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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카드’와 CCL의 반가운 만남

2010.02.20

얼마 전 아는 분으로부터 메일 한 통을 받았다. ‘아이디어 카드’란다. 메일을 열어보고는 “우와, 신기해!”를 두 번 연발했다. 첫 번째 이유는 ‘아이디어 카드’의 아이디어가 신선해서, 또 하나는 카드의 원본 PDF 파일에서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라이선스(CCL)’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CCL 달린 컨텐츠를 만난 것도 참 반가운 일인데 더욱이 이런 톡톡 튀는 아이템이라니, 말그대로 ‘득템’한 기분이랄까. 벌써 이 아이디어 카드는 CCL을 달고 온라인에 무료 배포되고 있다. 그 덕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이 득템의 기쁨을 느꼈을 터, 이 깜찍하고도 기발한 아이디어 씨앗을 온라인에 뿌린 이들을 공개한다.

아이디어 카드가 ‘아이디어 뚫어뻥’이 되면 좋겠어요.

크리베이트(CREVATE). 눈치 챘다시피 ‘크리베이트’는 창의(CREATE)와 혁신(INNOVATE)을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창의나 혁신이 필요한 기업 등에 컨설팅을 해주는 것이 크리베이트가 하는 일이다. 조금 풀어 얘기하면 기업에서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민할 때,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게끔 돕는 역할이다.

수년 간 창의 교육을 해온 이들에게 창의란 무엇일까. “아이디어를 내는 창의적인 사람이라고 하면 으레 반짝거림, 이런 것을 생각해요. 그러나 실상 아이디어라는 것도 결국은 노력입니다.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인거죠.” 크리베이트 박성연 대표의 이야기다. 박 대표의 말대로 창의란 한번 반짝하는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이 노력을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아이디어 카드’는 바로 이러한 생각에서 탄생했다.

PDF 버전으로 온라인 상에 공개한 것과 동시에 물리적인 실사카드도 제작했다. 흡사 트럼프를 연상케하는 60여 장의 카드는 각각 다른 주제말을 담고 있다. ‘확대하라’, ‘가까이 보라’, ‘아이처럼 보라’ 와 같이 생각의 환기를 돕는 멘트들이다. 이 멘트들은 크리베이트가 지금까지 연구하고, 실제 워크샵에서 창의 개발을 위해 썼던 것들이다.

“생각이 꽉 막힌 사람에게는 ‘아이디어 뚫어뻥’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구요, 스스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트리거(triger)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북적대는 지하철로 통근하는 직장인들, 토익 공부에 매달리느라 머리가 딱딱해진 대학생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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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L 붙인 아이디어 카드는 ‘영원한 베타’에요.

아이디어 카드는 현재 크리베이트 블로그(http://blog.crevate.com)에서 소개되고 있고, 필요한 분들이 요청하면 크리베이트에서 PDF 파일을 메일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배포되고 있다. 여기서 더욱 주목할 것은 이 PDF 파일에 CCL이 붙었다는 것이다. 박 대표에게 CCL을 붙인 이유를 물어봤더니 “많은 사람들이 창의적으로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만든 카드이기 때문”이라고 답이 돌아온다.

“아이디어 카드를 공개했더니 다양한 피드백이 오더라구요. 고맙다는 반응부터, 꽤 진지하게 이걸 가지고 더 개발해보고 싶다는 분들도 계시고요. 나중엔 이런 피드백을 기반으로 더욱 업데이트 시킬 거구요. 기왕이면 다른 분들이 더 재밌게 내용을 추가하거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박 대표의 말을 듣고보니 아이디어 카드는 말 그대로 ‘창의대중’을 구현하기 위한 공익적인 실험인 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창의도 좋고, 공익도 좋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CCL 붙여 공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특히나 창작을 제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용·오용의 가능성 때문에 자신의 저작물에 CCL을 붙이는 일을 꺼려한다.

“저희한테 조언(?)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무료로 공개하지 말라는 거죠. 그렇지만 저 혼자 움켜쥐고 있기보다 다른 분들과 나누면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거잖아요. 물론 저희가 고생하며 만든 결과물이니 그냥 도용하는 분들은 안계셔야겠지만, 더 많은 다수 대중들은 이런 컨텐츠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통이라는 건 사물로 생명이 없는 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고가면서 생명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런 컨텐츠를 기반으로 정말 더 많은 활용이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함도 있어요. 창의가 부족하다는 국가적인 이미지가 아이디어 카드를 통해서 개선될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구요.”

PDF 버전에 대한 반응이 다양해지면서, 실사판에 대한 문의도 많아지는 통에 실사판 아이디어 카드의 판매도 고려하고 있다. 실사판 제작에는 비용이 많이 드니 무료로 배포할 수는 없겠지만 판매 이후에도 PDF 무료 배포는 유지할 계획이란다. 무료 배포가 잠재적인 구매자들까지 없애지 않을까 염려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잠시 생각을 하던 박 대표가 말했다. “그것도 결국 발상의 전환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요?”

크리베이트에서는 또 다른 CCL 붙인 컨텐츠들을 생산해낼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디어맨들답게 구상중인 아이템은 무궁무진하니, 나오는대로 바로 알려주겠다는 다짐을 받고, 버전 0.2의 실사판 아이디어 카드를 선물받았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니, 벌써부터 뇌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iinnocent@cckorea.org

사람답게 살기 위해 애쓰는 꿈 많은 대학생. 오픈 문화에 대해 이제 막 눈을 떠 호기심이 왕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