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에서 마케팅까지, 어도비가 디지털 콘텐츠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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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소프트웨어에서 클라우드로.’

모두가 이 길을 갔다.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변화였다. 소프트웨어 업체라면 어김없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MS 오피스’를 온라인에 얹었다. 애플도 ‘아이클라우드’로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에 발을 들였다. 처음부터 웹에 SW를 얹은 구글은 두말할 필요 없다. ‘클라우드’는 업무의 심장부였다. 업무에 쓰는 제품, 서비스, 문서가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었다.

어도비시스템즈도 이 공식을 따랐다. 어도비는 창작자를 위한 최고의 저작도구를 제공한다.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가, ‘인디자인’과 ‘프리미어’가 그렇다. 예전엔 ‘패키지 SW’ 형태로 제품을 팔았다. 상품 박스에 설치용 CD나 DVD를 담아 파는 방식이다. 이때까지 제품 브랜드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스위트(CS)’였다.

2013년 5월부터 어도비도 바뀌었다.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CC)’가 나오면서 어도비는 클라우드 진입을 공식화했다. 이때부터 기존 ‘어도비 CS’ 패키지 판매도 아예 중단했다. 어도비 CS는 어도비 CC의 일부로 편입됐다. 여기까진 여느 SW 업체 행보와 비슷하다.

여기에 어도비는 강점 하나를 덧붙였다. ‘분석’이다. 어도비는 2009년 웹분석 기술업체 옴니추어를 18억달러에 인수했다. 우리돈 2조원에 이르는 이 거래는 어도비 주요 크리에이티브 제품군에 ‘분석’의 실핏줄을 댔다.

디지털 문서 시장도 어도비가 오래 전부터 강점을 보인 영역이다. 어도비는 PDF 문서 형식을 개발한 업체다. ‘어도비 애크로뱃’은 PDF를 가장 쉽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다루는 문서 도구다. PDF는 텍스트와 이미지만 담는 문서가 아니다. 동영상을 집어넣고, 전자결재와 설문조사 기능도 포함된 업무용 문서 플랫폼이다.

포토샵은 잘 안다. 어도비는, 글쎄? 예전엔 이것이 어도비의 숙제였다. 지금은 바뀌었다. 어도비는 지금까지 창의력 넘치는 콘텐츠를 만들도록 돕는 저작도구를 제공해 왔다. 디지털 문서 플랫폼으도 꾸준히 진화 중이다. 이렇게 만들어 유통하는 디지털 콘텐츠는 어도비 분석 시스템으로 세밀하게 분석돼 마케팅 전략 수립에 활용된다. 콘텐츠 생산에서 유통, 분석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그림이다. 이 모든 과정은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모바일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동된다. 2016년, ‘포토샵’은 어도비를 정의하기엔 너무 좁은 열쇳말이 됐다.

어도비 스스로도 이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최승억 한국어도비시스템즈 지사장은 “콘텐츠를 만들고, 퍼블리싱(발행)하고, 마케팅에 활용해서 머니타이징(수익화)하는 부분까지 커버하는 회사는 어도비가 유일하다”라고 말한다.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다이멘션 데이터 코리아, 하나로텔레콤,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지사장 등을 거쳐 2014년 11월부터 한국어도비 지사장을 맡고 있다.

– 어도비라고 하면 대개 ‘포토샵’부터 떠올린다. 다른 영역은 아직도 낯설다. 어도비의 사업 영역을 소개해 달라.

= 크게 3개 영역으로 나뉜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도큐먼트 클라우드, 마케팅 클라우드다.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익히 알려진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제품군이 속해 있다. 도큐먼트 클라우드는 애크로뱃 중심으로 문서를 만들고, 발행하고, 유통하고, 추적하는 서비스다. 이 두 영역이 문서나 이미지, 동영상 같은 콘텐츠를 더 빠르고, 멋있게, 감성을 담아 만드는 크리에이션(창작) 영역이라면, 마케팅 클라우드는 유통과 분석 영역이다. 어떻게 콘텐츠를 활용하고 이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느냐를 고민하는 곳이다. 이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최종적으로 수익화까지 연결하는 작업을 맡는다. 매출 비중은 디지털 마케팅이 30% 정도 된다. 나머지 미디어 부문이 70%다. 지금도 연 20%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 크리에이티브나 도큐먼트 분야는 낯익지만, 분석 영역은 일반인에겐 낯선 편이다.

