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돌 대출, P2P 대출 업체에 ‘득’일까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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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국내 주요 은행 9곳이 ‘사잇돌 대출’이란 이름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에 뛰어들었다. 기존에 비은행권 대출을 이용했거나 신용등급이 4~7등급 위주인 중신용자를 대상으로, 기존 은행상품 이용이 어려운 사람에게 6~10%대 금리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은행 사잇돌 대출 출시를 계기로 카드사, 저축은행을 비롯한 제2금융권의 중금리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라며 “중금리 신용대출 시장 활성화에 사잇돌 대출이 기여하고 있는 등 9월중 사잇돌 대출을 부산, 경남, 대구, 광주은행 등 지방은행과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에서도 추가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금리 대출’이란 단어를 내걸며 영업하고 있는 P2P 대출 스타트업이 수십여곳으로 늘어났을 때였다. 금융권의 이런 행보에 기존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인 P2P 업계 반응은 다소 복잡하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제1금융권의 P2P 시장 진출이 득으로 작용할 수도, 실로 작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사잇돌 대출 설명 갈무리. 출처_우리은행

우리은행 사잇돌 대출 설명 갈무리. (출처 : 우리은행)

중금리 대출 시장 성숙해지는 계기 될 것

사잇돌 대출은 출시 2주간 총 3163명에게 324억원을 지원했다. 1인당 평균 대출액은 1024만원, 대출금리는 6~8%대가 77.8%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환기간은 신청자의 73.2%가 5년 분할상환을 선택했다.

이 수치를 살펴보면 분명 중금리 시장에 대한 시장 수요가 분명히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일부 P2P 대출 업체는 사잇돌 대출 등장이 오히려 중금리 시장 규모 자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중금리 대출에 대한 인식이 퍼져나가면서, 대출자가 오히려 다양한 업체를 알아볼 것이라고 기대하는 식이다.

국내 P2P 대출 시장은 2016년 6월 말 기준 약 1100억원으로, 2015년 말 350억원에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했다. 만약 사잇돌 대출로 중금리 대출에 대한 인식 자체가 높아지면, 대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다. 일부 업체 의견이 이를 뒷받침한다.

P2P 금융 업체 렌딧 측은 “오히려 중금리 대출이라는 검색량 자체가 늘어난 것 같다”라며 “지금은 P2P 대출 시장은 과도기이기 때문에, 시장을 만드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P2P 금융 업체인 8퍼센트 역시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8퍼센트 측은 “사잇돌 대출 등장으로 중금리 대출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 자체를 반갑게 생각한다”라며 “대출자 사이에서 중금리 대출 인식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대출자 중심으로 P2P 대출 시장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지금 등장하는 P2P 대출 업체 상품을 살펴보면, 투자자 중심으로 짧은 대출 기간, 높은 이자율을 내세우는 경우가 적잖다”라며 “사잇돌 대출 사례를 살펴보면 대출 만기기한이 긴 쪽을 택한 경우가 많은데, 결국 P2P 대출 본질을 살린 업체가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잇돌 대출 등장으로 대출자가 이탈되면서, 투자자 중심의 짧은 대출 기간과 중금리 이자율 상품에서 대출자 중심의 긴 대출 기간과 중금리 이자율 상품으로 변화하면서 중금리 대출 시장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 셈이다.

사잇돌 대출 등장으로 P2P 대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대로 된 P2P 대출 업체를 가릴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한 회의가 있었다”라며 “중금리 대출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무분별한 P2P 대출 업체 등장을 막고, 시장 질서를 만들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생기면서 이 시장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금융위원회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 제정을 통한 회의를 지난 7월25일 열었다. 이날 회의를 통해 금융위원회 측은 “한국은 P2P 대출을 위한 규율 체계가 없는 상황으로,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사례와 같이 시장 급속한 성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사고 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다”라고 의견을 모았다.

사잇돌 대출 출시 영향을 받지 않는 P2P 대출 업체도 있다. 주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다루는 P2P 대출 업체다. 이들은 “사잇돌 대출은 신용 중심으로, 부동산 담보 대출과 다른 영역이기에 아직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라고 입을 모았다.

겹치는 사업, P2P 대출 업체 경쟁력 도마 위

반면, 은행에 치이고 규제에 치여서 P2P 대출 업체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보는 의견도 있다. 국내 P2P 대출 업체가 수수료 외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없는 이상, 충분한 자본금을 바탕으로 한 은행과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지난 1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 방안’을 살펴보면, P2P 대출 업체에 대한 얘기는 빠져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한 중금리 대출 공급, 보증보험과 연계한 은행저축은행 중금리 상품, 은행과 저축은행 연계영업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을 뿐이다.

국내 P2P 대출 업체 역시 사잇돌 대출과 마찬가지로 중금리 대출을 내세우며 성장했다. 대출자의 대부분이 신용등급 4~7%였다. 이는 사잇돌 대출과 비슷하다. 사잇돌 대출 역시 신용등급 4~7% 대상으로 대출이 이뤄진다. 사업 영역도 서로 비슷하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사잇돌 대출 이용 사례를 살펴보면, P2P 대출 업계가 보도자료를 통해 내놓은 사례가 유사하다.

한 P2P 대출 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네이버 검색량을 보면 월간 검색 수로 P2P 대출은 3만4천건으로 사잇돌 대출 4만9800건에 밀리는 모습”이라며 “실제로 영향을 받고 있는 만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P2P 대출 업체 대부분은 대출 또는 투자 중계 수수료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와 운영비를 이유로 투자자와 대출자로부터 2~5%를 플랫폼 이용료로 받는다.

렌딧은 현재 대출 수수료를 받고 있으며, 투자 수수료는 올해 안에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8퍼센트 측은 9~10월이 돼서야 수수료 정책이 정리된다고 밝혔다. 빌리는 8월부터 대출 수수료와 함께 투자 수수료도 함께 챙기고 있다. 수수료 외에도 대부분 P2P 대출 업체가 벤처캐피털 투자를 통해 살림살이를 꾸려나가고 있다. 문제는 이런 구조로는 자본력을 가진 기존 금융권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 한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사실, 사잇돌 대출이라는 게 정부 자금이 특정 업권에 투자돼 도와주는 것으로, 한마디로 관치 금융이라고 할 수 있다”라며 “특정 업권만 도움을 주는 형태로 시장 경쟁에는 맞지 않는 구조”라고 한탄했다. 이어 그는 “5천억원만 지원한다고 하지만, 시장 경쟁을 해치는 불공정한 지원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정부에서는 핀테크 지원한다고 얘기는 하지만, 반대로 거대 금융권에 정책을 몰아주는 걸 보니 섭섭한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P2P 업체도 마찬가지다. 이 업체 관계자는 “대출이 조금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사잇돌 대출로 중금리 대출을 새롭게 인식할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기존 P2P 대출자가 사잇돌 대출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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