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안보와 세금 사이

가 +
가 -

8월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국회의원 이우현(새누리당, 용인갑), 국회의원 민홍철(더불어민주당, 경남 김해갑) 주최로 ‘공간정보 국외반출 토론회’가 열렸다.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을 둘러싼 현안을 알아보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자 기획됐다. 토론회는 김계범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공간영상과장의 ‘공간정보 국외반출 관련 법제도 현황’ 발표로 시작됐다.

▲구글 지도

구글 지도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

지도 반출 신청의 근거는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있다. 기본적으로는 반출을 금지하지만, 시행령 제16조의 2에 의거 7개 부처가 함께하는 ‘국외반출 협의체’가 구성된다. 여기에서 지도 데이터의 반출 여부를 협의한다.

국토지리정보원장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서 권한을 위임받아 회의를 주재한다. 이 회의의 구성원들은 1.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 2. 국익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 3. 부처별 소관 사무 및 정책에 관련되는 사항 4. 기타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검토해 반출 여부를 결정한다.

구글은 2007년부터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요청해왔다. 6월1일자로 구글이 지도 데이터의 반출을 또 신청했고, 8월25일에 결론이 난다. 반출 신청 지도 데이터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작한 1:5000의 지도를 기반으로 SK텔레콤이 가공 및 수정한 데이터다. 구글은 반출 목적으로 GIS 콘텐츠 산업 활성화, 국내 관광산업 진흥, 글로벌 서비스의 국내 도입을 통한 국내 소비자의 편익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googlemapdebate (1)

사진=권범준 매니저 발표자료

쟁점 : 안보와 데이터센터

김계범 과장의 발표에 이어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 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발표가 이어졌다. 권범준 매니저는 구글 지도의 실익을 강조했다. 제대로 된 구글 지도를 사용함으로써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유용하며, 구글 지도를 활용해 비즈니스 혁신을 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구글 지도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자율주행 등 근거리에 다가온 미래사업을 위한 준비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범준 매니저는 그간 세간에 쌓은 오해를 푸는 데도 주력했다.

“위성사진은 이미 보편적인 정보”

구글이 반출을 신청한 지도 데이터는 어떠한 안보 시설에 대한 정보도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도 이를 부정하진 않는다. 다만 정부가 내거는 조건은 ‘위성사진에서의 안보 시설 삭제’다. 반출하려는 지도 데이터와 직접 관련은 없다. 일종의 협상 카드다.

그러나 구글은 위성사진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미 디지털 글로브, 지오아이 등 세계적인 위성사업자와 지도 재판매 업체들이 오랫동안 위성사진을 서비스하고 있다. 권범준 매니저는 “위성사진은 군사 기밀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돌아다니는 정보”라며 “위성 기술의 발달로 조그만 스타트업에서도 우주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라고 강조했다. 무료사진도 많고, 유료사진은 더 많은 게 현실이다.

지도 데이터와 위성사진 결합으로 인한 추가적인 안보 위협도 없다고 강조했다. 구글에서 데이터를 결합해서 서비스 하지 않더라도, 이미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결합하면 안보시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다. 네이버·카카오가 서비스하는 지도도 해외에서 다 볼 수 있다. 이 정보와 해외 업체의 위성사진을 같이 띄워놓고 봐도 충분하다. 권범준 매니저는 “포토샵만 조금 해도 2개 합성해서 보는 건 일도 아니다”라며 “저희가 위성사진과 지도데이터 둘 다 가지고 있다고 해서 추가적인 안보위협이라고 보긴 어렵다”라고 이야기했다.

googlemapdebate (2)

사진=권범준 매니저 발표 자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선 지도 반출 불가피”

구글 측은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구축해 국가의 관리 감독을 받아서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을 덧붙였다. 데이터센터는 국내 사용자만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 전 세계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범준 매니저는 “클라우드 시스템의 개념에서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둔다고 해도 지도 데이터 반출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에도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지 않으며, 해당 국가에서도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범준 매니저는 글로벌 표준인 구글 지도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한국을 갈라파고스화 할 수 있다는 우려를 덧붙이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안보’를 걱정하는 여론

구글 측의 발표에 이어 여론조사 발표가 이어졌다. 최재원 다음소프트 이사가 ‘구글지도 해외반출 관련 이슈 모니터링 분석’이라는 주제로 뉴스, 뉴스 댓글, 트위터, 네이버 블로그 등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대체로 안보, 세금 등의 이슈에서 여론이 부정적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그 뒤를 이어서는 이양훈 밀워드브라운 미디어리서치 수석부장이 ‘공간정보 국외반출 신청 및 규제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 보고’를 주제로 산업계의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간정보산업협회 200표본과 정보통신진흥협회 30표본 총 230표본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를 통해 공간정보 국외 반출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했다. ‘매출 및 손익’, ‘시장 점유율’, ‘신산업 진출’ 등의 항목에 대한 응답을 받았다. 대체로 6-70%의 응답이 ‘영향 없을 것’이라고 나온 가운데, 기술 개발 투자나 산업 경쟁력, 해외시장 개척 등의 항목에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조금 더 높게 나왔다. 다만 회원사간 시각차이가 있었다. 공간정보산업협회 회원사는 68%가 ‘지도 반출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답한 반면, 정보통신진흥협회는 76.7%가 ‘허가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양훈 부장은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은 걱정이 많지만, 해외 진출이나 신산업쪽에서는 기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정리하며 발표를 마쳤다.

