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인] 파이썬소프트웨어재단 첫 한국인 이사, 김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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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썬은 프로그래밍 입문자들에게 좋은 언어로 손꼽힌다. 쉬운 문법구조도 그렇거니와, 커뮤니티 자체가 다양성을 존중하고 특히 새로운 입문자에게 열린 태도를 가지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도 파이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파이썬 소프트웨어 재단(Python Software Foundation, PSF) 이사회 멤버가 뽑혔다. 8월13일 열리는 ‘파이콘 APAC‘ 행사 준비위원 김영근 개발자다. 그는 이번 파이썬 행사가 파이썬 문화를 알리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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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13일부터 3일간 개최될 파이콘 APAC 행사 기념품. 파이썬 커뮤니티는 참여자들에게 개방적이고 친절한 태도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사진 : 파이콘 페이스북 페이지)

C언어 개발자가 파이썬 개발자가 되기까지

김영근 개발자는 8살때부터 개발자를 꿈꾸며 프로그래밍을 공부했던 학생이었다. 잡지에서 ‘컴퓨터’라는 단어를 알게 됐고, 시골에 몇 개 없는 컴퓨터 학원을 찾아 베이직, 코볼 등을 배우면서 개발자의 길을 조금씩 걸었다. 전공도 당연히 프로그래밍 쪽을 선택했으며, 졸업 이후에는 제조업과 임베디드 업계에서 일했다. 그 당시 업계에선 주로 C언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러보니 C언어에 대해 깊이 공부했고, ‘C언어가 최고다’라는 생각할 정도로 한 언어만 바라봤다. 누군가 다른 언어를 추천해줘도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C언어로 웹 사이트까지 만드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다 김영근 개발자는 취미로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기 시작했다. 마침 ‘아이팟터치’가 출시됐고 그때부터 다양한 언어에 조금씩 관심을 가졌다. 오브젝티브C나 안드로이드로 앱을 만들고 파이썬으로 서버를 만드는 식이었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 김영근 개발자는 파이썬을 본격적으로 업무에 활용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스마트스터디에서도 웹 백엔드와 인프라 자동화 부분에서 파이썬을 쓰고 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아는 공통 언어 중에서는 파이썬이 가장 쓰기 적합했어요.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서로 달라도 쉽게 맞춰가며 따라갈 수 있는 언어이기도 했고요. 현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언어가 성숙되기도 했고, 참고할 수 있는 예제도 많이 있거든요. 스타트업이라 서비스를 빨리 만들기 위해 파이썬을 선택한 부분도 있죠. 개인적으로는 아직 C언어도 좋아하고 개발을 계속 하고 있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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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파이썬소프트웨어재단 이사회 멤버

파이썬소프트웨어재단 첫 한국인 이사회 멤버

김영근 개발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PSF 이사회 멤버로 선출됐다. 아시아를 놓고 봐도 인도에 이어 두 번째다. PSF 이사회는 어떤 곳이며, 이사회 멤버들은 무슨 일을 할까.

파이썬은 귀도 반 로섬이란 개발자가 처음 개발했다. 이후 커뮤니티 성장과 함께 PSF가 설립됐다. 재단은 법적 문제, 도메인, 후원금, 컨퍼런스 지원, 교육 활동 등을 관리하고 있다. 행정 업무를 관리하는 직원부터 이사회 멤버, 펠로우 등 다양한 사람들이 PSF에 참여하고 있다. 이사회 멤버는 현재 11명이며, 자원봉사 형태로 무보수로 일한다. 이들은 한 달에 2번씩 회의를 하고 PSF의 행정적인 부분부터 재단의 방향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이사회 멤버는 대부분 개발자이며, 파이썬 관련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서 소스코드를 기여한 경우가 많다. 이사회 멤버 선출 방식은 이렇다. 일단 재단 회원들은 적합한 후보를 추천하고, 투표권을 가진 회원들이 별도의 투표를 실시한다. 투표 결과에 따라 찬성이 많은 후보 중 11명까지 이사회에 합류하게 된다.

“예전에 리눅스를 한창 공부할 때 많은 세미나가 있었어요. 저는 그 세미나를 참여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그때 제가 배운 것을 언젠가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어요. 그러던 중 파이콘 한국 준비위원회 의장인 배권한 개발자가 파이콘을 개최해보자고 제안했고, 2014년 첫 번째 파이콘을 준비했죠. 하지만 컨퍼런스 전문가도 아니고 해서 힘든 점이 많았어요. 그래서 다른 컨퍼런스를 배우기 위해 미국, 일본, 대만같은 행사를 찾아다녔어요. 그때 해외 개발자들이 친절하게 컨퍼런스 운영 노하우랑 팁을 알려줘 많은 소통을 했거든요. 그러한 활동을 눈여겨본 다른 회원이 저를 이사회 멤버로 추천했어요.”

