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 탐사보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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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는 지난 5월19일(캘리포니아 현지시간) <한겨레21>과 함께 캘리포니아 탐사보도센터(The Center for Investigative Reporting, 이하 탐사보도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탐사보도센터는 라디오 콘텐츠를 위주로 만들어 보도하는 탐사보도 전문 비영리 매체입니다. 탐사보도센터를 방문해 탐사보도 매체로서의 고민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노력을 들어봤습니다. 기사는 총 3편으로 구성됩니다. ‘디지털 시대, 탐사보도의 길’에서는 페르난도 디아즈 시니어 에디터(Fernando Diaz, Senior Editor)에게 탐사보도 매체가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나가는 법을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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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디아즈 시니어 에디터

버즈피드와 저널리즘

– 디지털 시대에는 <버즈피드> 류의 매체가 대세다. 버즈피드를 두고 ‘저널리즘이 아니다’ 라든지, ‘저널리즘을 헤친다’는 평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버즈피드>는 뉴스 매체가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가 아니다. 기술 기반 기업이 뉴스매체를 만든 거다. 그런 기업들은 굉장히 인프라 플랫폼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다. 독자 관여도가 무척 높다. 사용자가 어떻게 콘텐츠를 소비하는지를 잘 이해하고 있다.

<버즈피드>도 탐사보도를 한다. <버즈피드>를 보는 사람들이 1천만명이라고 하자. 그럼 그 중 10만명 정도는 얼떨결에라도 탐사보도 기사를 본다. <버즈피드>가 고양이 기사를 많이 쓰든 어쨌든, 그걸로 번 돈을 사회에 필요한 뉴스를 만드는 데 투자한다. <버즈피드>는 기자 입장에서 내가 시간을 투자해서 쓴 좋은 기사를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영향력이 기존 매체에 비교했을 때 전혀 부족하지 않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만들고 콘텐츠를 채워 넣는다고 생각해보라. 당연히 인재들이 가고 싶은 매체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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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버즈피드 홈페이지 갈무리

– 그렇지만 <버즈피드>로 인해 스낵 콘텐츠가 강해지지 않았나? 저널리즘 전반을 봤을 때는 악영향이 아닌가?

= 보통 사람들은 사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 같은 기자들이 뉴스를 만드는 이유는 1%의 사람을 위해서다. 많이 잡아서 10%라고 해도 해당 이슈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뉴스를 접할 수 있게만 만들 수 있다면 되는 거다.

탐사보도와 디지털

– 디지털 시대는 속보의 시대다. 단독이나 특종을 놓칠 염려는 없나?

= 항상 한다. 하지만 코끼리는 훔칠 수 없다. 다른 매체가 먼저 해당 이슈로 기사를 내더라도, 우리가 여태까지 준비했던 만큼의 기사를 만들 수는 없다.

– 탐사보도에 디지털 기술을 많이 활용하라고도 하는데.

= 우선 디지털 이야기를 하기 전에 꼭 필요한 게 있다. 직접 사람을 만나 얻을 수 있는 스토리, 신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면서 찾는 정보를 디지털이 대체할 수는 없다. 이 2가지가 꼭 있어야 좋은 스토리가 나온다. 세 번째가 기술이다.

기술을 잘 활용하면 좋다. 하지만 그런 기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우리 같은 기자들은 활용이 좀 어렵다. 예컨대 파나마 페이퍼스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폭로한 파나마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가 보유한 약 1150만건의 비밀문서. 전세계의 부유층이 어떻게 조세를 회피했는지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다. 출처 : 위키백과close 관련해서 조사할 때 하나하나 이름을 검색해가며 찾았는데, 어제 몇백개의 단어를 세트로 만들어놓으면 알아서 찾는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았다. 또 그냥 검색하면 안 나오는 것도 구글 검색 도구를 활용하니까 찾을 수 있기도 하다. ‘마약왕’ 엘 차포 관련 기록을 그렇게 찾았다. 이 방법도 어제 알았다.

미리 좀 알았더라면 컴퓨터에 ‘이것 좀 찾아놔라’ 시키고 밖에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올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기술이 발달하면 더 쉽고 빠르게 일을 할 수 있다.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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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페라리

–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시대에도 탐사보도가 생명력을 가져갈 수 있을까?

= 내가 여러분한테 페라리를 한 대 줬다고 하자. 그런데 도로가 돌투성이의 흙길이다. 페라리를 타고 그런 길을 갈 수는 없는 거 아닌가. 주는 사람이든, 받는 사람이든 둘 다 만족스럽지 않은 거다. 선물을 받았는데 쓰지 못하는 셈이다.

우리가 만드는 기사는 페라리다.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플랫폼은 길을 만든다. 하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이 만드는 길은 돌투성이의 흙길이다. 여기를 다닐 수 있는 건 짧은 뉴스, 흥미 위주의 뉴스다. 그럼 우리는 페라리를 만드는 일을 잠시 멈추고, 뉴스를 변형해서 도로에 맞는 뉴스를 만들어야 한다. 동시에 ‘어떻게 하면 도로를 좋게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도 페라리를 몰고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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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탐사보도센터 인터뷰 연재 순서

  1. 탐사보도, 예술과 협업하다
  2. 비영리 매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둥
  3. 디지털 시대, 탐사보도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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