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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릴 권리를 드립니다”…데이터 복구의 세계

2016.07.10

예전에 받아둔 영화를 보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침대에 누워서 볼까 하다가, 뭘 먹으면서 보려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노트북에는 외장 하드디스크가 연결된 상태였지만 나는 그걸 기억하지 못했고, 외장 하드디스크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USB는 노트북에서 뽑혀 나갔다. 외장 하드디스크는 곧장 바닥을 향해 떨어졌다. 다시 꽂고 귀를 갖다대니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하드디스크를 꽂았다는 알림은 떴지만, 폴더에 접근할 수는 없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례였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경험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데이터를 복구해 지금은 고이 모셔두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외장 하드디스크를 고장내는 경우가 많다. 돈은 좀 들지만, 보통 데이터는 복구할 수 있다. 요즘엔 대부분 미디어 기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데이터 복구는 일상적으로 필요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데이터 복구샵’에서 이건 엔지니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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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복구샵이 있는 용산 아이파크몰

저장 관련된 건 거의 다 복구한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제품에 대한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 외장하드디스크나 휴대폰 등이다. 하드디스크의 경우 충격에 약해서 고장이 잘 나는 편이다. 그 외에 저장 관련된 장치들은 거의 다 복구할 수 있다.

– 어떻게 데이터 복구 쪽 일을 하게 됐나?

= 원래 PC 유지보수랑 주변기기 유통을 했다. 그런데 이 업계가 워낙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시장성이 그렇게 좋지 않았다. 오프라인 소비도 예전 같지 않아 업종 변경을 시도했다. 원래 하던 일보다 좀 더 특화된 서비스를 하려고 데이터 복구를 시작하게 됐다. 한 4년 정도 병행 기간을 갖고 변경했다. 이쪽 일은 단순 수리는 아니다 보니 단기간 내에 배우기는 어렵다. 메인 엔지니어는 전기전자를 전공했고, 컴퓨터 응용개발 과정도 공부했다. 전문성과 장비, 솔루션을 결합해서 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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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제품들의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나?

= 가장 많은 건 역시 하드디스크다. USB 메모리, 스마트폰 메모리, 노트북처럼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도 복구하고, 기업에서 사용하는 서버 데이터도 복구한다. 저장과 관련된 것들은 거의 다 복구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 하드디스크를 많이 쓰기도 하지만 고장도 잘 난다고 한다. 왜 고장이 잘 나는가?

= 물리적 외상이다. 책상에서 떨어뜨리거나, 발로 차거나 그런 외부적인 충격으로 장애가 생기는 경우다. 하드디스크가 구조상 약하다. 안에 두 가지 부품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데이터를 넣고 빼는 작업을 하는데, 이 정밀함이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조그만 충격에도 고장이 잘 난다.

– 하드디스크의 경우는 아예 제품을 교체해서 주던데?

= 하드웨어까지 원상태로 복구하길 원하는 분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그 기계까지 고치는 게 더 비싸다. 보통 데이터를 복구하고, 제조사를 통해 하드디스크를 교체해 데이터를 옮겨드린다. 떨어뜨리는 건 고객 과실이기는 하지만, 제조사에서 그 정도의 과실은 따지진 않는다. 보증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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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과실부터 중요한 증거 복원까지

단순 과실로 인한 데이터 복원 의뢰도 있지만, 정말 중요한 증거를 찾기 위한 의뢰도 있다. 데이터 복원에 특화된 장비를 사용해 복원하는데, 다양한 저장장치에 맞는 대응을 위해서는 다양한 설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 고객은 어떻게 찾아오나?

= 고장의 원인은 다양하다. 아무 이유가 없을 때도 있다. 보통 부주의로 인한 충격이나 액체를 엎질렀을 경우가 많다. 사건사고와 엮여 있을 때도 있다. 어떤 증거가 될 만한 자료가 남아있는 저장장치를 고의로 훼손하는 경우다. 불륜이나 재산문제, 살인 등과 관련 있는 경우도 있다. 경찰 쪽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 진행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료를 찾는 거다. 다만 소비자 관점에서 자료를 찾는 건 당연하니, 그 다음 요소인 비용과 시간이 중요하다. 전화 문의를 통해 이야기하고 상담한다. 이후 복구 가능성, 기간, 비용 등을 확인하고 소비자가 복구를 하겠다고 확인을 하면 복구 작업이 진행된다. 보통 하드디스크가 고장났다는 것은 장애로 인해 내부 파일을 일반적인 방법으로 건드릴 수가 없음을 의미한다. 데이터 복구에 특화된 전문 장비와 솔루션들을 활용해 데이터를 꺼낸다.

