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대신 여배우 퇴치…‘여혐’에 몸살 앓는 ‘고스트 버스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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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고스트 버스터즈: 2016’ 영화에 출연한 흑인 여배우 레슬리 존스가 성차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트윗 공격에 결국 7월18일(현지시간) 계정을 닫았다.

‘고스트 버스터즈: 2016’는 1984년에 나온 원작의 리부트다. 영화 제작 논의가 시작된 2014년엔 주연 배우 4명을 모두 여배우로 구성한 ‘여성버전’과 남배우로 구성한 ‘남성버전’ 두 가지가 논의됐지만, 남성버전은 제작이 취소되고 여성버전만 제작돼 7월15일 미국에서 개봉했다.

하지만 예고편부터 조짐은 좋지 않았다. 원작을 망쳤다는 팬들의 원성과 주연을 모두 여성배우로 꾸린 것에 대한 불만이 들끓었다. 유튜브에 공개된 예고편 밑엔 무수한 혹평이 달렸다.

여러 요소 중에서도 여성 배우들을 향한 댓글에 관심이 집중됐다. 유령 캐릭터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한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등 다양한 비판의 면면이 있었으나 영화의 배급사인 소니(콜롬비아 픽쳐스)는 여러 비난 중 여성혐오를 부각시켰다. 댓글을 단 이들의 편협함을 드러냄으로써 영화 완성도에 대한 책임은 피해가려 했다는 비난도 잇따랐다. 이후 미국 언론들의 보도와 함께 영화를 향한 비판은 여성혐오 공방으로 나아갔다.

영화의 안티들에게 4명의 주연배우 중 유일한 유색인종인 레슬리 존스가 약한 고리로 여겨졌다. 수많은 악성 트위터들이 흑인 비하 단어로 존스를 모욕했고 심지어는 ‘유인원'(Ape)으로 부르는 등 선을 한참 넘었다. 이에 존스는 트위터에서 “나는 단지 영화에 출연했을 뿐이다. 당신들은 영화를 싫어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 겪은 것은…정말이지 잘못된 것이다.”라고 토로하며 계정을 닫았다.

존스는 악성 트윗에 지쳐 떠나기 전까지 홀로 맞서왔다. 트위터의 발빠른 조치는 없었다. 그녀를 사칭한 자가 동성애와 인종 혐오발언을 일삼자 존스는 자신이 아니란 것을 스스로 해명해야 했다. 존스는 “트위터가 표현의 자유를 지지한다는 건 알겠다. 그래. 하지만 이런 글들이 퍼지는 걸 그저 방조해도 되는 건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사건이 과열되자 트위터 CEO 잭 도시가 존스에게 연락을 취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였다. <테크크런치>는 이러한 트위터의 대응이 너무나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트위터는 가학적 트윗에 대한 공식 규정을 홈페이지에 명시해 놓았지만, 적어도 이번 사태에선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

가학적인 행위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와 강자에 맞서 진실을 말할 권리를 존중하지만, 이를 빌미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트위터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다양한 의견과 믿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트위터에서는 괴롭힘이나 협박, 공포감을 조성하여 침묵하게 하는 행위 등, 어떠한 가학적 행위도 허용되지 않습니다. 아래 나열된 행위에 가담했거나 연루된 계정은 일시적으로 잠금 조치되거나 영구 정지될 수 있습니다.

  • 괴롭힘: 특정 대상을 겨냥한 가학적인 행위 또는 다른 사용자를 괴롭히는 행위를 선동하거나 가담해서는 안 됩니다. 가학적인 행위인지 평가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신고된 계정의 주된 사용 목적이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가학적인 쪽지를 보내는 것일 경우
    • 신고된 행위가 일방적인 협박이거나 협박을 포함한 경우
    • 신고된 계정이 다른 계정을 괴롭히기 위해 사람들을 선동한 경우
    • 신고된 계정이 여러 계정을 이용해 한 계정에게 불쾌한 내용의 쪽지를 보내는 경우
  • 사칭: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들을 혼동시키거나 속이기 위해 누군가를 사칭해서는 안 됩니다.

존스를 괴롭힌 이들은 위 사항에 해당된다. 그런데 왜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일까. 그 배경엔  피해자의 신고만으로는 게시물을 블라인드 처리할 수 없는 트위터의 방침이 있었다.

트위터의 게시물 처리 과정은 이렇다. 트위터는 콘텐츠 자체를 사전 모니터링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콘텐츠는 신고를 받거나 한국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요청에 따라 조치한다. 피해자가 자신이 겪은 부당한 일에 대해 트위터 측에 신고를 하면 내부 검토 과정을 거쳐 블라인드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트위터가 근본 이념으로 내세우는 ‘표현의 자유’와 맞닿아 있다. 이에 대해 트위터코리아는 <블로터>와 통화에서 “트위터는 모든 사람에게 마이크를 쥐어주고자 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게시물을 블라인드 처리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명예훼손 등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페이스북 본사에서 해당 국가 담당자가 ‘커뮤니티 표준’에 따라 내용을 검토한 후 삭제 여부를 결정한다.

표현의 자유가 어디까지 용납될 수 있는지는 끊임없는 논쟁 지점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일방적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의견을 차단당하면, 표현의 자유도 덩달아 침해당할 것이다. 레슬리 존스 사건은 표현의 자유와 검열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유지할지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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