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에 의한, 밀레니얼을 위한 미디어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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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랜드 폴은 2013년 의회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항의하는 13시간의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일주일 뒤 한 언론매체에 “나는 밀레니얼 세대를 보호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했다(I Filibustered to Defend Millennials)”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해서 사회보장제도를 왜 개혁해야 하며, 미국의 국제분쟁 개입을 왜 중단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지금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왜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당시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던 랜드 폴은 젊은 유권자들의 지지가 필요했는데 그런 그가 선택한 매체는 <워싱턴포스트>도, <뉴욕타임스>도 아닌, <폴리시마이크>(PolicyMic: 후에 Mic로 개명)라는, 생긴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인터넷 매체였다.

폴 상원의원의 필리버스터는 큰 뉴스였기 때문에 그가 기고하겠다고 하면 어떤 유명 매체라도 흔쾌히 실어주었을 분위기에서 자신의 원고를 굳이 신생 매체에 기고한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그 글은 밀레니얼 세대들을 대상으로 했고, 그 세대 독자들(의 눈)을 가장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매체가 <마이크>였기 때문이다.

이용자 73%가 35세 미만

마이크

미국에서는 최대 노동인구 집단으로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뉴스 매체들이 생겨나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마이크>는 대표적 밀레니얼 매체라 할 수 있다.

흔히 ‘밀레니얼 세대에 의한,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뉴스 매체로 알려져 있는 <마이크>는 2011년, 뉴욕 출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크리스 알첵과 제이크 호로위츠라는 20대 청년 두 명이 만든 인터넷 뉴스 매체이다. 넷스케이프의 창업자인 짐 클라크 등 유명 투자자들의 지원을 받아 작년까지 1,700만 달러(한화 약 2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매달 1,900만 명의 방문자를 끌어오고 있는데, 그중 73%가 35세 미만, 즉 밀레니얼 세대이다.

엑스 세대 후에 등장한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부터 2000년 사이에 태어난 18~34세의 인구집단을 가리킨다. 전 세계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기에 사회에 진출하게 된 불운한 세대인 동시에 이전 세대들에 비해서 훨씬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세대이다. 하지만 그들의 진보 성향은 엑스 세대와는 조금 달라서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는 더 진보적인 반면, 사회보장제도와 같은 재정적인 문제에 관해서는 오히려 중도에 가까운데, 이는 노년층의 복지를 부담해야 하지만 취업은 되지 않는 그들의 이중고를 반영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블로터아카데미

기존의 진보적인 언론 매체가 그들의 관심사를 그들의 시각에서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밀레니얼들의 주장에는 그와 같은 배경이 있고, 랜드 폴 상원의원의 기고도 바로 그러한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겨냥해 표를 얻으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기존 매체들이 채워주지 못하는 밀레니얼 세대의 요구는 정치적 이슈만이 아니다. <마이크>의 경쟁 매체인 <오지>(Ozy)의 창립자 칼로스 왓슨은 “밀레니얼 세대는 가볍고 재미있는 웹 비디오만이 아니라 세련된 디자인, 개성 있는 기사체도 원한다”면서, 보는 순간 웃음이 나오는 그런 재치 있는 헤드라인 역시 중요하다고 말한다. 궁극적으로 넷플릭스, 스포티파이(Spotify), 와비파커(Warby Parker), 판도라(Pandora) 등이 노리는 잠재적 고객층과 다르지 않다.

밀레니얼 세대 시장을 노리는 매체는 이미 많이 등장했다. 지난 호에 소개된 <바이스>(Vice)를 비롯해 <버즈피드>, <업워디> (Upworthy), <보커티브>(Vocativ), <오지> 등이 경쟁하고 있고, 그중 <버즈피드>와 <바이스>, <마이크>가 18~34세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매체들이 시장으로 생각하는 영어권, 특히 미국에서는 이미 밀레니얼 세대가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말에 태어난) 엑스 세대를 밀어내고 최대의 노동인구 집단으로 떠올랐다는 것을 생각하면 큰손 투자자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한 뉴스 매체에 주목하는 이유를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밀레니얼 위한 진지한 뉴스 사이트

jake and chris

공동 설립자 제이크 호로위츠(왼쪽)와 크리스 알첵. 크리스 알첵은 “8,000만 명의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 대학에 간 4,000만 명을 독자로 설정해 그들이 원하는 (뉴스의) 맥락을 제공한다”고 서비스의 목표를 밝힌 바 있다. / 사진 출처: 비즈니스 인사이더

