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영국인?’, 구글 트렌드는 그렇게 쓰는 게 아냐

가 +
가 -

구글 트렌드‘는 사용자의 검색을 바탕으로 트렌드를 비교할 수 있는 서비스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를 추적할 수 있고,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아 비교할 수도 있다.

구글 트렌드는 영국의 EU 탈퇴가 여부가 ‘탈퇴’로 결정이 난 이후 영국 구글에서 많이 검색된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어 트위터로 배포했다. 가장 많이 검색된 질문은 ‘EU를 떠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였고, 두 번째로 많이 검색된 질문은 ‘EU가 뭔가’였다. 미국 경제지인 <포춘>은 해당 자료로 기사를 작성하며 “영국인들은 이제서야 EU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라며 “조금 늦다고 생각하지 않나?”라고 비꼬았고, <워싱턴포스트>도 해당 내용을 받아 비슷한 논조로 기사를 썼다. 이 내용은 국내에서도 <중앙일보>를 통해 소개됐다. <중앙일보>도 해당 내용을 인용하면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영국인들은 개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대니 페이지는 미디엄 블로그에 ‘구글 트렌드를 그만 쓰라’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 같은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 글은 <니먼랩>을 통해 소개됐다.

데이터 저널리즘 전문 사이트인 <파이브서티에잇>의 경제부 선임기자 벤 카셀먼은 브렉시트와 구글 트렌드를 연관시켜 분석한 기사의 오류를 지적하기 위해 ‘밋 롬니(2012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가 누구야’라는 질문을 구글 트렌드에 넣어봤다. 해당 질문에 대한 트렌드는 밋 롬니가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 치솟았다. 벤 카셀먼은 “미국인들이 밋 롬니를 떨어트린 후에 그를 미친 듯이 구글에서 검색했다”라며 이번 브렉시트를 둘러싼 일부 언론의 반응을 비꼬았다. 미국의 대선을 두고도 마찬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셈이다.

대니 페이지는 위의 트윗을 인용하며 “정말로 밋 롬니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사람들이 관련 주제를 질문으로 검색하는 습관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What is the EU’라는 질문형식으로 EU에 대한 이슈를 검색하려고 했다고 보는 게 적절한 해석이라는 얘기다.

trend (4)

‘지역 – 영국, 기간 – 지난 7일’의 조건으로 트렌드를 본 결과

trend (2)

‘지역 – 영국, 기간 – 지난 7일’의 조건으로 트렌드를 본 결과

trend (1)

‘지역 – 영국, 기간 – 지난 7일’의 조건으로 트렌드를 본 결과

대니 페이지는 구글 트렌드를 통해 관심도 추이를 살피는 것만으로는 그리 많은 내용을 말할 수 없다는 점도 지적한다. 브렉시트와 관련해 ‘EU’에 대한 관심도가 훌쩍 올랐음을 구글 트렌드를 통해 파악했다고 해도, ‘실제로 그게 몇 명이나 되는지’, ‘EU를 검색한 사람들이 투표는 한 사람인지’, ‘탈퇴파인지 잔류파인지’ 여부는 구글 트렌드만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구글 트렌드를 통해서는 단순히 주제어가 상징하는 이슈가 트렌드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것만으로는 실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는지까지는 유추할 수 없다는 말이다. 구글 트렌드가 보여주는 그래프를 가지고는 기껏해야 ‘EU 탈퇴 여부가 결정나는 시점에 사람들이 EU를 많이 검색했다’는 사실 정도만 알 수 있다.

이번 사례는 데이터를 성급하게 받아들이고 얕게 해석하는 기사가 만들 수 있는 악영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글 트렌드가 내놓은 콘텐츠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한 언론사는 소수의 사람이 정보를 검색할 때 보이는 패턴을 가지고 확대해석해 영국인 전체를 싸잡아 모욕한 셈이다. 대니 페이지는 “구글 트렌드는 흥미로운 도구지만, 제발 사용하기 전에 조금만 찾아보라”라며 “전적으로 의존할 경우 어리석은 결론을 내릴 수 있다”라고 비판했다.

네티즌의견(총 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