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성우 교체 반성하라” 100여명, 넥슨 앞서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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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앞 버스정류장에 내리자 쨍쨍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금요일 오후 5시40분께, 10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넥슨 정문 앞마당에 직사각형 대형을 꾸려 앉아 있었다. 마이크를 쥔 이가 앞서 외치면 나머지 집회자들은 구호의 절반을 이어갔다. 유난히 더운 날이었다. 뜨거운 열기 사이로 구호는 카랑카랑 울려퍼졌다. “티셔츠 입었다고 (교체하냐 교체하냐)”, “뜬금없는 성우교체 (반성하라 반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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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7월18일이었다. 넥슨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 역을 맡은 성우가 자신의 SNS에 티셔츠를 입은 한 장의 인증샷을 올렸다. 티셔츠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소녀들은 왕자님이 필요없다.’ 이 티셔츠는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에서 기획했다. 메갈리아4는 페이스북에서 일련의 여성혐오 페이지들은 유지되는데 반해 메갈리아 페이지는 거듭 삭제되는 데 대한 소송을 준비하기 위해 모금을 진행했다. 후원의 대가로 이 티셔츠를 지급했다.

넥슨 측에 해당 성우의 하차를 요구한 이들은 티셔츠를 만든 주체인 메갈리아를 주목했다. 이들은 메갈리아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며, 헤이트 스피치(증오 발언)를 일삼는 혐오집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루 뒤인 19일, 넥슨은 해당 성우와의 계약 해지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페미니스트들은 부당교체라고 항의하며 이번 시위에 참가했다. 22일 금요일 열린 이 시위는 25일 월요일에도 한 차례 더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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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자들은 마스크와 선글라스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집회 및 시위 현장에서 참가자들의 초상권이 보호받지 못하는데 따른 자구책 차원이었다.  실제로 넥슨을 비롯한 인근 빌딩에서 창문만 살짝 열고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을 몰래 촬영하는 이들의 모습이 몇 차례 목격되기도 했다. “사진 찍지 마!” 집회 참가자들은 그들을 향해 항의하기도 했고 더러는 욕설도 내뱉었다.

시위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이어졌다. 한 집회 참석자는 “오전에 시작할 때 인원이 서너 명으로 적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오후 5시40분께, 직사각형 대형에 앉아 구호를 외치는 이들은 100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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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을 지지하는 커뮤니티 ‘워마드’의 한 회원은 익명으로 커피트럭을 후원했다. 커피트럭 운영자는 “누군지 모르지만 전화로 이곳에 커피를 제공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 70만원을 입급해줘 80잔 정도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넥슨 대외협력팀도 집회 참가자들에게 물  한 박스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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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은 페이스북 메갈리아4 페이지를 후원하는 티셔츠를 입고 인증샷을 올린 일로 하루 만에 교체된 성우의 일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해당 성우가 녹음에 참여했던 넥슨 게임 ‘클로저스’ 예고편에서 13살 여아 캐릭터가 신음소리를 내는 점을 들며 넥슨의 성 상품화를 비판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앞마당에 진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건물 앞 인도에는 사복경찰과 넥슨 직원들이 곳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넥슨 직원은 “넥슨 직원과 집회자들이 혹시라도 충돌할 가능성을 방지하기 위해 서로를 보호할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넥슨 사옥 1층에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원래 사옥 1층은 일반인들에게 개방된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정문 출입구를 형광색 폴리스라인으로 봉쇄하는 등 엄격하게 통제했다. 다른 쪽 출입구에서도 경비원들이 일일이 신원을 확인했다.

넥슨 홍보팀은 “해당 성우와는 원만하게 합의를 이룬 상태”이며 “게임 ‘클로저스’의 성 상품화 논란에 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드릴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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