= 과거엔 가장 많이 보는 화면이 TV였다. 지금은 웹을 거쳐 모바일로 넘어왔다. 화장실 갈 때도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지금 크리에이터는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스케치하거나 메모하지 않고 그자리에서 ‘찍는다’. 섬세한 작업은 PC에서 하고, 이를 또 모바일로 공유하고 협업한다. 그러니 콘텐츠를 제작해서 퍼블리싱하는 시간이 빨라졌다. 콘텐츠 홍수 시대다. 그런만큼 콘텐츠를 아무에게나 보여줘선 살아남지 못한다. 관심 있고 연관성 있는 사람에게 적절한 콘텐츠를 뿌려줘야 한다.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 제작 뿐 아니라 퍼블리싱하고 비즈니스에 접목하는 것까지 어도비가 도맡아 한다.

– 콘텐츠 제작사나 창작자 뿐 아니라, 언론사에도 필요한 서비스 아닌가.

= 한국 언론 중엔 아쉽게도 아직 적용 사례가 없다. 콘텐츠 제작 에이전시나 게임, 퍼블리싱 업체가 주로 이용한다. 해외에선 방송사를 중심으로 사례가 많다. 호주의 가장 큰 미디어 회사가 페어팩스다. 이들은 콘텐츠를 만들고, 퍼블리싱하고, 추적·분석하는 모든 과정을 어도비 솔루션을 쓴다. 시청자에게 제공하는 콘텐츠는 모두 개인화돼 있다. 성별이나 취미, 가족관계나 구매 내역 등을 바탕으로 개인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행위 데이터를 분석해서 미래를 예측 가능해야 한다. 현재 관심사가 무엇인지, 가는 장소가 어디인지 등을 분석하면 예측가능한 데이터가 나온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예측을 기반으로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걸 하도록 콘텐츠를 유도할 수도 있다. 머신러닝이나 인공지능이 크리에이티브 아트와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난다.

– 국내에선 ‘구글 애널리틱스’가 보편화돼 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가 이와 다른 점은.

= 구글 애널리틱스에도 일부 기능이 있다. 방문자수, 시간대, 가장 많이 보는 관심사가 어디인지 등을 보여준다. 하지만 구글이 주는 분석은 그냥 보여주는 것이다. 정해진 요건을 토대로 분석해 상관관계를 찾는 건 다른 서비스도 다 한다. 어도비 애널리틱스는 정해진 걸 분석하는 건 기본이다. 그에 더해 내가 원하는, 이럴 수 있을까 하는 가상의 환경을 테스트하며 분석한다. 훨씬 진일보한 분석이다. 상황에 따라 다른 분석을 할 때도 있다. 갑자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했다면 그걸 모니터링해서 알려준다거나, 조합을 서로 바꿔서 분석해보거나, 현상의 원인이 날씨 탓인지, 시간 탓인지, 정보나 콘텐츠 탓인지 여러 요소를 갖고 상관관계를 찾는다. 정형화된 분석 뿐 아니라 더 의미있는 걸 찾기 위해 비정형화된 분석을 한다. 인간의 행동 양식이 획일적이지 않다. 모든 영역에 다 쓰인다. 반복적 행동을 할 때 보이는, 예측가능한 것이 있다.

'어도비 애널리틱스'

‘어도비 애널리틱스’

– 분석을 넘어선 예측과 관련해, 소개할 만한 최근 사례가 있나.

= 어도비는 2016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어도비 디지털 인사이트’를 통해 올림픽 예측 지표를 내놓았다. 2014년과 2016년 브라질 리우 인근 도시 항공편 예매율을 분석했다. 그랬더니 올해 리우행 항공편 예약 증가율이 저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현장 관람객 수가 예년보다 낮아질 것을 예측했다. 전세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올림픽 관련 언급도 분석해보니, 낮은 예매율의 원인이 지카 바이러스로 나타났다. 또한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온라인 쇼핑몰 방문 데이터를 분석해 리우 올림픽에서 스포츠 용품 매출 증가도 예측했다. 어도비 분석 시스템은 소셜미디어를 비롯해 데이터과학에 기반한 다각도 측정을 한다. 비행기 예약률을 분석하면서 어느 시점에 항공권을 구매하는 게 가장 저렴한지 계속 추적해 알려준다. 심지어 크리스마스 시즌 전에 올해는 얼마만큼의 샴페인 매출이 발생하고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 무엇이 될지도 예측한다.

– 어도비는 다각도의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왔다. 이들 업체들은 지금 어도비 서비스에 어떻게 녹아 있나.

= 어도비의 인수합병은 생태계를 만드는 작업이다. 2012년 말 인수한 온라인 디자인 커뮤니티는 600만명 넘는 회원을 기반으로 여전히 활성화돼 있다. 2014년 인수한 포토리아도 ‘어도비 스톡’이란 별도 서비스로 런칭했다. 내가 만들 콘텐츠의 배경화면을 찾는다 치자. 예전엔 검색하고 구매한 다음 포토샵으로 가져와 쓰는 식이었다. 어도비 스톡이 런칭하면서 이미지 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곳에서 검색하고 구매까지 다 이뤄진다. 콘텐츠를 만드는 생태계를 편리하게 하는 일이다. 어도비가 인수합병하면 있다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반드시 어도비 안에서 성장한다. 그게 어도비가 가진 좋은 문화 중 하나다.