하지만 그 매체들이 모두 동일한 독자층을 겨냥하는 것은 아니다. <버즈피드>와 바이스가 가벼운 재미 위주의 소식들을 위주로 독자층을 확보한 후 진지한 뉴스로 영역을 확대했다면, <마이크>는 처음부터 진지한 뉴스 사이트를 표방했다. 2014년에 이름을 ‘폴리시<마이크>’에서 ‘<마이크>’로 줄이고, 정치를 다루는 폴리시 외에도 테크, 아트, 뮤직, 스타일, 푸드 등 하위 섹션 11개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공동 설립자 크리스 알첵은 “8,000만 명의 밀레니얼 세대 중에서 대학에 간 4,000만 명을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마이크>의) 독자들은 똑똑하지만 모든 주제에 전문가들은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독자들을 낮춰보는 대신 그들이 원하는 (뉴스의) 맥락을 제공 한다”고 서비스의 목표를 밝힌 바 있다.

그런 방향성에는 설립자들의 성향과 관심사도 중요한 몫을 한다. 제이크 호로위츠는 스탠퍼드에서 중동 지역 역사를 전공한 후 베이루트에 위치한 한 싱크탱크에서 일했고, 진보적인 어젠다를 청원하는 체인지닷오알지(Change.org)에 글을 쓰기도 했다. 반면 진보적인 호로위츠와 달리 알첵은 부시 대통령 시절에 백악관에서 인턴을 하고 골드만삭스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중도보수의 성향인데, 이들이 각종 이슈를 둘러싸고 벌이는 활발한 토론은 <마이크>가 젊은 독자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바이기도 하다.

<마이크>는 또한 독자층의 몰입도를 측정하기 위해 공유, 소비 시간 등 다양한 플랫폼 측정 사항(metric)들 외에도 ‘임팩트(Impact)’라는 새로운 몰입도 측정 방법을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다. 독자들이 특정 기사에 머문 시간과 공유 횟수 등 기존의 측정 방법에 기사별 질의응답을 통해 만족도를 조사하고, 그 만족도 조사의 결과와 다른 측정치를 비교해서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며, 불일치가 발생할 경우 진정한 ‘임팩트 지수’를 찾아낼 때까지 추가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의미 있고 몰입도가 높은 독자들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이다.

애초에 <마이크>는 좀 더 활발한 독자 참여를 위해 레딧(Reddit) 스타일의 댓글 시스템을 두어 좋은 댓글에는 다른 독자들이 일종의 ‘좋아요’ 같은 ‘<마이크>’라는 포인트를 주게 하고, <마이크> 포인트를 많이 받을수록 더 많은 댓글을 쓸 권한을 주기도 했으나 2014년 말에는 댓글 기능을 없앴다. <마이크> 웹 사이트에 달리는 댓글보다 <마이크>의 기사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에 소개됐을 때 그곳에 달리는 댓글이 “더 생산적이고 더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댓글을 관리하는 데 드는 인력과 비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마이크>의 공식 블로 그가 내놓은 설명이었다.

사실 초기부터 <마이크> 독자 유입의 절반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였다. 따라서 <마이크>는 소셜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자사 기사 트래픽을 모니터링하는 것은 물론, 경쟁 매체들이 올리는 기사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끌어들이는 트래픽도 빠짐없이 챙기면서 어떤 이슈가 ‘트렌딩’ 중인지 확인하는 작업도 빼놓지 않고 있다. 그런 노력 외에도 <마이크>는 모든 기사를 인스턴트 아티클로 페이스북에 공급하고 있으며, 구글의 가속 모바일 웹페이지(AMP)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디오 큐레이션 서비스인 하이퍼(Hyper)를 인수하여 <마이크> 서비스와는 별도의 브랜드로 유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차별화된 광고 영업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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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는 진지한 뉴스를 다룰 뿐 아니라 아트, 스타일, 뮤직 등 다양한 분야의 뉴스도 서비스한다. 푸드 섹션의 경우 스폰서(맥도널드) 표시가 붙어 있기도 하다. / 사진 출처: <마이크> 홈페이지

