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파크몰 ‘아프로미디어’가 들려주는 용산 이야기

가 +
가 -

“가겟세만 나와도 좋겠는데, 그거 나오는 것도 버거워요. 가격 안 깎는 분들은 마진 15~20% 보고, 깎는 분들은 하는 수 없이 5% 정도 보고. 그래야 하루에 100만원 매출이 날 때, 10만원이라도 벌어요. 그렇게 300-400만원 정도 벌어야 가겟세 내고 집에 돈 100만원이라도 가져다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게 안 되니까, 허허.”

용산 아이파크몰 5층 180호 아프로미디어. 이곳에서는 다양한 컴퓨터 주변기기를 판다. 많이 쓰는 마우스, 키보드부터 노트북 쿨러, 각종 연결선, 마우스패드, 스피커, USB, 공유기, 그래픽카드,  배터리 등등… PC에 필요한 거의 모든 주변기기 제품이 작은 공간에 빼곡히 차 있다.

yongsan (14)

yongsan (7)

yongsan (15)

yongsan (1)

180호 아프로미디어는 김요현 사장이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른 직원은 없다. 평일 오전 시간임을 고려해도 한산하다. 인터뷰를 진행한 1시간 동안 외장형 하드디스크, 공유기, 레이저 포인터를 사러 온 손님은 4명 있었다. 2명은 원하는 물건이 없어서 자리를 떴으며, 인터넷 최저가를 원했던 1명은 가격 흥정 끝에 떠났다.

경기가 안 좋으니까, 갖다 놔 봐야 판매가 잘 안 되죠. 요즘엔 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팔잖아요. 방금 외장형 하드디스크 하나 판 것도 카드로 계산했으니까 원래는 9만원 정도 받아야 하는데, 그냥 매입가에서 마진 5% 보고 파는 거지. 수수료 빼면 나한테는 2~3천원 떨어지기도 힘들어요. 적게 남겨도 물건만 많이 팔면 좋은데, 그렇지 않으니까 흥이 안 나죠.

yongsan (3)

“마지못해 붙들고 있는 거지…”

“옛날에 로얄컴퓨터라고, 삼보같이 큰 업체 있었어요. 큰 기업이었지. 납품도 많이 했고. 거기서 컴퓨터 조립 일 6~7년 배우고 가게 하나 인수해서 독립한 거예요. 그러니까 컴퓨터 쪽에서 일한 지는 25~30년쯤 됐지.”

김 사장은 원래 공기조화장치 회사에서 일했다. 환풍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일 특성상 철판도 두드려야 하는 등 김 사장님이 하기엔 힘에 많이 부쳤다.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 업종을 변경했다. 아는 사람을 통해 컴퓨터 회사로 옮겼다. 로얄컴퓨터라는 회사다. 당시만 해도 공공기관 등에 납품도 많이 하는, 꽤 유명한 회사였다. 로얄컴퓨터에서 컴퓨터 조립 일을 6~7년 배웠다. 이후 선인상가에서 가게를 하나 인수해 독립했다.

377226400_52b8f7fbc3_o

Old computers, flickr, Nicholas, CC BY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장사가 괜찮았다. 직원도 4~5명씩 썼다. 사람 좀 데리고 메인보드 총판부터 시작했다. 월 매출이 1억원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이 자리잡으면서 매장 판매가 어려워졌다.

업계는 사양길로 접어들었지만, 김 사장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2003년에 용산 아이파크몰로 자리를 옮겼다. 유동인구도 많은 지역인만큼 기대를 하고 들어왔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직원도 내보내야 했다. 두 칸 쓰던 자리도 한 칸으로 줄였다. 자릿세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자리 계약은 2019년까지고, 15년 계약 중 3년 남았다. 나이도 많아져 일이 힘들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리를 뺄 생각이다.

yongsan (10)

“물건만 많이 팔면 좋은데 흥이 안 나고, 그렇죠”

“우리 가게도 이렇게 와서 보면 (손님이 없는 것)알겠지만, 사람들이 복작복작해야 하는데 안 그래요. 옆집도 내일까지 휴가 내놓고 문 닫아 놓잖아. 저 앞집은 아직도 출근 안 했어요.”

가겟세는 관리비 빼고 250만원 정도다. 하루에 10만원은 벌어야 한다. 하루 이익이 10만원은 나야 한 달 자릿세를 내고, 집에 돈 100만원이라도 가져다 줄 수 있다. 하지만 마진은 커녕 매출이 10만원이 안 될 때도 부지기수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하루 매출 10만원 못 나올 때도 허다하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외국인 손님들이 오니 좀 나은 편이다. 하루 매출이 80만원 정도 나온다. 20%를 남겨도 16만원이지만, 현실적으로 20%를 남기는 게 불가능하다. 김 사장님은 ‘이틀 반짝하는 장사’라고 표현했다.

“나 혼자만 그런 게 아니에요. 이 장사가 다 그래. 그래도 사장들끼리 오고 가면서 웃고 지내요. 안 된다고 해서 도와줄 사람이 있겠어? 그냥 잘 된다고 하는 거지. 경기가 이렇게 안 돼요.”

원래 아이파크몰 3~4층에서 디지털카메라 등을 팔고, 5~7층이 전부 컴퓨터 매장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구분이 많이 흐려져 있다. 점점 중구난방식으로 제품을 파는 집이 늘어간다. 예전에 그나마 장사가 좀 될 때가 있었다는 8칸짜리 삼성 매장은 온데간데없다. 4칸짜리 LG 매장만 구석에 자리하고 있다. 가장 큰 매장이다.

yongsan (6)

“가겟세도 없는데 인건비는 무슨…”

“소비자분들은 백화점 가면 10원도 안 깎잖아요. 백화점 안에 있어도 전자상가에서는 무조건 깎고 봐요. 우리는 그래도 팔아야 하니까 한참 실랑이하다가 물건 떼 가지고 온 가격을 보여줄 때도 있어요. 표를 보여줘도 거짓말이라고 하세요. 그런 분들 많아요.”

온라인도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이 매장에서도 맞춰주지 못하는 최저가를 온라인에서 맞출 리 없다. 당연한 소리지만 온라인에서 팔려고 해도 돈이 나간다. 이것저것 등록비나 관리비 생각하면 한 달에 돈 100만원은 내야 한다. 100만원이 아까워서 온라인 쪽 장사를 접었다가, 장사가 너무 안돼 최근 다시 통신판매를 등록하고 지마켓에 입점했다. 물론 안 팔리긴 마찬가지다.

yongsan (13)

가겟세 마련도 어려운 형편에 인건비가 나올 리 없다. 직원은 5년쯤 전에 모두 나갔다. 김 사장은 아내와 둘이 함께 가게를 운영한다. 사람을 두고 쓸 수 없다. 사람이 적으니 제대로 쉴 수도 없다. 백화점이라 휴일이 없어서 가게에 매일 나와야 한다. 점포를 자주 닫아서는 안 된다. 직원이 있어야 가게는 열어도 누군가는 쉴 수 있다. 주인 밖에 없는 가게는 문을 닫아야 쉴 수 있다. 경조사 때나 며칠 쉬는 수준이다. 아프로미디어 뿐 아니다. 용산에서 장사하는 대부분 가게가 그렇다. 혼자 혹은 2명이 가게를 지킨다. 이렇게 지키는 가게도 날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게 용산 아이파크몰의 현실이다.

네티즌의견(총 1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