– ‘플래시’ 얘기를 해보자. 한때 웹에서 가장 각광받는 콘텐츠 형식이었지만, 웹표준과 모바일 환경의 대두로 영향력이 축소됐다. 보안 문제에 대한 경고도 잇따른다. 애플은 아이폰에서 플래시 재생을 막았고, 구글도 크롬 웹브라우저에서 플래시 콘텐츠를 제한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어도비 내부에선 플래시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 플래시는 과도기 기술이다. 모든 기술은 탄생하고 성장하며, 새로운 기술로 바뀌기도 한다. 어도비는 오래 전부터 오픈 테크놀로지를 강조해 왔다. 기술 트렌드 바뀌면서 HTML5가 표준화돼 가고 있다. 최근 내놓은 제품 중에 ‘어도비 애니메이트 CC’가 있다. ‘어도비 플래시 프로페셔널’을 개편한 제품이다. 콘텐츠를 HTML5로 만들어 퍼블리싱하게 돕고, 과거 플래시 콘텐츠도 HTML5로 변환시킨다. 우리는 트렌드대로 따라가고 있다. 세상은 HTML5로 간다. 어도비는 오픈 테크놀로지 지원하기 위해 HTML5 지원을 확대한다.

'어도비 포토샵 픽스'

‘어도비 포토샵 픽스’

– 모바일 환경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 PC에서의 경험을 확장한 다양한 앱을 제공한다. ‘어도비 스파크’ 시리즈는 비전문가도 텍스트와 이미지, 영상 등을 활용해 비주얼 스토리텔링을 손쉽게 만들게 돕는다. ‘어도비 익스피리언스 디자인(XD)’은 아직은 프리뷰 형태로 공개됐는데, 디자이너가 손쉽게 사용자경험(UX)을 디자인하고 프로토타입을 제작하게 해준다. ‘어도비 포토샵 픽스’는 휴대기기에서 이미지를 리터칭하고 복원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셀카 사진의 눈을 키우거나 윤곽을 작게 하고, 사진을 불러오면 자동으로 눈과 코를 인식해 터치 한 번으로 작업을 끝내게 해준다. 이 앱은 미국 본사에서 근무하는 한국 인턴이 만들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앱이다. 사진을 찍었는데 초점이 안 맞아 뿌옇게 됐다면 ’포토샵 믹스’를 써 보라. 서버로 사진을 보내면 자동 교정해 내게 보내준다. 역광에서 찍어 노출 조정이 어려운 사진도 얼굴 부위만 밝게 조절할 수 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앱이다. 이를 포함해 크리에이터의 생산과 협어을 돕는 15개가량의 모바일 앱이 공개돼 있다.

어도비의 비주얼 스토리텔링 앱 '어도비 스파크'

비주얼 스토리텔링 앱 ‘어도비 스파크’

– 창작 환경과 관련해 관심있게 지켜보는 기술 트렌드가 있다면.

= 사물인터넷(IoT)의 트렌드는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이는 어도비 비즈니스와 직접적인 영향이 있다. 디지털 마케팅은 웨어러블 기기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디지털이 소비자에겐 생활을 더 윤택하고 편리하게 만들지만, 기업엔 디지털이 기회다. 기업은 데이터와 연결성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고, 이를 비탕으로 기업이 소비자를 편리하게 돕는 새 서비스를 만든다.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 하니, 그에 맞는 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이다. 어도비 입장에선 어떻게 그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만들 것인지, 어떻게 콘텐츠 생산 속도를 가속화할 가속화할 것인지, 노력과 비용을 줄이며 최적화해 만들 수 있는지가 미션이다.

또 다른 트렌드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트렌드다. 상업화되는 시점이 왔다. 요즘 ‘포켓몬 고’가 난리다. 쇼핑을 봐도 중국 알리바바가 이미 VR 쇼핑을 시작했다. 앞으로는 관심 상품에 3초간 시선을 집중하면 상품에 관한 새로운 경험이 열린다. 고객 경험을 통해 기업이 고객과 소통하며 경험을 만드는 게 하나의 트렌드가 될 것이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나 ‘애프터이펙트 프로’에도 360도 프리뷰 기능이 들어갔다. VR 기능이 많이 추가됐다.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CC '필드 오브 뷰' 기능 실행 화면

‘어도비 프리미어 프로 CC’의 ‘필드 오브 뷰’ 기능 실행 화면.