의 존재는 관리의 비용을 증가시키며 필연적으로 상업화의 가능성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상업적 이해와 부합하지 않을 경우 보존된 자료는 얼마든지 삭제되거나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

단적인 예로 다음 클라우드 서비스는 백업 기간을 장기간 제공하긴 했지만 개인들의 아카이브 공간이 서비스 제공업체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비의도적으로 상실된 사례에 해당한다. 이미 웹이라는 공간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디지털 아카이브들이 이와 유사한 운명을 겪은 바 있다.

전시와 배열 결과에 대한 접근의 한계

P2P는 기록물의 전시를 위해 기획된 기술이 아니다. 그것이 냅스터 방식이든 그누텔라 방식이든,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고려한 설계는 취약한 것이 특징이다. 타이틀 검색을 지원하는 최근의 P2P 기술에 UI를 고려한 요소들이 존재하지만,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자랑하는 기관 중심의 디지털 아카이브에 비하면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P2P 분산 아카이브는 현재까지 배열의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경향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P2P 기술이 드롭박스처럼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에 직접 적용되기 시작한다면 사용자들의 접근권과 이용을 고려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편은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 있다. 전시, 배열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해서 디지털 아카이브로서의 속성 자체까지 무시될 이유는 없다.

※ 참고 자료

  • Endahl, J., Mityagin, A. (2015). SECURE PEER-TO-PEER DATA SYCHRONIZATION. US Patent 20150358297. to DROPBOX, INC.
  • Kostakis, V., & Bauwens, M. (2014). Network society and future scenarios for a collaborative economy. Palgrave Macmillan.
  • Netmanias. BitTorrent 프로토콜의 동작원리. 2011.5.10.
  • Netmanias. BitTorrent로 대표되는 P2P의 장단점. 201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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