상태에 따라 금액도 조정된다. 보통 하루에서 이틀 정도 소요된다. 직접 와서 데이터 파일을 확인하기도 하고, 직접 찾아오기 어려운 경우에는 원격으로 파일을 확인한다. 데이터의 중요도가 높아 외부에 절대로 노출할 수 없는 경우, 고객이 보는 앞에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다.

– 복구를 못 하거나, 안 하는 경우에는 돈을 안 받는다. 일은 똑같이 하는데 돈을 안 받는 이유가 있나?

= 원칙적으로는 받는 게 맞긴 하다. 실패하긴 했지만 과정을 똑같이 진행했기 때문이다. 다만 고객 입장에서는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했는데 비용이 나가면 당연히 만족할 리가 없다. 분쟁의 여지도 좀 있다. 그래서 감수한다.

– 복구에는 어떤 장비들이 쓰이나?

= 다양하다. 휴대폰도 계속 새로 나오고, 저장장치도 다양해지고 있다. 새로운 장치들에 적합한 기술이 계속 필요하다.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다양한 저장장치를 복구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장비나 프로그램 등을 갖추려면 1억원 정도의 설비는 갖춰야 한다. 프로그램 하나에 몇 백만원 한다. 그래야 어떤 정도의 장애에도 웬만하면 응대할 수 있다. 데이터 복구 업체를 검색해보면 배너광고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시설투자 비용도 많이 들고, 기술력도 필요하다보니 모든 것을 갖추고 영업하는 곳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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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dsurgery’라는 도구다. 별것 아닌 것처럼 생겼지만 하나에 100만원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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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xygen forensics’라는 소프트웨어. 가격은 수백만원을 호가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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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의 메모리를 복구할 때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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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룸. 공기 중 먼지가 손상을 줄 수 있는데, 이를 방지한다.

– 설비를 갖춘 업체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 경험상 8대2 정도 된다. 20% 정도만 대부분의 설비를 갖추고 있다. 나머지는 설비가 없는 곳도 있고, 설비가 부족한 곳도 있다. 자기들 선에서 처리가 안 되는 복구는 우리 같은 업체에 의뢰해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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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이전에 서비스

데이터 복원은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서라도 살려야 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다루는 일이다. 물론 기술도 중요하지만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보안도 중요하다. 아예 복원할 수 없게 물리적으로 파손을 시키기도 하고, 필요하면 보안각서도 쓴다.

– 인력은 어느 정도 되나?

= 주문이 엄청 많으면 사람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핵심 인력 2-3명만 있어도 어느 정도의 작업량은 커버가 된다. 영역을 쪼개 일을 하므로 괜찮다. 사람이 저장장치 하나에 붙어서 작업하는 경우도 있긴 한데, 그 경우에는 금액이 많이 올라간다. 큰 업체이거나 무척 중요한 정보가 아닌 이상 개인은 엄두를 못 낸다. 돈을 많이 안 내는 대신 시간을 엄청나게 쓰는 장기복구 방법도 있다. 업체 입장에선 좀 손해이긴 한데, 다른 곳 가면 복구가 어려우니까 해 드린다.

– 개인정보 유출에 무척 민감할 수 있다. 어떻게 다루는지?

= 정보를 잘못 다루면 고객도 피해를 보지만, 우리도 바로 피해를 볼 수 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거다. 누가 강조하지 않아도 정보는 스스로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파일 영구 삭제는 물론이고, 물리적으로 저장장치를 부숴 현존하는 기술로 복원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드릴로 구멍도 뚫고, 프레스로 눌러버리는 거다. 필요하면 보안각서도 작성한다. 정보 유출 문제가 생기면 어떤 책임도 지겠다는 내용이다.

– 그 외에 어려운 점은 없나?

= 기술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전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다. 서비스 업종이 겪을 수 있는 흔한 어려움은 있다. 이른바 ‘진상’ 손님은 없는데, 아무래도 민감한 정보를 다루다 보니 의뢰하는 분들도 민감하고, 우리도 잘 응대해야 한다. 그 외에 특별한 어려움은 없다. 다만 우리 업체를 찾아오기 전에 시설이 잘 안 돼 있는 취약한 업체를 방문한 이후 저장장치에 손상을 입어서 오는 경우는 좀 안타깝긴 하다.

chaibs@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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