googlemapdebate (3)

“오만한 식민사관” vs “피해자 코스프레”

종합토론에서는 사공호상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좌장으로 8명의 패널이 참석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구글 지도 데이터 반출 반대가 6명, 찬성이 2명이었다. 정부가 지도 데이터 반출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안보논리지만, 토론에서는 안보 이슈보다는 조세형평성과 국내 산업 보호가 주 이슈였다. 주요 발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박병욱 한국측량학회 회장 : 반대

  • 국내 사업자와 제휴하거나 데이터센터를 국내에 두면 되는데, 일부러 안하는 것이라고 본다.
  • 지도 데이터 산업은 성장동력기반이 좋은 상황인데, 국내 업체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나 자본력은 상대적으로 열세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조건 없이 글로벌 기업에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락하면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최희원 한국인터넷진흥원 수석연구위원 : (개인적인 의견)반대

  • 구글은 시장에서 경쟁자를 없애기 위해서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 구글의 독점과 횡포에 대해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크다.
  • 서버를 한국에 안 두는 이유는 다 핑계다. 세금 문제다. 국내법 존중하라.

김인현 한국공간정보통신 대표 : 반대

  • 나중에는 구글의 서비스를 돈 주고 사게 될 것이다. 구글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다.
  • 구글을 통해서 한국 IT가 발전한다는 인식은 식민사관과 같다. 한국의 IT 기업이 구글을 통해서만 선진국 수준이 될 수 있다는 오만함이다. 우리나라에는 네이버와 다음이 있지만, 일본에는 국민 포털 사이트가 없다. 일본이 왜 IT 식민지가 됐는지 생각해야 한다.
  •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대한민국 자산인 지도 데이터를 보호해야 한다.

김경태 한국관광공사 전략팀장 : 찬성

  • 국가안보에 문제가 없다는 조건, 구글이 국내 관광 ICT산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찬성한다.
  •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 패턴이 단체에서 개인으로 바뀌고 있고, 이들은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습득한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서비스가 지도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69%가 구글 지도를 쓴다.
  • ICT와 관광을 융합한 서비스 제공 요구가 많은데, 공공에서는 어렵다.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국내 기업은 아직 구글에 못 미친다.

신동빈 한국공간정보학회 회장 : 반대

  • 지도 데이터 반출이 국내 기업에 도움이 되는지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한국 내에서 사업모델을 구체화하고, 시행안 이후 한계가 드러난다면 그때 허가해도 된다.
  • 지도 데이터와 인공위성 사진을 중첩하면 보안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 세금 관련해서 국내 기업에게 역차별을 준다는 인상을 없애야 한다.
  • 독도·동해 표기는 우리에게 민감한 문제다. 이 부분도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찬성

  • 안보를 극단적으로 강조하면 모든 규제를 포괄한다. 지금은 구글에 들이대지만, 부메랑이 돼서 대한민국 산업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 하늘에서 마음만 먹으면 내려다 볼 수 있는 시대에 지도 데이터 반출로 안보가 무너진다는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다.
  • 국내 산업 보호도 이해할 수 없다. 개방을 통해 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 세금은 지도 데이터와 연결할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 앞으로 탄생할 기업에 기대를 걸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 : 반대

  • 안보는 우리나라 정부와 국민이 판단하는 거다. 구글은 구글 중심적인 사고로만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
  • 스타트업들 다 해외로 잘 나가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지도 API를 개방한다.
  • 국내기업이 구글 수준만큼은 안 되겠지만,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 데이터센터를 두라는 말이 아니다. 서버를 두라는 말이다. 충분히 구글이 할 수 있다.
  •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고 있다. 구글에는 정부의 실효적인 지배력이 미치지 못한다.
  • 구글 외의 다른 로컬 IT 기업이 먹고 살기 힘들어질 수 있다.
  • 관광객 중 구글 사용하는 분 생각보다 많지 않다. 네이버도 외국인 대상 서비스 개편하겠다.

손영택 공간정보산업협회 연구원장 : 반대

  • 현행법상 지도 데이터 반출 이후 사후 관리 규정이 없다. 구글이 위치·지명 오류를 야기했을 때 바로 잡는 게 쉽지 않다.
  • 구글이 모바일 이용자의 사생활 정보를 유출할 수 있고, 그 데이터의 활용도 우리가 알 수 없다.

권범준 매니저는 마지박 주어진 발언 기회를 통해 몇 가지 질문에 대답했으며, 윤영찬 네이버 부사장의 ‘스타트라인은 같아야 한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오히려 구글이 같은 선상에서 경쟁을 못 하고 있다’라고 각을 세웠다. 네이버는 세금 문제를, 구글은 현행법을 준수하느라 구글 지도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강조한 셈이다. 권범준 매니저는 “지도 반출 이슈와 상관없는 내용으로 안 좋은 말씀을 하시는 부분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시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라며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 삼고 싶으신 분들이 소외된 것도 있다. 지도 데이터 반출이 승인되면 사용자 층이 넓어질 수 있다”라고 발언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