김영근 개발자는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주변 국가에서 파이썬 컨퍼런스나 교육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듣고 지원할 계획이다. 직접 연사로 나가거나 컨퍼런스 노하우도 전한다. 얼마 전에는 태국이랑 베트남 파이썬 사용자 그룹과 연락을 하기도 했다. 그 외에 재단에서 필요한 행정 업무도 돕는다. 김영근 개발자는 “마냥 기쁘기보다는, 많은 나라 파이썬 개발자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대표로 말해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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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자도 함께 이야기하는 컨퍼런스, ‘파이콘’

파이콘은 각 나라에 있는 파이썬 커뮤니티 멤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운영하는 비영리 컨퍼런스다. 파이콘코리아는 지금까지 2번 진행했고, 올해는 APAC 행사로 진행된다. 참여 인원은 약 1500명이다. 파이콘에선 일반적인 기술 커뮤니티와는 조금 다른 문화를 볼 수 있다. 기업이 주최하는 연례 컨퍼런스나 고객사 컨퍼런스를 가면 기술 이야기가 중심이고 그것을 전하는 데 대부분 역량이 집중된다. 하지만 파이콘은 소통과 참여 문화가 발달됐다.

일단 파이콘에선 연사와 참여자, 자원봉사자 사이에 벽이 없다. 연사자들을 위한 별도의 대기실도 두고 있지 않고, 연사자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오픈 스페이스’라는 공간도 마련했다. 오픈 스페이스에선 연사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원하는 주제를 미리 공지하고 사람을 모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해외 파이콘의 경우 꼭 자원봉사자가 아니더라도 일손이 필요할 때면 참여자가 자원봉사자를 도와주는 광경도 쉽게 볼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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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파이콘 APAC 홈페이지

파이콘만의 색다른 프로그램으로는 ‘스프린트’를 꼽을 수 있다. 스프린트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같은 장소에 모여 집중적으로 배우고 개발하는 활동이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커미터가 오프라인 현장에서 모여 초급 개발자들에게 ‘깃(Git)’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슈를 찾고 코드를 추가하는지 알려준다. 해외 파이콘 행사에선 스프린트를 위해 일부러 쉬운 이슈를 남겨뒀다가 행사 당일 초급자에게 해당 이슈를 고쳐보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초급 개발자는 오픈소스 프로젝트 참여에 대한 큰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입장에선 단시간 내에 여러 이슈들을 찾고 고칠 수 있으니 코드 품질이 올라가는 효과를 본다. 이번 파이콘 APAC 행사에선 김영근 개발자가 직접 ‘파이데이터’와 ‘판다스’ 관련한 스프린트를 운영한다. 단 스프린트에 참여하려면 별도의 신청을 해야 한다.

이 외에도 파이콘 관련 기술을 직접 설치해보고 배우는 ‘튜토리얼’ 시간도 준비됐다. 올해 파이콘 APAC에선 ▲’라이트더닥스’ 밋업 ▲톡스(Tox), 트레비스(Travis), 커버올스(Coveralls) 실습하기 ▲장고로 컵케익 가게 웹사이트 만들기 등 3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튜토리얼도 별도의 신청을 해야 참가할 수 있다.

기술적으로 살펴보면 초급자부터 상급자들이 들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준의 세션이 마련돼 있다. 키노트와 별개로 48개 세션이 제공되며, 올해는 특히 머신러닝 세션이 많다. 기조연설에는 파이썬 프레임워크 장고의 공동창시자인 제이콥 카플란모스, 플라스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아민 로나허, 데이터 분석도구 판다스를 개발한 웨스 맥키니, 파이파이 핵심 개발자인 마치에이 피잘코스키가 나선다.

“파이콘미국 같은 곳을 보면요. 개발자들이 마치 파이콘을 명절에 고향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이 가더라고요. 처음 만난 개발자와 궁금한 점도 물어보고 친해지고 다음해 다시 만나 인사하기도 하고요. 한국 파이콘도 그런 문화를 하나씩 만들어갔으면 좋겠어요. 세션 내용은 슬라이드와 비디오 파일로 대부분 다시 공개될 거예요. 공부도 공부이지만 올해 참여자분들은 컨퍼런스에 참여하면서 커뮤니티 소속감을 함께 느끼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파이콘 APAC 행사는 아직 신청 가능하다. 행사는 8월13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진행되며 장소는 코엑스다. 15일은 스프린트와 튜토리얼 시간으로만 구성된다. 자세한 발표 주제는 파이콘 공식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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