<마이크>는 이미 2014년부터 배너 같은 디스플레이 광고를 완전히 포기하고 네이티브 광고, 혹은 브랜디드(branded) 광고로 돌아섰다. 20대들은 웹 사이 트나 모바일에서 배너를 보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이크>는 스토리텔링을 통한 광고를 진행하기 위해 작가와 에디터를 대거 고용했고, 섹션에 따라서는 해당 업종의 기업이 스폰서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마이크>의 새로운 시도와 도전이 성공할 것인지는 기존 매체들의 큰 관심사이기도 하다. 지난 3월 <뉴욕타임스>는 <마이크>의 직장 문화를 집중 조명한 ‘밀레니얼들이 회사를 운영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What Happens When Millennials Run the Workplace?)’라는 기사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권리만을 주장하고 책임감은 없으며, 사생활과 회사생활에 명확한 선을 긋지 못한다’는 이미지가 과연 맞는지 살펴보기도 했다. 20대들이 모여서 만든 회사가 가진 직장 문화의 다소 부정적인 면이 부각된 그 기사는 <뉴욕타임스>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더욱 주목을 받았고, 밀레니얼 세대의 직업윤리는 물론, 그들을 대상으로 한 뉴스 매체의 미래까지 이야기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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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언론산업에서 (<마이크>에 대해) 던지는 궁극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마이크>가 밀레니얼 세대에 의한(by),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for) 뉴스 서비스인 것은 맞지만, 과연 밀레니얼 세대의(of) 매체가 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이다. <마이크>와 같은 신생 뉴스 매체들의 실력이 부족해 서라기보다는 기존 매체들의 반격 노력이 눈부시기 때문이다. 가령 <뉴욕타임스>는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으며, 페이스북, 트위터, 스냅챗 등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서 기사를 적극 유통시키고 있고, 애틀랜틱이나 가디언 역시 최근 소셜 네트워크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가 만들었다고 해서 밀레니얼 세대를 묶어 둔다는 보장은 없다. 와이어드의 줄리아 그린버그의 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우리(밀레니얼 세대)가 원하는 건 단순하다. 우리는 다른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정보를 원하고, 좋은 스토리를 원할 뿐이다. 단, 폰에서 볼 수만 있으면 된다.”

참고 문헌

  • Alyson Shotell, ‘How two millennials built a $100 million startup in 4 years and landed an interview with the president’, 2015. 8. 29., http://www.businessinsider.com/mic-founding-storyvaluation-revenue-growth-2015-8 (accessed 2016. 5)
  • Julia Greenberg, ‘Stop With the Millennial Niche News Sites Already’, 2015. 6. 8,, http://www.wired.com/2015/06/stopmillennial-niche-news-sites-already/ (accessed 2016. 5)
  • Lucia Moses, How well are millennial news sites reaching their target demo? 2009. 9. 11 http://digiday.com/publishers/ millennial-news-sites-really-attracting-millennials/ (accessed 2016. 5)
  • Ben Widdicombe, What Happens When Millennials Run the Workplace?’, 2016. 3. 19., http://www.nytimes. com/2016/03/20/fashion/millennials-mic-workplace.html (accessed 2016. 5)
  • Caterina Visco, ‘Inside Mic’s strategy to reach millennials,’ 2016. 3.31., http://www.globaleditorsnetwork.org/press-room/ news/2016/03/cory-haik-interview/ (access 2016. 5)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매월 발간하는 ‘신문과방송’ 6월호에 게시된 글입니다. 원제는 ‘주목! 청년 세대의 진지하고 새로운 매체 실험’입니다. 원고의 저자는 박상현 리틀베이클라우드 이사입니다. <블로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콘텐츠 제휴를 맺고 동시 게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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