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ERP가 클라우드로 가야 했던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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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베이스(DB) 분야 절대 강자인 오라클이 쉽게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영역이다. DB로 얻은 막대한 수익을 바탕으로 피플소프트, J.D에드워드, 시벨, TOA테크놀로지스 등을 인수하면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AP 벽이 만만찮다.

이 벽을 깨뜨리기 위해 오라클이 최근 꺼내든 무기는 클라우드다. 앞서 오라클은 ‘넘어서(Beyond)’라는 전략을 통해 기존 애플리케이션 시장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나섰다. 기존 전사적자원관리(ERP) 솔루션에 전략적 비즈니스 요구를 더해 유연한 방식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기업 내·외부 애플리케이션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이 너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IT 변화는 수시로 일어났고, 이런 변화에 좀 더 민감하게 대응할 방법이 필요했다. 근무 환경도 달라졌다. 데스크톱PC에서 노트북, 태블릿, 모바일을 넘나들며 일하는 문화가 펴져나갔다. 기능을 추가로 제공하는 형태에서 더 나아가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자스비르 싱 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부 클라우드 ERP/SCM 부문 부사장

자스비르 싱 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부 클라우드 ERP/SCM 부문 부사장

“비즈니스 소비자가 변했습니다. 지금 직장에서 일하는 25~28세 차세대 근로자는 태블릿PC에서도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호합니다. 언제 어디서나 빠르게 그래픽 기반 분석 자료를 보길 원하지요. 전통적인 소프트웨어, 1980년대 ERP는 제공하지 못하는 영역입니다.”

자스비르 싱 오라클 애플리케이션 사업부 클라우드 ERP/SCM 부문 부사장은 클라우드야말로 차세대 인력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영역으로, 새로운 노동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용 애플리케이션도 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개별구축(온프레미스)에 투자한 많은 기업이 매달 꾸준히 유지보수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혁신이 없는 셈이지요. 클라우드는 빠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 지속해서 대응하면서 혁신을 줄 수 있습니다.”

자스비르 부사장은 자사 ERP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면서 새로운 채널에 대응하는 기회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앱스토어, 콜센터 주문, 슈퍼마켓에서 이뤄지는 주문 등 오프라인 주문,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판매 등 다양한 채널이 존재한다. 기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는 이런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 오라클이 ERP 솔루션을 클라우드로 선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과거엔 하드웨어를 주문해서 배송받기까지 약 6~8주 정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 하드웨어를 받아서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서 설정하고 작업하기까지 추가로 3주가 더 필요했지요. 빠르게 시장에 대응해야 할 시점에 2~3개월의 시간을 설정 작업에 쏟았습니다. 클라우드는 다르지요. 가입해서 등록하면 1주일 이내에서 인스턴스 프로비저닝이 만들어지고 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바로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지요.”

오라클은 최근 클라우드 분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5곳을 정해 ‘오라클 디지털’ 영업 허브 짓고, 중소중견 기업의 지속적인 클라우드 수요에 대응하는 전문인력 1천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엔 아태지역에서 이미 클라우드 전문 인력 1천명을 고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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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흐름에 맞게 온프레미스 솔루션을 제공해야 할 때와 달리 다양한 정보를 웹에 공개하고 이를 플랫폼으로 만들고 있다. 오라클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기업 애플리케이션이 필요한 확장 기능을 추가로 구입해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나 앱스토어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사용하듯이 오라클 클라우드 마켓플레이스도 필요한 확장기능을 내려받아 ERP나 CRM, SCM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ERP 솔루션에 매번 환율 정보를 입력하는 데 지쳤다면, 마켓플레이스에서 자동으로 환율을 입력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아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를 얹은 오라클 ERP는 성장하고 있다. 회계연도 2016년 4분기만 해도 추가로 고객 800곳을 확보했다. 고객사 2600곳을 확보하기까지 약 3~4년이란 시간이 걸린 것과 비교하면 비교적 빠른 성장세다.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오라클은 최근 ‘넷스위트’라는 클라우드 ERP 회사를 인수하면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국오라클도 자사 클라우드 사이트를 통해 고객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매주 업데이트되는 클라우드 ERP 정보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열었다. 오는 8월31일에는 ‘SaaS now’ 행사를 열어 신규 ERP 클라우드 사용 고객, HCM 클라우드 도입을 검토중이거나 사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설명하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ERP는 기업 핵심 정보를 담은 영역인 만큼 클라우드로 옮긴다는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거 압니다. 기본 고객이 모두 통째로 자사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움직이진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서비스 영역을 클라우드로 이동하는 사례를 볼 때, 이 변화는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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