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음란물, 직접 신고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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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나 공DVD에 동영상을 담아 오세요.” 요즘 CD가 들어가는 노트북이 있던가. 심지어 DVD라니…영화를 봐도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웹하드에서 바로 내려받지 않던가.

“USB는 안되나요?” 사이버수사대 형사는 USB 메모리는 부피가 있어서 수사 파일에 평평하게 첨부할 수 없다고 했다. 납작한 DVD여야 보관하기에 용이하다고 한다. ‘DVD를 요즘도 팔던가? DVD를 구워본 게 대체 언제였던 건지….’

게다가 나는 지금 내 돈을 주고 불법음란물을 다운받아야 한다. 제목만 봐도 엄연한 ‘야동’으로 보이는 목록을 인쇄해서 왔건만, 이건 증거가 안 된다고 한다. “남녀 성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장면”을 캡처해서 오거나 전체 동영상을 다운받아 와야 한단다. 이러나저러나 동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봐야 한다. 증거물로 채택되려면 그 수밖에 없다. 경찰서를 나왔다.

나는 무얼 하려는 걸까. 직접 음란물 유포죄로 헤비 업로더를 고발하려는 것이다. 음란물 유포죄는 친고죄가 아니기 때문에 제3자도 참고인 자격으로 고발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7제1항1호에 의하면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내용의 정보를 유통”하는 것은 불법이다. 불법이기에 당연히 고발할 수 있다. 국내 몰캠 뿐만 아니라 일본 AV의 유포 모두 형사고발이 가능하다.

사무실로 돌아와 웹하드에 로그인을 하고 일반인 몰캠임을 ‘자랑’하는 제목의 게시물을 클릭했다. 이 음란물의 유포자가 첨부해놓은 스크린샷을 보니 사이버수사대가 말한 음란물의 기준에 적합할 듯했다. 200캐시를 내고 다운받았다. 사무실에 소리가 울려 퍼지지 않게 이어폰을 끼고 영상을 틀었다. 예상대로 완벽한 ‘음란물’의 기준에 부합했다. ‘성인물’이 아닌.

사진 : Flickr, Will Keightly(https://www.flickr.com/photos/feverblue/219747296/). CC BY-SA(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사진 : Flickr, Will Keightly. CC BY-SA.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성인물이 아닌 음란물만 처벌이 가능하다. 음란물이란 무엇인가. 헌법재판소가 정한 엄격한 의미의 ‘음란’은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 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을 말한다.

사이버수사대와 같은 수사기관은 헌재가 정한 기준을 “남녀 성기가 적나라하게 노출된 장면의 존재”로 간편화했다. 이에 대한 논란도 존재하지만 일단 진정을 넣어 증거물로 채택되기 위해서는 해당 장면을 스크린캡처하거나 전체 동영상을 공DVD에 저장해 제출해야 한다.

이번엔 사이버수사대가 일러준 대로 증거물을 철저히 준비해서 갔다. 하루 만에 두 번째 경찰서 방문이다. 담당수사관은 증거물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을 만큼 효력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나는 진정인으로서 진정서를 작성하고 진술조서를 꾸리기 위해 진술녹취실로 자리를 옮겼다.

진정인은 피의자가 아니기에 진술 과정이 녹화되거나 녹취되지 않는다. 다만 사이버수사대 안에서 상담 받고 있던 다른 피해자들이 기자가 옆에 있는 걸 반대했기에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경찰이 합법적 수사를 시작하려면 3가지 서류가 준비돼야 한다.

  1. 증거물.
    • DVD에 담긴 음란물
    • 업로더의 닉네임과 등록자료 목록의 스크린캡처본(지속적으로 음란물을 유포하고 판매해온 정황을 입증하기 위함)
  2. 담당수사관이 질문을 하고 진정인이 대답해 꾸리는 진술조서.
  3. 진정인의 자필 진정서.

이 3가지가 준비되면 경찰은 비로소 수사에 착수한다. 검사에게 음란물이 유포된 사이트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한다. 최종적으로 판사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하면 해당 웹하드 사이트에 아직은 닉네임만 아는 유포자의 개인정보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웹하드 사이트가 주는 정보가 e메일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은 사이트 가입시 본인인증을 e메일로 하는 간편인증이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찰은 다시금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그 e메일 서비스 업체로부터 개인정보를 얻는다. 이러니 영장을 발부받는 데만 20일이 걸리고, 최종적으로 유포자를 처벌하려면 2~3달은 족히 소요된다.

