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해외는 ‘자동화’ 국내는 ‘알고리즘’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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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이 자산 관리 시장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데이터를 분석해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 투자 성향을 파악한다. 파악한 성향을 바탕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관리해준다. 요즘 은행이나 증권사 광고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얘기다.

“많은 분이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하면 인공지능, 알파고를 떠올립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처음으로 시작된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자산관리자의 합성어를 뜻하지요. 미국에서는 머신러닝보다는 보통 자산 자동화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까요.”

한국은행에서 7월12일 열린 전자금융세미나 ‘디지털 금융의 미래와 발전 전략’에 참석한 장두영 쿼터백 인베스트먼트 부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란 단어를 두고 해외와 국내에서 온도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장두영 쿼터백 인베스트먼트 부대표

장두영 쿼터백 인베스트먼트 부대표

미국과 한국, 서로 다른 정의

미국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를 두고 인공지능을 떠올리기보다는 상장지수펀드(ETF, 주식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상품)를 활용해서 자산을 배분하는 서비스를 주로 말한다. 온라인을 통해서 자산 관리를 자동화하는 게 특징이다. 그 결과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사업모델은 대체로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투자자 성향을 파악한 다음에 ETF로 구성된 최적화된 자산 배분 전략을 짠다. 이 전략을 바탕으로 투자를 진행한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사이트에 접속하면 기본적으로 5~7개 질문에 답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투자한 주식에서 50% 손실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같은 질문을 통해 개인 위험 성향을 파악하지요. 성향을 파악한 후에 개인에게 맞는 포트폴리오를 추천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좀 다르다. 투자 방식과 추천 방식 등 사업 모델은 비슷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정의가 미묘하게 다르다. 미국은 로보어드바이저라고 하면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자동화된 자산 배분 시스템을 떠올린다. 한국은 시스템이나 알고리즘을 통한 운용방식을 로보어드바이저라고 보는 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알고리즘에 따라 어떻게 상품을 추천해주는지, 로보어드바이저 회사별 수익률은 어떻게 다른지에 관심이 좀 더 많다.

“한국은 시스템과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모든 운용방식을 로보어드바이저로 정의합니다. 그리고 미국과 달리 모든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대면으로 이뤄집니다. 온라인을 통한 가입은 현재 불가능하지요”

장두영 부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한 배경 차이에 따라 두 나라가 조금 다른 정의를 가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은퇴 세대가 늘어나면서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산 관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고, 이 수요에 발맞춰 자산관리 고문이 늘어나지 못하면서 자동화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내 자산관리 고문의 평균 연령은 50.9세다. 전체 고문 중 43%가 55세 이상으로 나타날 정도로 고령화돼 있다. 자산관리를 부탁하는 사람은 많은데, 이에 발맞춰 사람이 늘어나지 않다 보니 자연스레 시스템에 기대 자산관리를 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셈이다.

“달라진 투자 분위기도 한몫했습니다. 미국에서는 2007-2008년께 ETF 투자 규모가 뮤추얼펀드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ETF 누적 순 자산이 증가했지요.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구조적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등장했고,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국내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자체 개발 vs 제휴 vs 인수

이렇게 성장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을 두고 미국 내 대형 금융회사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인수하거나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거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제휴하는 식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촬스슈왑은 ‘슈왑 인텔리전트 포트폴리오’를 통해 무료로 온라인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메릴린치는 생이 주기에 걸쳐 투자 상품 자문이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하고 있다.

피델리티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배틀먼트와 제휴를 맺었다. 블랙락은 퓨처 어드바이저라는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골드만삭스는 어니스트달러라는 퇴직연금 관리 전문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는 은행과 증권, 자산운용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사이버PB’, NH투자증권은 ‘QV 로보 어카운트’, 삼성증권은 ‘스마트 어드바이저’,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자산배분 솔루션’, 대신증권은 ‘웰스 어드바이저’, 유안타증권은 ‘마이 티레이더2.0’을 출시하며 자체 로보어드바이저를 개발했다.

그 외에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IBK기업은행, KDB대우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동부증권, 키움투자자산운용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제휴를 맺고 서비스 중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제휴를 맺는 형태입니다. 자체 개발한 곳은 거의 증권서, 자체 개발을 통해 상품 개발까지 한 곳은 없어 보입니다.”

비대면 거래 하반기에 열릴까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은 모두 직접 사람을 만나야 하는 대면 거래다. 미국처럼 온라인에서 클릭 몇 번으로 서비스에 가입할 수 없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영역에만 비대면 일임 계약을 할 수 있게 풀어줬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하려면,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 직접 일임 계약글 맺거나, 로보어드바이저가 운영하는 상품에 가입하는 식이 있습니다. 미국처럼 완전한 온라인은 불가능하지요.”

다행히도 온라인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을 이용할 방안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8월 중 프로그램 보안성, 안전성, 준법성 등을 평가하는 로보어드바이저 시험대를 운영해 로보어드바이저 관련 규제를 개선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장두영 부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 비대면 거래가 가능해지면 관련 시장은 더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손실 폭을 줄이면서 투자 수익을 올리기 원하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7년간 주요 자산업체 수익률을 살펴보면 매년 1등을 하는 자산 운용업체가 변합니다. 체계적인 데이터를 반영해서 지속적인 자산을 분배하는 로보어드바이저가 개인에게 필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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