진술조서를 꾸리는 동안 담당 수사관은 주로 증거수집방법에 대해서 질문했다. 또한 피진정인인 피의자와 아는 사이인지도 물었다.

“웹하드 내 성인카테고리에 성인인증을 하고 들어가면 음란동영상이 수도 없이 나오잖아요.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니 같은 닉네임이 여러 번 눈에 띄었고요. 닉네임을 클릭하고 그간 등록자료 목록을 보니…수백 건이 나오던데요.”

웹하드 안에선 전혀 자정작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그 이용자는 국내에서 일반인의 성행위를 몰캠으로 찍은 것이라고 제목에서부터 광고하고 있었다. 아주 오랜 기간 활동해온 헤비업로더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그를 콕 집어 고소하기로 했다.

담당수사관도 한두건 유포한 업로더는 초범이고 호기심에 올려봤다고 하면 검사가 기소유예를 선고하는 등 면책되는 반면, 이렇게 확실한 전력을 가진 유포자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음란동영상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닌 제3자이기 때문에 사이버수사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반면 피해당사자가 직접 신고할 경우에는 사이버수사대가 아닌 여성청소년계로 간다. 피해당사자로서 명예훼손죄 및 카메라이용촬영죄로 더욱 강력하게 형사고소할 수 있다.

제3자가 자신의 시간을 들여가며 오직 정의감으로 음란물 유포죄를 고발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증거를 스스로 준비해 와야 하고, 경찰서에 드나들어야 하며, 1시간 넘게 진정서 및 진술조서를 꾸리는 데 협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인터넷 사이버안전국에 음란물이 있는 웹주소(URL)를 남기면서 처벌을 요청하는 제보를 한다.

사이버수사대도 일반 음란물에 관해서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찰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것은 아동음란물이다. 아동성범죄는 매우 심각한 범죄이므로 경찰 스스로 상시 감시하고 있으며, 이를 검거할 경우 일반 음란물의 10배에 이르는 검거실적을 쌓을 수 있다고 한다.

사진 : Flickr, Banalities(https://www.flickr.com/photos/richardsummers/944207136/). CC BY(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2.0/).

사진 : Flickr, Banalities. CC BY.

성인음란물은 그냥 두고봐야 할까. 1999년 개설돼 등록된 회원만 100만명, 음란동영상 유포 및 강간모의 게시글로 악명을 떨치던 소라넷 사이트가 지난 4월 폐쇄됐다. 그러나 유사 사이트는 물론이고 합법적 사업자로 등록된 웹하드(파일공유 서비스)에서도 모텔, 자취방에서 촬영된 몰캠 음란물이 수도 없이 유포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방통심의위원회에 접수된 통신심의 신청 민원의 47.4%가 ‘성매매·음란’ 정보에 대한 민원으로 총 2만5947건에 이른다. 그 중 실제로 음란물이 삭제되는 경우는 얼마나 됐을까. 그 음란물을 삭제한다고 해도 다른 사이트에 동일한 음란물을 올리는 것을 막진 못한다.

일선 경찰서의 사이버수사대는 대개 5~6명의 형사로 구성돼 있다. 이 인력으로는 늘어나는 사이버범죄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도 벅차다. 그렇다고 웹하드나 P2P 플랫폼 사업자에게 스스로 필터링을 하도록 하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 24시간 지속되는 일상적 감시는 통신 검열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개인이나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들이 자력구제에 나선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신고하는 절차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많이 보인다. DVD에 진정인이 직접 동영상을 구입·저장·제출하는 것부터 큰 진입장벽이 된다. 디지털 트렌드에 맞게 USB 메모리에 담아 제출하게 하거나 인터넷상으로 웹주소를 첨부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음란물을 성인물과 구별하는 기준이 단지 “성기의 적나라한 노출”여부인 것은 매우 단선적이다.

몰캠에 찍힌 피해당사자에게는 일상이 악몽이 되는 경험이 음란물 유통자에게는 돈벌이가, 음란물 소비자에게는 한낱 유희거리가 되는 현실이다. 실제로 웹하드 내 음란물게시물 밑에 달린 댓글중에 “저 여자 앞으로 어떻게 삶?”, “시집 다 갔다” 등이 줄줄이 달려 있었다.

답은 간단하다. 몰캠을 안 찍고, 안 퍼트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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